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아래와 같이 거시하는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9. 6. 4. 사망한 사람이고, 원고들은 망인의 상속인들로서,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 B, 원고 C은 망인의 자녀이다(갑 제2, 3호증 참조).
피고 E는 2015. 4. 1.경 ‘G’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 D 주식회사(이하 ‘피고 D’만이라고도 한다)로부터 ‘C.V.Joint’(자동차 부품의 일종이다) 조립 공정 등을 하도급받아 피고 D의 창원3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서 위 업무를 수행하였다[을가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달리 특정하지 않는 한 이하 같다) 참조].
망인은 2018. 2. 중순경 피고 E와 사이에, 망인 자신이 위 ‘G’의 업무에 관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018. 2.자 근로계약의 계약서(이하 ‘2018. 2.자 근로계약서’와 같은 방식으로 적시한다) 중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망인은 ‘G’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공장 내 조립1반 203 라인에서 ‘C.V.Joint’ 조립 공정을 수행하였고,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부공정을 돌아가면서 수행하였다.
망인은 2019. 2. 11. ‘G’에서 근무하던 중 어깨와 목의 통증으로 조퇴를 하였고, 다음날인 2019. 2. 12. 개인상병을 원인으로 휴직한 것을 시작으로, 2019. 5. 31까지 연속하여 휴직하였다(을나 제2호증 참조).
망인은 2019. 2. 14. I병원에서 ‘염증성 관절막염 및 충돌증후군’으로 ‘관절경 염증 제거술, 전봉 하강감술, 회전건 성형술’ 등의 수술을 받았고, 2019. 3. 4. 창원경상대학교병원에서 ‘경추 5/6번간 추간판제거술 및 추체간 유합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이후로도 망인은 2019. 3. 15.부터 2019. 3. 28.까지 J 정형외과에서, 2019. 4. 1.부터 보름간 K한의원에서, 2019. 5. 10.부터 2019. 5. 21.까지 L병원에서 어깨와 목의 통증 등을 이유로 각 입원치료를 받았다(갑 제23 내지 26, 82 내지 87호증 참조).
망인은 휴직 중인 2019. 4. 26. 피고 E를 찾아가, 사무직 또는 물류 업무로의 보직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갑 제4호증 참조). 이에 망인은 2019. 5. 23. 창원경상대학교병원에서 ‘라인작업이 통증이 없다면 가능하나, 지속적으로 라인작업을 시행한다면 수술 부위 및 위아래 부위의 재발은 가능함’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담은 업무적합성 평가서(갑 제95호증)까지 받았으나 보직 변경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망인은 2019. 6. 3. ‘G’에 복직하여 휴직 전의 업무인 ‘C.V.Joint’ 조립 공정에 투입되었는데, 퇴근 이후 늦은 밤에 집에서 나간 후 원고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2019. 6. 5. 15:26경 망인의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갑 제3호증 참조).
망인의 생전 요양급여 신청에 따라,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9. 12. 18. 망인에 대하여 ‘신경근병 동반 경추5-6번 골원판 파열, 좌측 견관절 염증성 관절막염, 좌측 견관절 회전근개 부분 파열, 좌측 견관절 충돌증후군’(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판정을 하였다(갑 제7호증 참조).
원고 A의 유족급여 신청에 따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0. 4. 24.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판정을 하였다(갑 제6, 52호증 참조).
근로복지공단은 2019. 6. 4.부터 2024. 8. 12.까지 원고 A에게 망인의 사망에 따른 유족보상연금으로 합계 137,745,040원(월 연금지급액 2,496,280원)과 장의비 13,431,520원을 지급하였다(갑 제9, 65호증, 을나 제11호증 참조).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 E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피고 E는 망인의 사망에 관하여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피고 D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E와 연대하여 망인의 사망에 대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피고 D, 피고 E 및 망인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른 파견근로관계에 있고, 피고 D는 파견근로자인 망인에 대하여 직접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 명령을 하는 사용사업주로서 망인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피고 D는 사용사업주로서 망인이 안전한 환경에서 온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보호의무, 파견법에 따른 차별적 처우 금지, 적정한 파견근로의 확보의무 등을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고, 그로 인하여 망인을 고용할 의무가 원시적 불능이 되었으므로, 피고 D는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또는 민법상 계약 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유추적용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만일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 D는 ‘G’를 운영하는 피고 E의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인 피고 E를 지휘ㆍ감독하였으므로, 피고 E의 위 가.항과 같은 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위와 같은 손해배상으로 망인에게 500,000,000원(= 일실수입 350,000,000원 + 일실퇴직금 50,000,000원 + 위자료 1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 대하여 각 상속분 및 본인 위자료로, ① 원고 A에 대하여는 264,285,714원[= (위 500,000,000원 × 상속지분 3/7) + 본인 위자료 50,000,000원], ② 원고 B, 원고 C에 대하여는 각 172,857,142원[= (위 500,000,000원 × 상속지분 2/7) + 본인 위자료 3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
피고 E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다만, 산재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또한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ㆍ입증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ㆍ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ㆍ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 E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E의 지시,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 점, 원고가 ‘G’에서 발병한 업무상 질병인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던 점, 망인이 복직 전 피고 E에게 위와 같은 신체적 고통을 이유로 보직 변경을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큰 좌절과 심리적 압박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되고, 망인이 자살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적 고통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5, 60, 64호증의 각 기재, 증인 M, N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까지 종합해볼 때,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피고 E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거나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이 휴직 전에 ‘G’에서 근무한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고, 망인이 수행한 업무내용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내용과 동일하다. 