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판결
사건
2015고단155
판결선고
2016. 12. 22.
청주지방법원영동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충북 옥천군 C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의 옥천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 센터장으로 위 센터 내의 시설관리, 작업지시, 근로자 안전교육 등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D는 유료직업소개업체인 주식회사 포트서비스(이하 '포트서비스'라 한다)에 화물의 상·하차, 분류 등 작업에 필요한 인력공급에 관하여 도급을 주고, 포트서비스는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에 같은 내용으로 하도급을 주고, E은 F의 상호로 사업하는 G에게 같은 내용으로 재하도급을 주고, G는 피해자 H(16세)를 고용하고, H는 2014. 12. 21. 21:00경 이 사건 센터에 출근하여 2014. 12. 22. 03:45경 이 사건 센터 B동 작업장에서 화물 분류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물품의 분류 등 공정에 필요한 시설인 벨트 · 롤러 컨베이어가 설치되어 있어 신체의 일부가 말려드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센터 내의 시설관리 등을 총괄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사건 센터 내의 근로자 또는 위 도급을 받은 사업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위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컨베이어의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B동 작업장에 컨베이어운전의 정지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이 사건 센터 내의 근로자 또는 위 도급을 받은 사업자에게 컨베이어운전 정지장치의 위치, 작동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이 사건 센터 내의 근로자 또는 위 도급을 받은 사업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B동 작업장에 비상상황 발생 시 즉시 컨베이어운전의 정지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센터 내의 근로자 또는 위 도급을 받은 사업자에게 컨베이어운전 정지장치의 위치, 작동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로, 마침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피해자가 벨트 컨베이어와 롤러 컨베이어가 이어져 있는 B동 작업장에서 롤러 컨베이어에 정지된 화물을 이동시키려고 벨트 컨베이어 위로 이동하던 중 피해자의 발이 벨트 컨베이어와 롤러 컨베이어 사이에 끼이게 되었고, 그 후 B동 작업장에 있는 근로자들이 컨베이어운전 정지장치의 위치를 알지 못하여 수 분 동안 피해자의 발이 끼어 있는 컨베이어운전이 정지되지 않은 채 계속되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발목 및 발 부위의 다발성 힘줄 및 근육의 손상, 열상, 발목 및 발의 3도 화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H, I의 각 법정진술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신문 녹음파일에 수록된 증인 J, G의 각 진술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신문 녹음파일에 수록된 증인 K의 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40, 49)
각 진단서
CCTV 영상, 현장사진
업무분장표, D 안전교육일지, 각 도급계약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68조(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 요지
피해자가 이 사건 센터 B동 작업장에서 롤러 컨베이어에 정지된 화물을 이동시키려고 벨트 컨베이어 위로 이동하던 중 피해자의 발이 벨트 컨베이어와 롤러 컨베이어 사이에 끼이게 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판시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가 입은 상해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즉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안전교육 의무란 "작업 중 레일 위로 올라가지 말 것"이라는 것인데, 통상적인 상식을 가진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안전교육을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센터 B동 작업장에 비상상황 발생 시 즉시 컨베이어의 운전정지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할 의무나 그 근로자 등에게 컨베이어 운전정지장치의 위치, 작동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센터는 A동, B동, C동 작업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작업장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1분 정도로 가깝다. 이 사건 사고 무렵 피고인은 B동 작업장 책임자인 I과 함께 C동 작업장에 있었는데, 작업담당자 K로부터 이 사건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바로 필요한 조처를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시점부터 컨베이어운전을 정지시킬 때까지 소요된 시간이 약 5분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B동과 C동 작업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C동 작업장에 있는 피고인은 사고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으므로 단지 피고인이나 위 I이 이 사건 사고 당시 B동 작업장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인력배치의무나 안전교육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수급업체 직원들에 대하여 컨베이어 운전정지장치의 위치, 작동방법 등을 교육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고 이 사건 사고와 판시 상해의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이 사건 센터 내 근로자가 근무 중에 벨트 컨베이어 위로 올라가서 작업할 이유가 없었고 보통의 상식을 가진 정상인이라면 그 벨트 컨베이어에 올라가서 밟고 지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며, 더욱이 그 작업장 주변 곳곳에 벨트 컨베이어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경고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으므로 벨트 컨베이어에 올라가는 행동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근로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장소 옆으로 정상적으로 걸어갈 수 있었는데도 굳이 벨트 컨베이어 위로 올라가서 걸어가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앞서 본 안전교육 의무 등을 이행하였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설령 피고인에게 안전교육 등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소속된 D는 다른 인력공급업체에 대하여 인력공급 업무뿐만 아니라 화물 상차·분류 작업에 수반되는 작업장의 시설 및 장비 관리업무까지 도급하고 해당 인력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를 맡겼으므로,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는 일차적으로 수급업체가 부담하고 피고인 측은 그 수급업체를 통한 이차적인 책임만을 부담한다. 피고인이 비록 이 사건 당일에는 수급업체 직원들에 대해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수차례 수급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시행해 왔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수급업체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를 이행한 이상, 피해자에 대해서도 안전교육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판단
