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 5. 28. 선고 2023가단12462 판결

주문

1.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조선기자재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고, 피고는 2006. 10. 9.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 중 2011. 1. 1.부터 생산관리이사 직책을 맡아 수행하다가 2018. 10. 10. 퇴사하였다.

나.

피고는 2018. 10. 9.경 당시 원고 회사의 부사장이던 C와 충돌이 있었다. 다음날인 2018. 10. 10. 피고는 출근하였다가 자신의 자리가 옮겨진 것을 확인하고 C에게 이에 항의하였고, 이후 원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다.

피고는 2018. 11. 29. 원고 회사에 일신상의 사정으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라.

원고 회사는 2018. 12. 3. 피고에 관하여 상실사유를 ‘계약만료, 공사종료,’, 상세상실사유를 ‘기간만료로 인한 퇴사’로 기재하여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계약만료’로 기재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었고, 이에 피고는 2018. 12. 12. 신고사항을 정정하여 달라는 취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하면서, 자신이 타의로 퇴직하게 된 것이므로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마.

이에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는 2019. 1. 17. 피고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를 ‘권고 사직’(전산상 상실사유 : 경영상 필요 및 회사불황으로 인원감축 등에 의한 퇴사)으로 직권 정정하였다.

바.

한편 원고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역고용촉진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한 지역고용계획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장은 2022. 2. 22. 사업주인 원고가 조업시작일 전 3개월부터 조업시작일 후 1년까지 고용조정으로 근로자를 이직시켰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조업시작일 전 3개월부터 조업시작일 후 1년까지 고용조정으로 근로자를 이직시킨 경우’를 지급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4조 제6항 제2호에 따라 위 신청에 대한 지원금 219,158,690원의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사.

이에 원고는 위 거부처분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피고의 이직사유가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4조 제6항 제2호에 정한 지급제한사유에서 말하는 ‘고용조정’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23. 2. 15. 선고 2022구단10857 판결).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5호증, 제10호증 제12호증, 제13호증(각 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확약서상 약정을 통하여 행정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이를 어길 경우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이와 달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하여 허위로 피보험자격 상실사유를 ‘권고사직’으로 변경하여달라는 확인청구를 함으로써 행정관청에 이의제기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확약서상 약정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부회장인 C가 실업급여를 수령해도 된다고 하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하여 피보험자 자격 확인 청구를 하였을 뿐이므로, 이를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행정상의 이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만일 위 확약서상 문언이 피고의 실업급여 수령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원고 회사가 당연히 지급하여야 할 퇴지금에 관하여 부당한 조건 내지 약정을 한 것이거나 피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취지에 반하여 작성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신의칙에도 반하여 효력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가 2018. 10. 10.경 원고 회사의 부회장인 C와 충돌한 후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가 2018. 11. 29.경 원고 회사와 합의하여 피고가 일신상의 사정으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작성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보다 약 2천 1백만 원 정도 많은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으면서 작성한 것으로, 그 내용은 ‘민 형사 및 행정적인 이의를 어떠한 경우에도 제기하지 아니하며, 재직시 사용하는 회사 차량을 즉시 반납’할 것을 약속하며 이를 어길 경우 100,0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약정하는 취지이다. 그런데 위 확약서에서는 ‘행정적인 이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거나 정하고 있지 않는 반면 피고로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행정적인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확약서에 정한 ‘행정상의 이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살피건대 갑제5 내지 15호증, 제17호증, 제22호증, 을제1호증, 제2호증, 제4호증,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2018. 12. 12. 근로복지공단에 한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는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행정상의 이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 확약서에는 피고의 퇴직함에 있어 관련 법령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보다 다액의 퇴직금을 수령하고 회사 또는 관계자에 대하여 민 형사 및 행정적인 이의를 어떠한 경우에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의 퇴직 사실 및 퇴직금 액수에 관하여 언급하며, 피고에게 민 형사상 및 행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확약서상 ‘민 형사상 및 행정적인 이의’에는 회사 또는 관계자를 상대로 퇴직금 또는 피고의 퇴사 사실을 다투는 취지의 민사소송의 제기(민사상 이의), 회사나 관계자들에 대하여 퇴직 및 퇴직금 관련 법령 위반 등을 이유로 한 고소(형사상 이의), 퇴사 또는 퇴직금 지급 여부를 다투는 취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또는 임금체불 신고 등(행정상 이의)가 해당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 확약서 자체에는 피고의 실업급여 수령 및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 회사에서 퇴직하였음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하여,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한 피고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의 내용을 변경하여 달라는 취지의 ‘피보험자격확인청구’가 위 확약서에 정한 ‘행정상의 이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당시의 상황 및 피고가 위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하게 된 경위, 확인청구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②

