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1>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 · 판매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D가 E 주식회사를 인수하여 2002. 8. 7. 신설한 회사로, 인천 부평구와 군산시, 창원시에 각 공장을 두고 각종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 제조, 조립, 정비, 판매와 금융, 보급 및 서비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창원시 성산구 F에 있는 피고의 창원공장(이하 '피고 창원공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별지 원고들 명단 순번 1 내지 90 기재 각 원고들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2007. 7. 1. 시행)되기 전의 법률을 '구 파견법'이라고 하고,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2007. 7. 1. 시행)되어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2012. 8. 2. 시행)되기 전의 것을 '개정 파견법'이라고 하며, 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2012. 8. 2. 시행)된 것을 '현행 파견법'이라고 하고, 이를 통틀어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고용간주되었거나 피고에게 고용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각각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내지 고용의 의사표시 등을 구하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6가합53374호,2018가합53941호, 2018가합51754호, 2018가합53941호, 2018가합54289호, 2019가합54194호, 인천지방법원 2018가합57291호 등, 이하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선행소송을 통틀어 '이 사건 선행소송'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선행소송이 계속 중이던 2022. 4.경부터 2024. 12.경까지 사이에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절차(이하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라 한다)를 진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부제소확약서(이하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라 한다)를 각 교부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에 직접 서명한 다음 이를 피고에게 다시 교부하였다.
이후 피고는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를 거쳐 원고들을 모두 피고의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는 한편, 원고들에게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각 격려금 (8,000,000원 내지 12,000,000원)을 지급하였다. 그 무렵 별지 원고들 명단 순번 1 내지 90 기재 각 원고들은 이 사건 선행소송을 취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10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 창원공장에 파견되어 근무하였으므로, 피고는 구 파견법상 고용간주규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는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개정 파견법 내지 현행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원고들에게 직접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와 같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다가 파견법에 따른 각 고용간주일 내지 고용의무발생일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파견법에 따른 각 고용간주일 내지 고용의무발생일부터 피고가 원고들을 근로자로 직접 고용한 때까지의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은 그중 일부청구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 항변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들은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를 통하여 피고에게 직접 고용될 당시 피고와 사이에 '종래 사내협력업체에서의 근무와 관련된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하여 향후 피고에게 어떠한 민사소송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
피고가 주장하는 부제소합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 비진의 의사표시(민법 제107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파견법,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거나, 착오에 기한 의사표시(민법 제109조)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등 참조). 부제소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 내에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다81053 판결 등 참조), 부제소합의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의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지는 아니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5다228799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 과정에서 피고에게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격려금을 수령함으로써, 본 확약서 체결일 이전의 피고 생산공장에서의 근무와 관련하여 본인과 피고 사이의 고용관계 또는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하여 향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각 격려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격려금을 각 수령하고 특별채용됨으로써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이전의 피고 창원공장에서의 근무와 관련된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하여 유효한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의 무효 내지 취소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①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원고들이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이전에 피고의 공장에서 근무한 것이 피고에 대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임금 내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는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이전의 피고 공장에서의 근무와 관련된 고용관계 또는 근로자파견관계 및 그에 기초한 임금 내지손해배상청구'를 부제소합의의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존부 등을 둘러싸고 수년에 걸쳐 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더욱이 별지 원고들 명단 순번 1 내지 90 기재 각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 내지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이 사건 선행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근로자파견관계를 둘러싼 피고와의 분쟁 내용 및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당시 파견법에 따른 고용간주 내지 고용의무 발생의 법률효과, 나아가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작성으로 인한 법률효과 등에 관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었고, 피고는 위와 같은 분쟁을 원만하게 종결하기 위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상당한 액수의 격려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제출을 요청하였다. 원고들 또한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특별채용절차에 지원하는 한편,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에 직접 서명하여 피고에게 교부하고, 이 사건 선행소송을 취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특히 원고 I를 비롯한 원고들 중 일부는 해당 소송의 제1심에서 일부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취하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작성 경위와 내용, 그 이후 경과 및 이 사건 선행소송의 진행경과,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격려금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거나 그 내용이나 동기가 반사회적이라거나 또는 원고들에게 부당히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원고들이 당시 피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열악한 지위에 있었다거나 또는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특히 별지 원고들 명단 순번 제1 내지 90 기재 원고들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이 사건 선행소송을 진행하였으므로 법률적인 조력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반사회적 법률행위 내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들은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당시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취업을 하여야 하는 궁박한 상황에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는 민법 제107조 소정의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당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는데(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이 사건 부제소합의의 작성 경위와 내용, 그 이후의 경과, 원고들의 나이, 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들의 주장대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에 기재된 원고들의 의사표시가 원고들이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설령 이 사건 부 제소확약서에 기재된 내용이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사정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본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 및 작성 경위, 그 이후의 경과에다가 파견법에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고용간주규정이나 고용의무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단서, 개정 파견법 및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격려금을 지급받았고, 나아가 피고에 직접 고용되기도 하였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파견법,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나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원고들은 피고와의 장기간의 소송 진행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의 부담을 덜고 불확실한 소송결과를 감수할 필요 없이 상당한 액수의 격려금을 지급받으면서 피고에게 직접 고용될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이익과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없는 손실의 위험을 모두 고려한 후에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보이고 그것이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선택이라거나 강행법규의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 기 어렵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 작성 당시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작성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근로관계와 관련된 임금은 별도로 정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나 사정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제소확약서의 내용이 착오에 기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정(재판장) 남승우 김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