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망 F은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의 공장장인 직원으로, 2023.1. 5. 11:24경 통영시 G에 있는 피고 회사 공장 내 유류저장 탱크의 외부 유량계 수리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유증기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 폭발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외상성 거미막하출혈, 외상성 경막하출혈, 두개골 및 안면골의 골절, 좌측 얼굴 등 2도 화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 F은 2023. 1. 5. 이 사건 사고 직후 H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화상치료를 받은 후 피고 의료법인 E(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입원하였고, 피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23. 1. 11.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진되어 격리병실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다가, 2023. 1. 18.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원고 A은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인 법정상속인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12, 14, 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 회사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망인이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이 있는 유류탱크 유량계에 용접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36조 제12항, 제240조 등에 따라 화재 또는 폭발의 예방과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사고로 인한 망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병원에 대하여
피고 병원은 망인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면서 망인에 대한 패혈증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고 사망 전날부터 패혈증 증상이 관찰되기 시작하였음에도, 패혈증 진단과 내과 전문의와의 협진을 지연하였고 항생제가 뒤늦게 투여되어 결국 망인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병원은 위와 같은 의료상 과실로 인한 망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단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위험물이 있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 또는 그 상부에서 불꽃 등을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화기·기계·기구 및 공구 등을 사용해서는 아니되며(규칙 제239조), 인화성 유류 등이 있는 탱크 등 용기에 대하여는 유류 등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한 후가 아니면 화재위험작업을 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망인이 유증기로 인한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유류저장 탱크에서 그 부속물인 유량계 수리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3호증의 기재, 원고 A의 당사자본인신문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입원한 원고 A에게 '유류탱크 용접 작업을 하기 싫었는데 사업주가 지시하여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갑 제14, 15, 16호증, 을가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유류저장 탱크에는 유류의 흘림, 화기엄금을 내용으로 하는 소방안전표지가 부착되어 있고, 피고 회사에서는 공장 내에서, 특히 유류저장 탱크 주변에서 불을 피우지 말라는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던 점, 망인이 수리한 유류저장 탱크의 유량계는 도르래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피고 회사에서는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도르래를 용접하는 방식으로 부착한 사실은 없었던 점, 망인은 당시 공장장으로서 대표이사 지시 없이도 자율적으로 사업장 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의 직원들 및 대표이사 I은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경찰 조사 당시 유류저장 탱크 수리에 용접을 하라는 지시를 들은 적이 없고 위 탱크에 용접을 한다는 것을 예상하지도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위 형사 사건에서 I에 대해 망인이 유류저장 탱크의 유량계 수리를 위해 용접작업을 할 것이라는 사정을 예측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일부 사실들만으로는 망인이 유류저장 탱크에서 용접 작업을 한 것이 피고 회사 측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거나 위 사고에 관하여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하는 등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나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병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갑 제7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23. 1. 17. 08:40경 고열과 몸을 떠는 증상을 보였고, 이에 감염성질환에 사용하는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가 투여되었던 사실, 망인은 사망 당일인 2023. 1. 18. 06:30 대변을 가리지 못하고 인지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로부터 90분이 경과한 08:09경 저혈압 등 패혈증 증상이 의심되어 내과 전문의 협진이 의뢰되었던 사실, 망인은 같은 날 10:35 중 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전신에 청색증이 관찰되는 등 패혈증 쇼크 상태를 보였고, 12:03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을나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망인은 2023. 1. 11. 코로나19 감염 이후 해열제, 진통소염제 등을 투약받고 1. 16.까지 증상이 호전되는 상태에 있었던 점, ② 망인이 1. 18. 08:40경 체온이 증가하고 오한 증세가 왔으나 혈압, 호흡, 산소포화도 등 소견은 안정적이었고, 그 무렵 혈액검사 등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에도 패혈증 진단 기준에 합당한 정도는 아니었던 점, ③ 진료기록감정에 의하면, 망인의 1. 17.부터 1. 18. 사망시까지의 활력징후에 비추어 보더라도 패혈증을 의심하거나 추정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고, 망인에게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원인을 감염으로 의심하거나 추정할 수는 있으나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흉부영상검사상 코로나19에 의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원발 감염 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영상 검사 근거도 없었던 점, ④ 망인이 급격한 상태의 악화로 사망하기는 하였으나 의료진의 대응이 부적절하였다고 볼 근거 또한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일부 사실들만으로는 망인이 이미 패혈증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 병원 측의 진료상 과실로 패혈증에 대한 발견이나 치료가 늦어져 망인이 사망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 병원 측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병원에 대한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세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