안전교육 등 의무 위반 여부,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 존부
아래에서 보는 관련자들의 진술 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센터장으로 센터 내 시설관리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컨베이어 사이에 근로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드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자 또는 수급업체 관리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만일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컨베이어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정지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근로자 또는 수급업체 관리자에게 컨베이어운전 정지장치의 위치, 작동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컨베이어에서의 비상상황에 관한 사전 안전교육, 컨베이어운전 정지를 위한 인력배치 조치, 정지장치의 위치 및 작동방법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지 않아 위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으며, 그러한 과실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예견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봄이 옳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센터의 업무담당자, 위험요소, 교육일지 등
이 사건 발생 전날 21:00부터 당일 06:00까지의 이 사건 센터 야간근무자 현황표를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센터장으로서 야간업무를 총괄하였고, L은 A동 작업장 책임자, I은 B동 작업장 책임자, M은 C동 작업장 책임자로서 각각 수급업체 관리 등 업무를 총괄하였다.
이 사건 센터는 A, B, C동 3개의 작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작업장에는 물품의 분류 등 공정에 필요한 시설인 벨트·롤러 컨베이어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에 "「위험, 경고」롤러에 올라가면 위험합니다, D택배 센터장"이라고 기재된 경고표시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벨트·롤러 컨베이어의 구조나 위치 등에 비추어 벨트 컨베이어와 롤러 컨베이어 사이에 근로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드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D의 2014. 12. 5.자 산업안전 교육일지표에 따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전인 2014. 12. 5. 포트서비스, 주식회사 제니엘시스템(이하 '제니엘시스템'이라 한다) 등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교육을 시행하면서 중량물에 대한 수작업을 할 때의 위험요소와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위 교육일지표에는 이 사건 센터 근무자들이 롤러 컨베이어에 정지된 화물을 이동시킬 경우 벨트 컨베이어 위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거나, 비상상황에서 컨베이어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정지장치의 위치나 작동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 발생 이후에 작성된 D의 2015. 1. 6.자 산업안전 교육일지표에 따르면, 역시 피고인이 포트서비스, 제니엘시스템 등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교육을 시행하였는데, 위 교육일지표에 화물 하차작업에 관하여 "라인별 분류자는 도크별 분류 물품 이동 중 물품 협착 발생 시 항상 중앙레일 정지 후 이동 조치"라고, 화물 상차작업에 관하여 "근무자 도크별 중앙레일 위 이동금지(중앙레일 다리 끼임)"라고 각각 기재되어, 컨베이어 관련 안전교육 사항이 포함되었다.
안전교육 등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
이 사건 관련자들은 피고인이 안전교육 등을 시행하였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먼저 J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E 운영자로서 F에 인력수급 업무를 하도급하였다. 이 사건 당일은 E이 이 사건 센터에서 업무를 하게 된 첫날이었는데, D 측으로부터 관련 장비의 작동 등 작업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받지 못했고, 컨베이어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는 비상 스위치의 위치도 알지 못하였다. 이제까지 23년간 택배업체에서 근무해오면서 신규 수급업체가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D처럼 안전교육, 작업지시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경우는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다.
G 역시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F의 운영자로서 E으로부터 인력수급 업무를 하수급받아 이 사건 센터에 피해자를 비롯한 용역 인부를 제공하였다. 이 사건 센터에서 업무를 하게 된 첫날이어서 D 측에서 안전교육, 컨베이어장치 작동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당시 그러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K 또한 이 법정에서, "E의 하청업체인 N 소속 직원으로서 N 대표 O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 사건 발생 전에 피고인으로부터 안전교육이나 기계작동법에 관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컨베이어 운전을 정지시키려고 했는데 정지 스위치의 위치를 알지 못하여 바로 정지시키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D 소속 관리부장인 P조차도 수사기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즉 "이 사건 센터 내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응급조치, 대처방법 등에 관한 설명서를 따로 마련해 놓지 않았다. 컨베이어운전을 정지시키는 주 전원장치는 사고 발생 지점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으로서 이 사건 센터 B동 작업장 입구 쪽에 있었고, 비상시 정지장치는 사고 발생 지점에서 약 7~8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당시 위 각 정지장치에 대한 작동담당자는 피고인이었는데, 피고인이나 I 과장 모두 이 사건 센터 C동 작업장에서 물품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을 뿐, B동 작업장에는 위 각 정지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라는 것이다.
