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21. 8. 1.부터 2024. 10. 1.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양산시 C 소재 D라는 상호의 제조업체에서 노무를 제공하다가 퇴사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2024. 9.분 임금 3,086,180원, 2024. 10.분 임금 78,880원 등 임금 합계 3,165,060원, 퇴직금 12,022,864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담당 근로감독관은 사업주인 피고를 조사하고 업무일지, 급여입금내역서 등을 제출받아 이를 확인한 후 2024. 12. 10. 원고에 대한 임금 3,165,060원, 퇴직급여 12,022,864원 합계 15,187,924원이 체불되었다는 내용의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위 나.항과 같이 근로자인 원고에게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 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약식기소(울산지방법원 2024고약10867호)되어 2025. 3. 6.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는바(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약식명령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실과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2024. 9.분 및 2010. 10.분 급여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다르게 판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15,187,924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 날인 2024. 10.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와의 합의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장, 휴일, 야간수당을 지급하고, 추가로 매일 1시간씩 150%에 해당하는 수당을 산정하여 매월500,000원 내지 600,000원씩을 더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21. 1.경부터 2024. 9.경까지 법정 한도액을 초과하여 원고에게 지급한 금액이 35,320,000원에 이르므로, 오히려 원고는 피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여야 하는바,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설령 원, 피고 사이에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였더라도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가 기지급한 돈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나, 이러한 점에 관하여 피고의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은엽(재판장) 김주미 박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