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17. 5. 11. 선고 2016노2563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피고인은 페인트 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므로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가 없었음에도, 원심은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를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

2)

원심판결의 형(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판결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법리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고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특히 물품거래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따른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240 판결 취지 참조).

2)

계속적인 물품거래관계에서 일시적인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러한 결과만으로 물품을 공급받은 사람의 행위가 편취의 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마저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고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도2970 판결 취지 참조).

나.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4년 3월경 당시 2003년경부터 사업을 하면서 체납한 국세 및 미지급한 임금 등 10억 원이 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반면, 재산으로는 압류된 콘도회원권(1,200만 원 상당)과 2003년식 트라제 차량 1대만 있었다.

②

피고인은 거액의 채무 때문에 자신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칠 수가 없어 각 고등학교 선배인 Q의 E와 R의 S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년 3월경부터 2014년 7월경까지 H의 공장을 임차하여 T 및 O(두 회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이므로 이하 'T'이라고만 한다)로부터 도급받은 도장공사와 U(대표 M)으로부터 하도급받은 도장공사(U은 V로부터 도급받았다)를 각 시공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4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피해자로부터 위 도장공사에 필요한 페인트를 원심판결 별지와 같이 공급받으면서 피해자에게는 공급받는 달의 다음 달 말일에 페인트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하였다.

④

피고인은 도급인인 T과 U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위 회사들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여 최초 지급일인 2014. 4. 30. 피해자에게 2014년 3월분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피해자에게 T과 U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2014년 5월경 추가로 세 차례 더 페인트를 공급하였다.

⑤

피고인은 2014. 5. 19. T으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을 피해자가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합계 약 3,800만 원 상당의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2014. 6. 11. U으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을 피해자가 직접 받을 수 있도록 2,500만 원 상당의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⑥

피고인은 2014. 6. 20.부터 2014. 6. 23.까지 U으로부터 6,610만 원을 지급받게되었는데, 피해자에게 2,500만 원 상당의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었음에도, U에게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임금과 임대료를 먼저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U은 위 6,610만 원을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지급하였고, 피해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⑦

피고인은 2014년 6월경 T으로부터 1,200만 원을 지급받아, 2014년 7월경 피해자에게 그 중 720만 원만 지급하였다.

⑧

피고인은 당심판결 선고일까지 피해자에게 위 720만 원을 포함하여 4,700만 원만 변제하였다.

⑨

피고인은 2011년 8월경부터 2012년 4월경까지 자신의 처 W의 X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였는데, 당시에도 도급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아 피고인이 공급받은 물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도급인으로부터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2)

위 인정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페인트를 공급받을 당시 10억 원을 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반면 자산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도급인들로부터 공사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아야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2003년경부터 10년 이상 사업을 해왔는데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 물품대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도급인의 경영악화로 계획대로 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직불동의서를 작성해 주었음에도 U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게 되자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임금과 임대료에 우선 사용하였고 결국 피해자는 U으로부터 직불 받지 못하였으며, 당심판결 선고일까지도 물품대금의 절반 정도만 변제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물품대금을 약속한 날짜에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최소한 편취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되고, 기망행위도 인정된다.

3)

한편,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를 인정한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그러한 사정 또한 찾기 어렵다.

4)

그러므로 편취의 고의와 기망행위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피해액의 절반 이상이 변제된 점, 피고인이 악의적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기보다는 사업의 전망과 자신의 변제능력을 과신하여 페인트를 공급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도급인의 사정 등으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 이 사건 결과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사유이고, 피고인이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워 물품대금을 변제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알고서도 단기간에 피해자로부터 많은 양의 페인트를 공급받아 상당한 피해를 입힌 점, 피해액의 절반 정도는 아직 변제되지 않았는데 피고인의 기존 채무 규모와 이 사건 범행 후의 사정(이 사건 범행 당시의 사업 또는 그 이후의 사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두 차례에 걸쳐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모두 확정되었다)을 고려할 때 남은 피해액의 회복가능성이 낮은 점 등은 불리한 양형사유이다. 위와 같은 양형사유들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경제상황, 범행에 이른 경위 및 동기, 기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에 관한 모든 사항을 종합해 보면, 원심판결의 형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당심에서 추가로 고려할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김도영 이지훈

각주1) 2013년 5월경과 6월경 퇴직한 근로자 23명의 임금 합계 4,087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2014. 5. 13. 울산지방법원(2014고약1762)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2014. 10. 7. 정식재판청구기간 도과로 확정되었고,2013년 8월경 퇴직한 근로자 3명의 임금 합계 39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2014. 9. 15. 같은 법원(2014고약8824)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2014. 10. 11. 정식재판청구기간 도과로 확정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