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B'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 회사와 소사장계약을 체결한 후 2012. 7. 16.경부터 피고 회사의 공장에서 보링 기계(boring machine, 구멍을 뚫는 공작기계)를 사용하여 제품 가공 작업을 하였다. 피고 회사는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로부터 하청받아 선박부품 등을 제작하는 업체이다.
원고는 2013. 5. 4. 크레인 작업 중 떨어진 물건에 오른손 세 손가락이 협착당하는 사고를 당하였고, 그 후 피고 회사에서 다시 작업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피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원고가 작업하던 기계들은 처분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 사고를 원인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여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장으로부터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2013. 7. 10. 불승인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이의하여 심사청구를 제기하였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3. 10. 21. 최초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7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형식만 소사장이었을 뿐 실질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여 온 것인데, 사고 후 2013. 7. 12.부터 다시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고자 하였으나 거부당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한다. 또한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이 일방적으로 원고의 근로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위 2013. 7. 12.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임금으로 원고에게, 원고의 피고 회사에서의 소득자료를 기초로 산정한 평균임금에 의한 일당 173,120원을 기준으로 한 월 5,265,733원(173,120원 × 365/12)을 지급하여야 한다. 만약 위 임금액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중노임단가 중 보링공을 기준으로 한 금액으로 2013. 7. 12.부터 2013. 9. 11.까지는 월 2,137,830원(2013년 상반기 노임단가 97,791원 × 가동일수 22일), 2013. 9. 12.부터 복직할 때까지는 월 2,217,402원(2013년 하반기 노임단가 100,791원 × 가동일수 22일)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회사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회사는,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면 이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하기에 원고가 요양급여 신청절차에서 실제와는 달리 근로자로 인정받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는데, 원고가 위와 같은 약속을 어기고 이제 와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함은 금반언이나 신의칙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는바, 원고의 이 사건 소가 부제소합의 또는 신의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보아 판단한다.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와 증인 C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원고의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 회사의 주장은 더 살펴 볼 것 없이 이유 없다.
본안에 대한 판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를 기초로 보건대,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결국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요양급여의 승인을 받은 사실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고, ① 원고는 피고 회사의 공장에서 작업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작업하였고 원고가 작업한 부분은 피고 회사의 생산공정의 일부인 사실, ②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일정과 근무시간에 맞추어 작업하고 출·퇴근하였던 사실, ③ 원고는 피고 회사로부터 원자재와 부품, 공구 등을 모두 제공받았고 사용한 보링 머신도 피고 회사의 소유였으며 피고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작업한 사실, ④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을 하였던 기간 동안 다른 업체의 작업을 한 사실이 없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한 적도 없는 사실, ⑤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서 작성된 소사장계약서(갑 제1호증) 제6조는 "원고의 소속 사원들의 피고 회사의 장소 내에서의 모든 행동은 피고 회사의 사규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3호증, 갑 제4호증의 2의 각 일부 기재, 증인 D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사실들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한다.
그러나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3호증, 갑 제4호증의 2의 각 일부 기재, 갑 제5호증의 1 내지 10, 갑 제6호증의 각 기재, 증인 C, D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에다가, 원고가 피고 회사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작업한 것은 피고 회사가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보이고, 피고 회사의 작업일정과 시간 등에 맞추어 작업한 것도 원고가 작업한 부분을 포함한 피고 회사의 공정이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에 대한 납품기일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특성을 고려할 때 수긍할 수 있는 점, 피고 회사로부터 충분한 작업량을 할당받았기에 다른 업체의 작업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이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작업한 제품 개수에 따라 재료비 등 소정의 비용을 제외한 제품 단가의 30%를 피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았고 고정급은 없었으며, 그에 따라 피고 회사의 일반적인 생산직 근로자들보다 많은 금액인 월 300만 원~700만 원 정도를 지급받았다.
원고는 작업 내용에 따라 피고 회사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대금을 지급받았으며 직접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원고는 요양급여를 지급받기 위한 근로복지공단과의 문답에서 소사장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시작한 경위에 관하여, 급여가 맞지 않아 피고 회사 입사를 포기하고 대신 피고 회사 측의 권유에 따라 소사장으로서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생산직 직원들과는 달리 개인 피복과 안전보호구를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하였고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도 대금을 지급하고 제공받았다.
피고 회사는 원고의 인사기록 등의 서류를 관리하거나 근태 상황을 기록한 바 없다.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소사장계약서는 제11조, 제14조에서 원고가 작업한 제품에 그 책임으로 인한 불량 또는 하자가 있을 경우 원고가 변상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고 원고의 책임으로 납기를 지체할 경우의 지체상금도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피고 회사는 원고가 작업한 제품들에 하자가 발생하였을 때 원고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에 관하여 논의하기도 하였다. 또한 위 계약서 제12조, 제15조는 피고 회사의 장비와 공구 사용에 따른 원고의 관리, 수리 및 변상의무를 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출근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아침 조회에 참석하지 않아 피고 회사로부터 출근 시간을 지킬 것을 요구받았고 아침 조회에 참여할 것을 권유받기도 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항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소결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자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다른 점에 대하여 더 살펴 볼 것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상렬(재판장) 최아름 강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