망인이 업무를 부담한 정도가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유독 과중하였다거나 더 불리한 근로조건 하에 근무를 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원고들은, 망인이 ‘G’에 입사하기 전 피고 D의 다른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무한 것과 비교하면 업무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망인이 ‘G’에 입사하기 전의 사정을 피고 E의 책임으로 감안하기는 어렵다.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참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E는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망인에게, 망인이 현장 근로자이므로 사무실의 대리자리는 줄 수 없고, 물류팀은 인력이 꽉 찼으므로 보내줄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는바, ‘G’의 사업 조직 및 규모, 당시의 운영 상황 등을 감안하면 피고 E가 들고 있는 사유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초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원고의 근무장소가 ‘이 사건 공장 내 조립라인’으로, 업무 내용이 ‘C.V.Joint 조립공정업무’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G’의 작업반장인 M은 이 법원에서, 자신이 팀장으로부터 ‘망인이 아프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팀장에게 ‘망인을 작업라인 내에서 좀 편한 자리로 바꿔주라.’는 이야기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면, 비록 ‘G’에서 망인의 보직을 변경해주지는 못하였으나, 회사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나름대로 망인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2019. 2. 12.부터 2019. 5. 31.까지 3차례에 걸쳐 휴직원을 제출하면서 연속하여 휴직하였는데, 갑 제5, 12, 37호증의 각 기재 등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E가 망인에게 복직을 강요하는 등 휴직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였다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은 2019. 6. 3. ‘G’에 복직한 첫날 귀가하였다가 늦은 밤에 집에서 나와 자살에 이르렀다. 그런데 원고 A이 제출한 각 진술서(갑 제5, 60, 6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집에서 나가기 직전에 배우자인 원고 A이 며칠 전 시누이에게 ‘망인과 이혼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알고 실망감을 내비치며 집에서 나갔다는 것인바, 망인의 자살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 이외에도 가족과의 불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였던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 D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파견근로관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8다243935, 24394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갑 제13 내지 16호증, 을가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N, M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D는 2015. 4. 1.경 ‘G’를 운영하는 피고 E와 사이에, 피고 D가 자동차 부품 조립 공정을 위탁하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17. 4. 1.부터 2020. 4.경까지 위 하도급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면서 하도급계약관계를 유지하여 온 점, ②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중 갑 제13호증(사내업체장 노무교육 시행계획)은 ‘G’가 설립되기 전인 2011년경 작성된 것으로 ‘G’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갑 제14호증(2월 정기 회의체 운영계획)은 작성주체 및 작성시기가 확인되지 아니하며, 갑 제15호증(증거제출 및 설명서), 갑 제16호증의 1, 2, 3(각 판결)은 피고 D의 평택공장과 관련한 다른 사건에서 제출된 서면이거나 그 사건에서 선고된 판결로서, 이들 증거는 모두 ‘G’ 또는 이 사건 공장에서의 근로관계를 알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오히려 원고들이 신청한 증인 N(‘G’의 관리과장), M(‘G’의 작업반장)의 각 증언에 의하면, ‘G’는 피고 D로부터 기계설비를 임대받았으나 비품은 자체적으로 구매하였고, 제조공정업무의 분배 및 지시, 품질관리업무, 작업시간 설정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였으며, 피고 D가 이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D, ‘G’를 운영하는 피고 E 및 원고 사이에 파견근로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달리 파견근로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급관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공사의 시행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도급인은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 여기서 지휘감독이란 실질적인 사용자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공사시행 방법과 공사진행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78372 판결 등 참조).
피고 D가 2015. 4. 1.경 ‘G’를 운영하는 피고 E와 사이에, 피고 D가 자동차부품 조립 공정을 위탁하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17. 4. 1.부터 2020. 4.경까지 위 하도급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면서 하도급계약관계를 유지하여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도급인인 피고 D가 수급인인 피고 E에게 구체적으로 공정업무의 수행에 관하여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중 갑 제13호증(사내업체장 노무교육 시행계획)은 ‘G’가 설립되기 전인 2011년경 작성된 것으로 ‘G’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갑 제14호증(2월 정기 회의체 운영계획)은 작성주체 및 작성시기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갑 제15호증(증거제출 및 설명서), 갑 제16호증의 1, 2, 3(각 판결)은 피고 D의 평택공장과 관련한 다른 사건에서 제출된 서면이거나 그 사건에서 선고된 판결로서, 이들 증거는 모두 ‘G’ 또는 이 사건 공장에서의 업무 형태를 알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오히려 원고들이 신청한 위 증인 N, M의 각 증언에 의하면, ‘G’는 피고 D로부터 기계설비를 임대받았으나 비품은 자체적으로 구매하였고, 제조공정업무의 분배 및 지시, 품질관리업무, 작업시간 설정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였으며, 피고 D가 이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D가 피고 E가 하는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공정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지휘감독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설령 피고 D와 피고 E 사이에 원고들 주장과 같은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의 사용자책임은 수급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수급인인 피고 E의 망인 사망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 D의 사용자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D에 대한 청구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문식(재판장) 차선영 홍대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