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사건 도급계약
원고는 2019. 1.경 피고가 운영하는 C, D(이하 통틀어 ‘이 사건 발전시설’이라 하고, 그 일부를 ‘C, D’라 한다)에 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F, G 주식회사와 공동수급체(이하 ‘원고 공동수급체’라 한다)를 구성하였다.
원고는 2019. 1. 24. 원고 단독 명의로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이 사건 발전시설에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9. 11. 29. 계약 내용을 일부 변경하였다. 그 변경된 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내용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해지 통보
원고는 2019. 12. 3.부터 2020. 5. 28.까지 피고에게 여러 차례 준공기한 연장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를 모두 거절하였다.
원고는 2020. 6. 18. 피고에게 다시 준공기한 연장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0. 6. 29.자 공문(이하 ‘이 사건 공문’이라 한다)을 통해 다음과 같이 회신하였다[이하 아래 밑줄 강조 부분을 ‘쟁점 문구’라 한다].
원고는 준공기한인 2020. 6. 30.까지 정화시설을 준공하지 못했다.
피고는 2020. 8. 28.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편입된 일반조건(이하 ‘이 사건 일반조건’이라 한다) 제1.21.1.1조 제2, 3, 5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면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지 통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해지 통보 당시까지도 정화시설을 준공하지 못했다.
피고는 2021. 4. 28.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에 따라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 9, 22 내지 35, 37 내지 40, 을 제1,2, 3, 5, 7, 39, 41, 43, 49, 55호증(이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이 사건 해지 통보 무효 주장 및 이에 관한 판단
준공기한 미도래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피고가 쟁점 문구로써 준공기한을 2020. 6. 30.에서 2020. 8. 31.로 연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이 사건 해지 통보 당시 연장된 준공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
판단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531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계약당사자 일방이 다른 상대방에게 보낸 문서에 기재된 문언의 내용을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위 인정사실과 갑 제6, 32, 3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 주장처럼 피고가 쟁점 문구로써 준공기한을 2020. 8. 31.로 연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발전시설 중 C라도 예정된 기일(2020. 8. 31.)에 상업운전을 개시할 수 있도록 준공기한을 준수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공문에서 피고는 쟁점 문구에 앞서 먼저 ‘납기연장 및 변경계약이 불가하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원고도 이 사건 공문을 송달받은 이후에도 피고에게 2020. 7. 17.자 및 2020. 8. 11.자 공문을 통해 준공기한이 2020. 6. 30.임을 전제로 이를 연장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하수급인들에게도 피고가 준공기한을 연장하여 주지 않으면 하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귀책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이 사건 정화시설의 준공기한이 2020. 8. 31.로 연장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① 코로나19(이하 ‘코로나’라 한다) 확산으로 정화시설 설치에 필요한 기자재의 수입이 지연된 점, ② 원고가 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가 고성군수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피고가 건축허가 신청을 제때 하지 않은 점, ③ 원고가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지하매설물 지장물 도면과 실제 현황이 달라 지하 토목공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점, ④ 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어 2018. 7. 1.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이하 ‘개정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에 따라 근로시간이 원칙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주 52시간으로 단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준공이 지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
채무의 이행지체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은 채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11. 27. 선고 80다177 판결 등 참조). 이하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항목별로 본다.
코로나 확산에 관하여
갑 제2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세계보건기구가 준공기한 전인 2020. 3. 11.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기자재 수입이 일부 지연될 수 있었다는 정도의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원고의 귀책사유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코로나 확산 때문에 어떠한 기자재의 수입이 왜 지연 되었는지, 그것이 정화시설 준공 지연에 각각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을 제4, 17, 3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대부분의 기자재 납품기한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2020. 2. 28.로 정했는데, 원고는 위 납품기한도 지키지 못했다. 원고는 2019. 8.경 이미 탈황폐수처리설비, Instrument Valve 등 기자재 납품이 수개월 지연될 것으로 스스로 예상하고 있었다.
원고는 코로나 확산 전에 기자재 수입에 앞서 마쳐야 할 공정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고의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월간 공정율은 각각 당초 계획 대비 38.6%, 29.5%, 39%에 불과하였다.
피고 명의 건축허가 지연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발전시설에 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 명의로 일부 정화시설에 관한 건축허가가 이루어져야 함은 다툼이 없다.
그러나 갑 제6, 7호증,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는 위와 같은 피고 명의의 건축허가 신청 업무를 원고가 담당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일반조건 제1.14.1조는 “계약상대자는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업무이행을 위해 필요한 인허가를 대한민국 규제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14.4조는 “계약상대자는 계약상대자 인허가 역무 이외에 B이 필요한 인허가를 받는 데 가능한 한 협조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2019. 3. 작성한 사업관리계획서에서 피고 명의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업무를 주식회사 F이 담당하기로 정했다.
원고의 직원 H은 2020. 4. 8. 피고의 직원 I에게 피고 명의로 건축허가 신청을 하는 업무의 추진 상황과 계획을 이메일로 보고하였다.
지하매설 지장물 도면과 현황의 차이에 관하여
을 제4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계약자는 지질 조사, 지장물 조사, 측량 조사 등의 조사 일체를 필요시 수행하여야 하며, 현장조건에 맞는 최적의장비와 공법을 충분히 검토 후 설계에 참여하여야 한다.“, ”발주자가 제공하는 도서는 참고용이며 계약자는 현장에서 실측 및 자료접수를 통해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계획하여야 하며 문제 발생시 그 책임은 계약자에게 있다.“라고 정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에게 제출한 도면은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피고가 그 도면 내용과 지하의 현황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근로시간에 관하여
개정 근로기준법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전에 이미 시행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단축된 법정 근로시간을 감안하여 준공기한을 정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원고의 귀책사유를 면하게 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
절차상 위법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일반조건 제1.21.1.2조에서 정한 계약 해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판단
갑 제6호증에 의하면, 위 일반조건 제1.21.1.2조는 “B은 위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계약상대자에게 서면으로 계약위반 내용과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한다. 계약상대자가 통보를 받은 후 20일 이내 또는 B이 허용한 연장기간 이내에 계약위반 사항을 시정조치하지 않을 경우, B은 계약해지를 통지함으로써 계약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고가 준공기한 전날인 2020. 6. 29. 이 사건 공문을 통해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알린 사실, 그러나 원고는 준공기한으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난 2020. 8. 28.까지도 정화시설을 준공하지 못한 사실, 이에 피고가 2020. 8. 28. 원고에게 서면으로 이 사건 해지 통보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따르면, 위 해지 통보는 위 일반조건 조항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권리남용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피고가 원고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액을 계약이행보증금에서 공제하여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도급계약 자체를 해지한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판단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해지권 행사가 오로지 원고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피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소결
이 사건 해지 통보의 무효사유에 관한 원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효인(재판장) 김정은 엄현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