I 또한 이 법정에서, "D 소속 과장으로 당시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센터에서 근무하였다. 원래 자신은 B동 작업장에 배치되었으나 C동 작업장의 인원이 부족하여 피고인과 함께 C동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B동 작업장에 D 직원은 전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게다가 피고인이 검찰에서는, "이 사건 센터장으로 작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인원통제, 작업지시 및 안전교육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2014. 12. 21. 21:00경 이 사건 센터 작업장에 출근한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 기계작동법 등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까닭에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래 자신이 수급업체 관리자와 작업장 책임자들에게 안전관리, 상·하차 주의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주1회 시행하고, 수급업체 관리자가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같은 교육을 주 2회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 사건 당일은 인력업체가 바뀌는 첫날이어서 작업장에서 처음 근무하게 된 근로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 기계작동법 등에 대해 교육을 시행하였어야 했는데, 당시 인력 자체가 너무 부족하여 C동 작업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느라 근로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행하지 못했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의 비상정지 스위치 위치가 종전에 변경되었던 터라 그 위치를 D 직원들만 알고 있었고 수급업체인 포트서비스나 E 책임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이 사건 당시 B동 작업장에 D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에 대해 안전교육 의무를 부담했다는 점, 이 사건 발생 전에 그 안전교육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이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관련자들은 「이 사건 당시 근로자들이나 수급업체 관리자들이 이 사건 센터 작업장에서 작업을 처음 시작하던 상황이라서 D 측 책임자인 피고인으로부터 컨베이어에서의 비상상황에 관한 사전 안전교육, 컨베이어운전 정지를 위한 인력배치 조치, 정지장치의 위치 및 작동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어야 했는데도 피고인은 이러한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고, 피고인 역시 검찰에서 이를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전에 피해자를 비롯한 이 사건 센터 근로자나 수급업체 관리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컨베이어 관련 안전교육 등을 시행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 안전교육 등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이 발생한 B동 작업장 근처에 있는 C동 작업장에 있었다거나 사고 발생 후 나름대로 조치를 한 까닭에 컨베이어운전이 정지될 때까지 약 5분 정도만 소요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다른 통로의 이용이 객관적으로 기대되었는지 여부
한편 피고인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 즉 "별지 '영상' 목록에서 보듯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벨트 컨베이어 중간쯤에서 오른쪽 직각으로 연결된 롤러 컨베이어의 중앙 부분 하단에 있는 일부 공간을 통해서 피해자가 맞은편 롤러 컨베이어 쪽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더욱이 그 작업장 주변 곳곳에 벨트 컨베이어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경고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당시 다른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기대되었을 뿐,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위 통로를 이용하지 않고서 벨트 컨베이어 위로 이동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발생 전날 21:00경 이 사건 센터 작업장에서 처음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교육 등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컨베이어 앞에서 화물분류 작업을 하였는데,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표지판이 있었는데도 주변 근로자들 대부분이 효율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걸어 다니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컨베이어 옆쪽 하단에 건너편으로 통할 수 있는 일부 공간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 공간 자체가 매우 좁았고 몸을 숙여서 오리걸음으로 걸어가야만 통과가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거리 자체도 상당히 길었다. 통상 하루에 2,000~3,000개의 화물을 다루는 곳이었던 데다가 이미 6시간 넘게 근무를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 공간을 오리걸음으로 걸어 다니기는 더욱더 힘들었다. 다른 근로자들 역시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걸어 다니며 작업을 진행하였을 뿐, 위 공간을 통로로 활용했던 사람은 전혀 없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 진술의 구체성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K 또한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센터 작업장에 「롤러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라고 적힌 위험표지판이 많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평소 근로자들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걸어 다니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자신은 그러한 근로자들에게 컨베이어에 올라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이 사건 발생 전에 다른 근로자들이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걸어 다니며 작업하는 장면을 보았다는 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보태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 센터 작업장에서 첫 근무를 하게 된 데다가 다른 근로자들 역시 컨베이어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모습을 다수 목격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컨베이어에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경고표지판을 보고서 이를 가리켜 절대 컨베이어에 올라가지 말라는 의미라기보다는 혹여 불가피하게 올라가더라도 거기에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취지로 이해했을 여지도 충분하다.
