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C은 독립된 사업자로서 노무 용역을 제공한 것이지, 피고인의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창고 수리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다. 설령 피고인이 사용인에 해당하더라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밀양시 B에서 상호 없이 양계업을 하는 사람으로 2016. 3. 2.부터 2016. 3. 30.까지 사이에 18일간 일용직근로자 C을 고용하여 양계장 업무 및 창고 수리 업무에 사용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하고, 요양 중에 있는 근로자에게 그 근로자의 요양 중 평균임금의 100분의 60의 휴업보상을 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한 후 지체 없이 그 유족에게 평균임금 1,000일분의 유족보상을 하여야 하고, 평균임금 90일분의 장의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3. 30.경 피고인의 양계농장 창고 수리 작업을 하다가 지붕에서 떨어져 뇌내출혈 등 재해를 입고 2016. 3. 30.부터 2016. 4. 12.까지 요양을 한 근로자 C에 대한 요양보상비 5,242,920원, 휴업보상비 858,000원(11만 원 × 13 × 0.6)을 보상하지 아니하고, 2016. 4. 13. 00:28경 근로자 C이 뇌내출혈로 인한 뇌간실조로 사망하게 되었음에도 위 C의 유족에게 지체 없이 유족보상금 1억 1,000만 원(1,000 × 11만 원), 장의비 990만 원(90 × 11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각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원심에서 한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이를 배척하였다. ○ 망인이 담당한 계사청소 작업은 단순 노무 작업이고, 창고수리 작업 역시 전문적인 공사능력 내지 자격 등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그와 같은 능력이나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도 아니하였다.
망인은 오전 8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등 근무시간을 준수하였고, 근무장소도 계사 또는 창고로 일정하였다.
망인이 창고수리 작업을 하면서 활용이 가능한 기존 자재는 다시 사용하되 그렇지 않은 자재는 망인이 일단 구입하여 사용하고 나중에 피고인이 그 비용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망인이 작업을 위해 준비한 여러 도구는 전문적인 공사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망인에게 근무일수에 따라 계산한 돈(일 11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심의 판단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2001년부터 양계업을 하였고, 병아리를 사육하여 출하한 후 청소하는 작업을 하기 위하여 간헐적으로 인부들을 고용하였다. 망인은 2015. 10.경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2, 3일 정도 계사청소작업을 한 적이 있고, 2016. 3. 2.부터 2016. 3. 16.까지 중 11일간 계사청소작업을 하였다. 피고인은 망인에게 계사청소작업에 대한 보수로 일당 11만원을 지급하였고, 계사청소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점심식사를 제공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창고 건물은 2003년 태풍으로 파손되어 약 13년간 대부분의 지붕이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6. 3. 계사청소작업을 하러 온 망인이 파손된 창고를 보고 "왜 저런 상태로 방치하느냐, 내가 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수리를 제안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망인에게 창고수리작업을 맡기게 되었다.
창고수리작업은 계사청소작업이 끝나고 6일이 지난 2016. 3. 22. 시작되었다. 망인은 창고수리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형인 E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으나 E이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망인이 혼자 수리작업을 하였고, 망인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도구들(흙손, 수평계, 수평실, 물반호스, 미장솔, 슬레이트못, 콘크리트못 등)을 직접 가지고 와서 작업을 하였다. 그 밖에 창고수리작업에 필요한 재료는 창고에 있는 것을 우선 사용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료는 망인이 구입해 와서 쓰거나, 피고인 측이 망인의 부탁을 받아 사오기도 하였다.
망인은 창고수리작업을 하면서 중간에 인근 M에 있는 처형 소유의 밭에 가서 밭일을 몇 번 도와주었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의 허락을 따로 받지는 아니하였다.
2016. 3. 30. 사고가 발생한 후 2016. 4. 13. 사망할 때까지 망인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2016. 4. 4. 피고인의 배우자가 위 병원을 방문하여 망인의 배우자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망인 사망 직후 피고인이 망인의 가족들에게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려 하였으나 이 역시 거절당해 지급하지 못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2016. 4. 18. E의 계좌로 220만 원[망인 몫으로 198만 원(= 일 11만 원 × 18일), E 몫으로 22만 원)을 송금하였다.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 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도599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본 법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피고인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당심 감정 결과에 따르면, 망인이 한 창고수리업무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조적공이나 지붕잇기공 등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 전문적 시공 업무에 해당하고, 농촌일용인부 등 누구라도 직접 또는 타인의 일부 보조를 받아 행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감정 결과, 망인이 이미 시공한 부분은 그 시공 상태가 상당히 불량한 상태로 조사된 점에 비추어 망인에게는 창고수리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이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하여 위 창고수리업무 자체의 전문적인 성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망인은 계사청소업무를 하는 동안 오전 8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점심식사도 피고인의 관리, 감독 아래에 한 반면, 창고수리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피고인의 허락 없이 중간에 다른 밭일을 하기도 하였고, 점심식사도 피고인과 함께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계사청소업무를 할 때에는 망인이 할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였고, 계사청소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망인에게 제공하였다. 그러나 창고수리업무를 할 때에는 피고인이 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망인에게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필요한 장비는 망인이 모두 준비하였으며, 일부 피고인 측이 제공한 재료도 망인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구매한 것이다. 또한, 망인은 창고수리업무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할 것인지 여부도 스스로 결정하였다.
피고인과 망인은 창고수리업무 종료시기에 대하여 명확하게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위 업무는 계사청소업무와 달리 망인의 기술 수준에 따라 종료시기가 달라지는 것이어서 계사청소업무 당시 일당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망인이 위와 같이 자기 가족의 밭일을 하러 가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이 2016. 4. 18. 망인 측에게 198만 원을 지급한 것은 망인이 살아있을 때 창고수리업무에 대한 일당을 정확하게 정한 바 없고, 위로금의 액수에 대하여도 망인 가족들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정산하려는 생각으로 계사청소업무 당시 일당을 기준으로 계산한 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의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기인(재판장) 정연희 조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