피고는 2018. 10. 10.경부터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가 원고 회사의 D 이사가 2018. 11. 23.경 피고에게 연락하여 ‘좋게 마무리 하자’는 취지로 만남을 제안하였고, 2018. 11. 29. C와 퇴사처리, 실업급여 수령 및 차량 반납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피고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작성한 것이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기 전인 2018. 11. 21. 원고의 회장에게 원고 회사를 떠날 것이고 사직서를 쓰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피고는 2018. 11. 22.경 원고 이사인 E 이사와 통화하면서, ‘사직서는 원고 측이 원하는 날짜로 쓰겠다’, ‘퇴직금 정산은 반납 전 것으로 계산 해달라’, ‘사실상 해고이므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던지 그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라는 취지의 요구를 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8. 11. 29.경 C와 만난 자리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C는 ‘임기만료로 퇴직한 것으로 우리가 등록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피고가 수긍하였다.

이후 원고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2018. 12. 3.경 피고의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계약만료’로 등록하였다. 그러나 실제 피고는 원고가 등록한 상실사유로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고, 이에 피고는 2018. 12. 12.경 상실사유를 변경하여 달라는 취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C가 2018. 10. 10. 자신이 직위해제 되었다고 이야기 하였고, 회장은 집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 2018. 11. 28.경 C, E과 만나 퇴직금, 실업급여 혜택 등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 수순으로 들어갔으나 현재까지 실업급여 관련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자진퇴사가 아니다’라는 취지를 기재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담당자는 위와 같은 사실확인서 및 사직서를 원고 회사에서 작성하여 피고는 날인만 한 점, 메시지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하여 상실사유를 ‘권고사직’으로 직권으로 변경한 것이다.

③

이와 같이, 오히려 피고가 사직서 및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는 원고 회사 측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고, 원고 회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퇴사사유를 등록해주겠다고 약정하고, 다만 퇴사사유를 ‘해고’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 원고가 고용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그 상실 사유를 ‘계약만료’로 한 것으로 보인다.

④

즉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당시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이에 협조하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를 ‘계약만료’로 등록하면 피고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가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태로 원고 회사에서 퇴직하는 한편 회사와 관계자에 대하여 민형사상 및 행정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 어디에도 피고의 퇴직 ‘사유’ 또는 피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사유와 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행정적인 이의’에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에 등록한 피보험자격 상실사유의 변경을 청구하는 것까지 ‘행정적인 이의’에 해당하는지 그 문언 자체로는 분명하지 않다. 더군다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 등록 및 실업급여 수령은 원칙적으로 법령에 정하여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사용자와 피고용자의 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원고와 피고의 예상과는 달리 피고의 자격상실 사유를 ‘계약만료’로 하여서는 피고가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피고로서는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하여 상실사유의 변경을 요청하는 취지의 자격확인 청구를 한 것이다.

한편 피고는 피보험자격확인청구를 하면서 (비록 원고의 주장과는 세부 내용이 일부 다르기는 하나) 피고의 입장에서 원고 회사에 퇴직한 경위를 설명하는 취지를 설명하는 사실확인서 및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하였을 뿐, 명백한 허위 사실을 신고하거나 자료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근로복지공단은 나름의 조사를 하여 피고의 자격상실 사유를 직권으로 정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행정적인 이의’에 위와 같은 취지의 피고의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까지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위와 같은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확약서의 취지를 그와 같이 해석할 수도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금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