주문
피고인 A을 징역 10개월에, 피고인 주식회사 B를 벌금 7,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피고인 A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판결
사건
2021고단517
판결선고
2022. 9. 16.
창원지방법원마산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B’라 한다)는 2010. 4. 22. 경남 함안군 C에 본점을 두고 태양광 제작 및 설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위 회사의 D 공장 이전 공사현장에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공장철거 및 철골, 크레인 설치공사(이하에서는 2020. 10.경 행하여진 철거공사를 ‘이 사건 철거공사’라 하고, 2020. 11. 30.경부터 2020. 12. 5.경까지 행하여진 철골 및 크레인 재설치공사를 ‘이 사건 재설치공사’라 한다)를 한 사업주이다.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제반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자이며, 피해자 E(남, 66세)은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를 위하여 피고인 B에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이다.
피고인 A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사업주는 높이 또는 깊이 2m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안전대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고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킨 경우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0. 12. 5. 14:50경 피고인 B의 D 공장 이전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E이 이 사건 재설치공사 과정에서 높이 약 8m에 위치한 주행레일 위로 올라가 천장 크레인 고정장치(레일 앵커볼트) 설치 작업을 함에 있어 피해자에게 안전대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지 않고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해자를 작업 중 바닥으로 추락하게 하여 2020. 12. 7. 23:55경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0. 12. 15.경 위 D 공장 이전공사 시 철골 및 크레인 해체․설치 작업을 하면서 철골, 자재 등의 중량물 취급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B
피고인은 그 대표자인 A이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 E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은 그 대표자인 A이 제1의 나.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철골, 자재 등의 중량물 취급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 진술
증인 F, G, H의 각 법정 진술
증인 I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J, 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각 변사현장 체크리스트, 사망진단서, 시체 사진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사업자등록증, 공사도면, 공장 이전 공사 내역, 하도급공사 표준계약서(E), 예금거래내역서, 휴대폰캡처화면, 주식회사 B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
감독 등 결과보고서, 감독점검표, 시정명령서
중대재해 발생 보고
내사보고서(현장사진 첨부), 내사보고서(하도급공사 표준계약서 등 첨부)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3항 제1호(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2항(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 관련 안전조치 불이행의 점)
피고인 B: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3항 제1호(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2항(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 관련 안전조치 불이행의 점)
상상적 경합(피고인 A)
형법 제40조, 제50조(업무상과실치사죄와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형의 선택(피고인 A)
각 징역형 선택
경합범가중(피고인들)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피고인 B의 경우 두 죄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집행유예(피고인 A)
형법 제62조 제1항
사회봉사명령(피고인 A)
형법 제62조의2,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59조
가납명령(피고인 B)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 B는 피해자 E과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해자는 수급인일 뿐 일용직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다.
피고인 B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를 도급하였으므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피해자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 A은 도급인으로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조치를 하였다.
피고인 B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를 도급하였으므로, 중량물 취급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람은 피해자이지 피고인 A이 아니다.
판단
판단의 전제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 E이 피고인 B에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피고인 A에게 안전조치의무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 A에게 중량물 취급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비롯한 인부들에게 인원수만큼의 안전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지도․감독하지도 않은 사실, 당시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설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피해자가 작업했던 크레인으로부터 약 2.5m 위쪽에 설치되어 있어 피해자가 이를 사용할 수 없었던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 A에게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안전조치의무 내지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중량물 취급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었다고 하려면, 피고인 B가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와 관련하여 피해자를 비롯한 인부들을 사용한 사업주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 B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로 귀착되므로, 이하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서만 살핀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사안에의 적용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에 관하여 피고인 B와 피해자 사이에 작성된 각 계약서는 그 명칭이 ‘하도급공사 표준계약서’로 되어 있고, 계약내용을 보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 B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아 그의 책임과 계산 하에 인부들을 고용하여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를 완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노무도급계약(속칭 ‘품떼기 계약’이라고도 한다)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또한 위 계약서에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위 각 계약의 명칭이나 외관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에 있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 B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B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에 관한 사양서와 설계도면을 제공함으로써 업무의 내용을 정하였다. 또 계약상 공사기간은 2020. 11. 16.부터 2020. 12. 7.까지 20여 일간인데, 위 계약서에는 피해자가 피고인 B에 ‘일일 작업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고, 피고인 A은 실제로 공사기간 동안 거의 매일 아침 공사현장에 들러 피해자와 그날그날 작업할 사항을 의논하고 다른 인부들에게도 ‘안전하게 작업하라’라고 말하곤 하였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 B가 피해자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피해자로 하여금 매일 근무하도록 강제한 것과 다름이 없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피해자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는 피고인 B가 제공하였다. 그리고 위 각 계약상 피해자가 공사를 수행할 다른 인부들을 데려오는 것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나, 다른 인부들의 임금은 피해자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B가 직접 인부들의 계좌로 송금하고, 계약금액 중 다른 인부들의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피고인의 배우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실제로 피고인 B는 이 사건 철거공사 및 재설치공사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데려온 인부들에게 15만원 내지 25만원의 일당을 직접 지급하였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도 25~30만원의 고정된 일당을 기초로 산정된 액수였다. 또 피해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바 없고, 피고인 B는 피해자를 포함하여 인부들 개개인에게 지급한 돈을 일용근로로 처리하여 그에 관한 세금을 납부하였다. 피고인 B가 작성․보관한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에는 피해자도 근로자로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는 다른 인부들과 동일하게 노무제공을 하였고, 작업방법을 결정할 때도 다른 인부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상의하여 정하였으며, 피해자가 다른 인부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피고인 A: 징역 1개월∼10년 6개월
피고인 B: 벌금 50,000원∼1,050,000,000원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피고인 A, 양형기준에서는 상상적 경합범에 대하여 별도의 처리방식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참고사항으로만 제시한다)
[2021. 3. 29. 수정되어 2021. 7. 1. 시행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은 2021. 7. 1. 이후 법원에 공소제기된 범죄에 대하여 적용되나, 수정 양형기준이 발효되기 전에 법원에 공소제기된 사건에 관하여 형을 양정할 때 수정 양형기준을 참고자료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률을 소급하여 적용한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9 판결 참조), 이하에서는 수정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제시한다]
제1범죄(산업안전보건법위반)
[유형의 결정]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 02. 산업안전보건법 범죄 > [제2유형]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개월∼1년 6개월
제2범죄(업무상과실치사)
[유형의 결정]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 01. 과실치사상 > [제3유형]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사고 발생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금고 4개월∼10개월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 A: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벌금 7,000,000원
불리한 정상: 피고인 A은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를 비롯한 인부들을 사용하여 직영공사를 하는 것임에도 노무도급계약의 외관을 취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의무를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상호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유족들이 피고인 A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청의 수시감독 결과 판시와 같이 또 다른 안전조치 불이행 사항이 발견된 점까지 보태어 보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유리한 정상: 피고인 A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면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당시 사고현장에 고소작업대가 마련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다. 피고인 B의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는 다소 느슨한 편이었고, 사고 발생과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피고인 A이나 피고인 B 측 관계자가 한 것은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가 유족들에게 지급되었거나 앞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 B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한 가압류와 관련하여 피고인 B가 현금 1억 원을 해방공탁 하였다. 피고인 A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강지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