한편 별지 '영상'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피고인이 주장하는 일부 공간의 경우 근로자가 작업 상황과 필요에 따라 그 공간을 통해 몸을 숙이고 지나다니는 행위가 물리적으로 가능해 보인다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그 공간 자체가 근로자의 작업 수행을 위해 정식의 이동 경로로서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다가 피해자의 진술에서 알 수 있는 위 공간의 규모나 폭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과연 주변 근로자들이 작업 과정에서 실제로 위 공간을 통로처럼 이용했던 것인지도 대단히 의심스럽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화물 분류작업 과정에서 벨트컨베이어 외에 다른 통로를 이용하리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기대되었다고 볼 수 없다.
안전교육 등 업무의 위임에 따른 피고인의 면책 여부
D와 포트서비스 사이에 작성된 도급계약서를 보면, 2014. 12. 10. 계약을 체결하고, 2014. 12. 11.부터 2016. 2. 29.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정하며, 이 사건 센터의 각 작업장 중 B, C동 작업장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도급계약서 제7조 제1항은 "D의 이 사건 센터로 입고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포트서비스는 상·하차, 입·출고 작업과 분류작업을 수행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포트서비스는 작업인원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훼손, 분실, 오분류 등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작업장 내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산업안전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또한 제9조 제1항은 "포트서비스는 본 계약을 수행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하고, D는 이에 관해 포트서비스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포트서비스는 자기 책임 아래 도급인력을 직접 채용하여 운용하며, 도급수행을 위하여 채용된 도급인력의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민, 형사상 일체의 단독 책임을 진다."라고 정하면서 각 호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임금, 퇴직금 등에 관한 일체의 책임과 노무관리의 지휘명령에 관한 일체의 책임(제2호)",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법적 보험과 사회보험 및 법적 기금의 가입과 의무에 대한 일체의 책임(제4호)", "계약종료 또는 중도해지 시 인원 정리, 퇴직금 지급 등 계약해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 쟁의에 관한 일체의 책임(제5호)", "기타 도급인력과 관련한 일체의 모든 사항(제6호)"를 두고 있다.
그리고 위 도급계약서에 첨부된 부속서 제2조 제2항 제4호는 "포트서비스의 관리자는 현장에 투입된 작업인원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작업현장 이탈 시에는 반드시 D의 관리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같은 항 제5호는 "업무수행 중 긴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포트서비스는 D 및 포트서비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즉시 D에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D와 제니엘시스템 사이에 작성된 도급계약서 역시, 이 사건 센터의 각 작업장 중 A동 작업장을 대상으로 함을 제외하고는 위 포트서비스와의 도급계약서와 그 계약내용이 같다.
위 도급계약서의 규율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즉 이 사건 센터를 운영·관리했던 D는 어디까지나 포트서비스에 「상·하차, 입·출고 작업 및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공급 업무」를 위임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이지, 그 밖의 D의 다른 업무도 함께 위임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위와 같이 포트서비스가 "산재보험 등 법적 보험의 가입과 의무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정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절차 진행 등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고 그 책임을 이전한다는 의미에 국한된다고 볼 것이지, 이러한 맥락을 넘어서서 이 사건 센터 작업장의 안전관리나 시설관리 책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자는 일체의 책임을 면제받고 오로지 수급업체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위와 같은 위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센터 내 시설관리 권한 자체는 D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던 이상, 적어도 그 시설관리 업무 및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무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D에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D가 포트서비스에 이 사건 센터 B, C동 작업장에서의 상·하차, 입·출고 작업 및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공급 업무를 위임하였다고 할 수 있을 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센터 내 시설관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컨베이어 관련 안전교육이나 인력배치 업무, 다시 말해 컨베이어에서의 비상상황에 관한 사전 안전교육 업무, 컨베이어운전 정지를 위한 인력배치 업무, 정지장치의 위치 및 작동방법에 대한 교육업무까지도 아울러 위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물론 수급업체 관리자들에 대해서도 컨베이어 관련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였다고 볼 수 없는 만큼,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수급업체 관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피해자에 대해서 안전교육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이 사건 센터 내 시설관리 등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그곳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인 피해자를 위해 컨베이어 관련 안전교육 의무 등을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한 것으로, 그 죄질과 과실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 피고인의 과실과 별도로 피해자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 역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데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더욱이 현재로써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에게 이제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범죄전력은 전혀 없었다.
위와 같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주요 정상에다가 이 사건 공판과정에 드러난 제반 양형 조건 등을 두루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고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해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