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배임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 및 피해자 D를 기망한 바 없고,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의 점에 관한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에 관하여 공소사실 제1의 가항 7~9행 중 "피해자로부터 3D프린터 대금을 받더라도 이를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의사였기 때문에 E 주식회사에 3D프린터 대금을 완납할 의사가 없었고" 부분을 "피해자로부터 3D프린터 대금을 받더라도 E 주식회사에 3D 프린터 대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피고인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의사였고"로 변경하고, 15~16행 중 "합계 30만 달러(원화금액: 347,739,000원)를 피고인 명의의 F은행 계좌(계좌번호: G)로 송금받았다" 부분을, "3D 프린터 대금 전액인 합계 30만 달러(원화금액: 347,739,000원)를 피고인 명의의 F은행 계좌(계좌번호: G)로 송금받아 그 중 6만 달러만을 E 주식회사에 대금 명목으로 송금하고, 6만 달러를 P에게 매매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송금하여 나머지 18만 달러(한화 208,643,4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으며,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여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한편 원심은 피해자 D에 대한 사기죄 및 피해자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대한 배임죄, 피해자 K 주식회사 및 피해자 M 주식회사에 대한 각 횡령죄와 위와 같이 공소장변경의 대상이 된 사기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배임의 점에 관한 직권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창원시 성산구 H에 있는 주식회사 I(이하 'I'라 한다)를 운영하는 자로서, 2015. 9. 22.경 위 회사에서 피해자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창업기업지원자금(시설자금) 272,000,000원을 대출받으면서 피해자에게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I의 소유인 토지 및 건물, 위, 토지, 건물, 공장 내 설치된 기계, 기구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326,400,000원의 공장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피해자가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공장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위 기계들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거나 위 담보 목적물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이를 관리하면서 담보가치를 유지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8. 2. 26.경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 기계 중 감정평가 가액 합계 164,200,000원 상당의 터닝센터(PUMA GT2100) 2대를 J에게 79,000,000원에 임의로 매도하여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 법리는 그 논리적 구조가 같은 공장저당권설정계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공장저당권설정자인 피고인이 공장저당권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각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장저당권설정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중소기업진흥공단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 회사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중소기업진흥공단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체결한 공장저당권설정계약이 피고인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위하여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등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소결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 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 3.에서 이를 판단한다.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에 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B로부터 3D 프린터(FM450, 이하 '이 사건 프린터'라 한다)의 대금을 지급받더라도 일부만을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I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여 피해자 B에게 이 사건 프린터에 대한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이전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B에게 이 사건 프린터를 수입하여 인도해 주고, 설치완료일로부터 1년간 성능을 보장해 주겠다고 기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편취범의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 B과 이 사건 프린터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당시 I는 약 60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등 회사가 보유한 자산 보다 채무가 많았고, 2016. 9. 세무조사로 약 2억 5천만 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받은 상태였으며, 직원들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피고인은 2017. 7. 17. 근로자 AA(2015. 4. 1.부터 2016. 12. 24.까지 근무) 등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창원지방법원 2017고약4903), I는 2017. 10. 28. 법인회생신청을 하였다.
피고인과 E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프린터에 관한 계약에 따르면, 이 사건 프린터 대금 20만 달러 중 6만 달러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12만 달러는 선적 직전에, 2만 달러는 설치 및 시운전으로부터 4주 이후에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프린터는 2017. 2. 10.경 선적되고 2017. 2.말경 피해자 B에 설치되어 시운전이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은 2017. 2. 10.경 중도금 6만 달러, 2017. 3. 말경 잔금 2만 달러를 E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8. 2. 17. 피해자 B로부터 중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15만 달러 중 149,990 달러(2017. 2. 20. 관세 및 수입부가세 39,290 달러, 2017. 2. 22. I 운영비용 3만 달러, 2017. 2. 24. I 운영비용 등 3만 달러, 2017. 3. 3. I 운영비용 5만 달러, 2017. 3. 22. 통관비용 700달러)를 대부분 I의 운영비용으로 사용하였고, 2017. 3. 24. 피해자 B로부터 잔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3만 달러도 같은 날 I의 운영비용으로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직원들의 급여 등이 급한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 B로부터 받은 돈을 우선 직원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고 차후에 공장을 매각하여 이 사건 프린터 대금으로 지급할 계획이었고, 공장이 매각되지 않으면 이 사건 프린터 대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6년 경부터 위 공장을 매각하려고 하였으나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매수 의향이 있는 자들도 근저당권 최고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하였으며, 위 공장에 관한 경매 과정에서 이루어진 감정평가금액도 위 공장에 설정된 근저당권최고액 보다 낮았으므로, 피고인이 위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프린터 대금을 납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및 피해자 B, E 사이에 이 사건 프린터에 관한 계약을 중개한 P은 '피고인이 E에게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자, 자신이 중도금을 대신 지급하였으니 중도금을 달라고 거짓말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에 불응하면서 잔금까지 받으면 한꺼번에 지급하겠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P이 신용불량자로 자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E에 중도금이 지급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P이 E에 중도금을 지급한 것으로 믿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E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은 손쉽게 E에 중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만일 P이 중도금을 지급하였다고 믿었다면 적어도 P에게는 중도금을 지급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P과 중도금 지급에 관한 정산 협의를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 B로부터 이 사건 프린터 대금 받으면 일단 운영비로 사용할 생각이었고, 이 사건 프린터 대금을 완납 안하면 환수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피해자 D에 대한 사기에 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D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므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편취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위 가.에서 본 바와 같이 I는 2016년 경부터 재정이 악화되었고, 2017년에 이르러서는 매출이 급감하는 등 재정이 더욱 악화되었다.
D는 '2017. 6. 5. 피고인이 자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피고인에게 금전을 차용해 줄 당시 피고인이 주장하는 투자자를 만나거나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고, 이 사건 프린터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2017. 5. 10. 주식회사 AB, 주식회사 AC와 운영자금지원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위 약정서에 첨부된 2017. 5. 10.부터 2017. 8. 31.까지의 운영자금 지원 일정표에는 피해자 D에 대한 채무 등 피고인 의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항목이 없고, 각 일시별로 지원되는 지원금에 대한 사용 용도가 특정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약정에 따른 운영자금 지원금으로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은 공소장이 변경된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의 점, 당심이 무죄로 판단한 배임의 점, 그리고 나머지 범죄사실이 전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그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