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관계법 등의 국회 통과절차가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는 본회의 개의절차가 없었다는 의문이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헌법질서수호를 위한 저항권 행사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위헌제청 결정한다.
주문
위 사건에 관하여 1996.12.31 공포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법률 제5244호), 근로기준법 중 개정법률(법률제5245호), 노동위원회법 개정법률(법률 제5246호), 노사협의회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7호), 국가안전기획부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52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이유
재판의 전제성
이 사건 재판은 신청인 회사가 동 회사의 노동조합인 피신청인이 주문 기재 법률들(이하 '이 사건 법률들'이라 한다)의 국회통과 절차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여 그 금지명령을 구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일부 법학교수들은 피신청인인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헌법질서 수호를 위한 저항권의 행사이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와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것이라면 이 사건 법률들의 국회통과절차의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됨이 분명하다. 만일 이 사건 법률들이 위헌일 경우 그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쟁의행위가 저항권의 행사가 되는 여부는 이 법원의 판단사항이다.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여부에 대한 의문점
이 사건 법률들은 1996.12.26 06:00경 제182회 임시국회의 제1차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동년 12.31 공포되었다. 그런데 위 1996.12.26자 국회 본회의는 국회 본회의 개의에 관한 국회법의 규정에 어긋난다는 의문이 있다. 국회법 제72조(개의)는 "본회의는 오후 2시(토요일은 오전 10시)에 개의한다. 다만, 의장은 각 원내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그 개의시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오후 2시 개의원칙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의장이 원내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변경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위 국회 본회의의 경우 신한국당 수석부총무가 회의가 끝난 후인 06:10경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총무에게, 06:15경 자유민주연합 원내총무에게 회의가 있었음을 통보하였을 뿐 국회법 제72조 단서가 규정하는 의장의 협의절차가 없었다는 의문이 있다. 그리고 국회법 제76조에 의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개의일시를 의원에게 통지하지 아니하고 국회 본회의를 개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해석되는 바, 의장이 어떠한 경우에도 개의일시를 의원 각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것은 회의제의 본질에서 오는 당연한 규정이다. 회의제 구성원의 일부에게만 회의일시를 알리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회의일시를 알려주지 않는 회의가 회의로써 성립할 수 없음은 법의 일반원칙이다. 위 국회 본회의의 경우는 신한국당 소속의원들에게만 본회의가 있음을 통지하고 다른 정당소속의원들과 무소속의원들에게 이를 통지하지 아니함으로써 회의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였다는 의문이 있다. 헌법재판이야말로 2차대전 이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결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헌법파괴 내지 소수파에 대한 위헌적인 기본권침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고안해 낸 장치이다. 이 사건 법률들의 국회통과 절차의 위헌여부를 둘러싸고 국가적 내지 헌법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그에 대한 심판이야말로 헌법재판의 존재의의 자체를 극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중대성과 긴급성에 관해
현재 우리 국가는 위기에 처하여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여건 아래에서 노동계의 총파업은 잘못하면 국가경제를 파탄에까지 직면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국민 모두가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노동계의 쟁의행위가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우선 헌법재판소를 통하여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온 국민의 결단인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헌법문제에 관한한 헌법재판소야말로 최고·최종의 판단기관이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신속히 최고·최종의 결론을 내려줄 중차대한 책무가 있는 것이다. 법원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위헌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여야 하며, 당사자인 노동계나 국회의원들도 위헌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이 헌법의 정신에 맞는다고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로서는 제기된 위헌문제에 관하여 본안판단 이전의 적법성 여부를 시비삼아 판단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본안 판단을 하는 것이 또한 헌법의 정신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여 헌법재판소의 재판도 모두 국민으로부터의 위임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법원은 국민과 더불어 현재의 위기에 대하여 심각히 고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모든 국민은 신속히 노동계의 파업문제가 해결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건 법률들을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그것으로써 노동계의 쟁의행위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므로 즉시 모든 쟁의행위는 종결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건 법률들을 합헌으로 결정한다면 노동계로서는 쟁의행위가 아니라 선거를 통한다거나 다른 적법한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들의 개정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국민 스스로 결단한 헌법의 정신이며, 이러한 헌법의 정신을 존중할 줄 아는 국민만이 참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요컨대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여부에 관한 결정이야말로 현재의 국가위기를 신속히 종결시키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점에서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결정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사명은 실제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 자체가 신속한 처리를 생명으로 하는 가처분신청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최대한 신속한 신속히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