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6. 9. 1.부터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남성이고, 피고는 국립대학교병원설치법에 따라 설립되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21. 9. 30. 신입 간호사 B(여성)에 대한 실무교육 담당자인 '프리셉터' 역할을 맡게 되었다.
B은 2021. 11. 30. 이 사건 병원 총무과에 익명으로 원고와 관련한 고충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였고(이하 '이 사건 고충심사 청구'라 한다), 피고는 같은 날 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심사 청구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였다.
고충심사위원회는 2021. 12. 2.부터 같은 달 5.까지 4일간 제1, 2중환자실 소속 직원 중 '수간호사와 남자직원'을 제외한 여자 직원 총 77명을 상대로 전수조사(이하 '이 사건 전수조사'라 한다)를 실시하였다. 당시 사용된 질문지에는 "선생님께서 근무하는 동안 A 선생님으로부터 업무시간 외 개인적인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은 적이 있습니까.", "답변이 '있다'인 경우 선생님께서는 A 선생님의 요구가 어떻게 느껴지셨습니까."라는 내용이 있다(이하 '전수조사 질문 내용'이라 한다).
고충심사위원회는 2021. 12. 6. 원고에 대한 조사를 거쳐 2021. 12. 9. 위원회의를 개최하여 같은 날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심의요청을 하였다.
피고 인사위원회는 2021. 12. 20.자 회의를 거쳐 2021. 12. 23. 원고에 대한 징계제청을 하고, 2022. 1. 5.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이하 순번에 따라 '제1, 2, 3 징계사유'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는 이유로 정직 3월의 징계의결을 하였다.
피고는 2022. 1. 13. 원고에게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징계처분서 기재 내용은 아래와 같다.
B은 2022. 2. 1.자로 사직하였다. B이 2022. 1. 24. 제출한 사직서에는 사직 사유가 "개인사정(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으로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호증, 을 제1 내지 7, 9호증(이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절차적 위법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요지
이 사건 전수조사는 남성 직원을 배제한 채 여성 직원만 대상으로 하였고, 질문 내용도 원고에게 불리한 선입견을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성을 상실한 이 사건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다.
판단
이 사건 고충심사 청구 내용은 남성인 원고가 여성인 B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전수조사는 고충심사 청구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실시되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수조사 대상자를 여성으로 한정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일부 인사위원이 2021. 12. 20.자 회의에서 전수조사질문 내용이 적절한지에 관해 의문을 표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질문 내용이 반드시 원고에게 불리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전수조사 질문 내용에 대하여 원고에게 유리한 답변을 한 대상자도 상당수 있는 사정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수조사 질문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전수조사에 이 사건 처분을 무효로 돌릴 만한 위법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요지
이 사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피고는 B의 신빙성 없는 진술만 믿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 ·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우리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위 대법원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제1 징계사유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원고도 B에게 '같이 여행 가자', '집에 놀러 오라', '강원도 같이 놀러가자', '같이 여행 가면 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음은 인정하였다(갑 제6호증 3쪽, 을 제9호증 6쪽). 원고가 피고의 업무상 상급자인 점,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병원에서 서로 알게 되기 전까지 아무런 사적 친분관계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고의 언행은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B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제2, 3 징계사유에 관하여 본다. 갑 제5, 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B이 아래와 같이 이 부분 징계사유에 관하여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그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특별히 모순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이를 신뢰할 수 있다. 이 부분 진술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징계사유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에 관하여
원고 주장 요지
이 사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비위 정도에 비해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다.
판단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등 참조).
갑 제1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인사규정은 성희롱으로 인한 징계의 양정기준을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를 '파면, 해임',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를 '정직'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징계사유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의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효인(재판장) 구준모 김진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