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공증인 C사무소 2019. 3. 15. 작성 증서 2019년 제143호에 따른 채무 중 46,626,316원에 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석유 및 가스류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4. 8. 12.부터 2021. 10. 8.까지 피고의 영업직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자이다.
원고는 주유소 영업 및 거래처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원고가 관리하던 거래처 중 하나인 D주유소에 2015. 5. 26.부터 2018. 4. 14.까지 외상으로 유류가 공급되었으나, 유류대금이 회수되지 않았고, D주유소는 2018. 4.경 피고에 대한 외상미수금이 약 95,000,000원에 이르는 상태에서 폐업하였다.
원고는 2019. 3. 15. 공증인 C사무소에 채무자 본인 겸 채권자인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물품대금이 2019. 3. 15. 현재 95,923,500원임을 승인하고, 원고가 2019. 3.부터 2020. 2.까지는 매월 말일 1,000,000원씩을, 2020. 3.부터 2022. 2.까지는 매월 말일 2,000,000원씩을, 2022. 3. 말일에는 20,000,000원, 2022. 4. 말일에는 15,923,500원을 총 38회 분할 변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공증인 C사무소 2019. 3. 15. 작성 증서 2019년 제143호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 한다) 작성을 촉탁하였다.
원고는 2021. 10. 1. 피고에 사직의사를 밝혔고, 피고는 원고에게 자필로 “퇴직금 수령 즉시 전액을 D주유소 채무로 정리하겠습니다. 잔액은 공증서 만료일까지 전액 상환하겠습니다. 퇴직과 동시에 일체의 회사 보안을 유지할 것이며 영업기밀사항 대소를 막론하고 외부누설 및 회사 영업정보를 활용해 본인의 사적 이득에 활용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아래와 같이 자신 명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자신 명의 계좌에서 거래처 이름을 적어 피고에 돈을 이체하는 방법으로 거래처의 대금을 대신 변제하여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22, 23호증, 을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미수금을 거래처 대신 변제하라는 피고의 강요 또는 협박에 따라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함으로써 채무를 부담한 행위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하는 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따라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동시에, 원고가 무효인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라 지급한 46,626,316원과 피고의 강요 또는 협박에 의하여 원고가 대신 거래처 채무를 변제하거나 수리비를 부담한 아래 14,640,046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한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청구이의의 소는 집행권원이 가지는 집행력의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당해 집행권원의 원인이 된 실체법상 권리관계에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부담행위를 하고 그에 관하여 강제집행승낙문구가 기재된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준 후, 그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그 공정증서의 작성원인이 된 채무에 관하여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경우, 그 목적이 오로지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에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108863 판결).
판단
공정증서상 채무가 변제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한 무효 확인
피고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무효 확인만으로는 원고의 법률상 지위 불안을 제거할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을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을 통하여 채무를 부담한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그로 인하여 피고가 부담할 채무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고, 단순히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하여 기판력을 부여할 필요도 인정되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이미 지급한 부분에 관한 무효 확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이미 지급한 46,626,316원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있는바,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부 판단에 선결적 쟁점인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 유무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고, 그 판단에 기판력이 인정되며,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것이 선결적 쟁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보다 유효적절한 분쟁해결 수단이므로,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별도로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소결
이 사건 소 중 공증인 C사무소 2019. 3. 15. 작성 증서 2019년 제143호상 채무 중 46,626,316원에 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20조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무 부담 행위는, 그 자체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금 채무불이행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근로를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은 아니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하여 고용주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부담 여부와 범위를 정하는 내용의 약정 체결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아니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무 부담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 예정의 약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 하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해당 여부
관련 법리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고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3406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상대적으로 열위인 근로자의 지위에서 고용주인 피고의 강요·협박에 못이겨 근로계약의 계속을 위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증인 K, L의 증언, 갑 제8, 9, 13, 15, 20, 21, 29, 30, 31호증, 을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정증서가 피고의 일방적인 강요·협박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거래처 별 외상미수금 잔액을 확인하고, 외상미수금 액수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추가 거래 중단을 지시하거나, 선입금을 전제로만 물품을 공급하거나, 미수금 회수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관리하기는 하였으나, 어떤 주유소에게 물품을 얼마나 공급할지, 미수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지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와 같은 영업사원에게도 일부 재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래처로부터 미수금을 회수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업무 중 핵심적인 부분이었으므로, 원고에게는 미수금이 일정액 이상 증가하는 경우 해당 업체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거나, 담보를 확보하거나, 미수금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 시행을 제안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특히 원고가 받는 보수가 원고가 판매하는 유류의 양에 현저하게 비례하여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었으므로, 원고에게는 피고로부터 미수금 회수의 압박을 받으면서 굳이 거래처의 외상거래를 늘일 특별한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D 주유소에 대하여 아무런 담보 확보 조치 없이 미수금이 약 95,000,000원에 이를 때까지 외상으로 물품 공급을 계속하였는바, D주유소에 대한 외상거래의 계속 및 미수금 회수 불능은 원고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러한 손해가 발생한 경위, 즉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를 계속한 이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았으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못하였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도 그 경위가 끝내 확인되지 아니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는 피고를 대리하여 직접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하였다. 공정증서 작성 촉탁에는 위임서류의 구비, 공정증서 기재 내용의 확정과 같은 일련의 법적 판단 및 행위가 필요한바, 이러한 행위가 원고의 의사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에도 단지 ‘이 사건 공정증서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다’라는 정황만으로, 자발적인 의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강요와 협박에 의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스스로 피고 회사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거나, 대위변제인의 지위를 취득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볼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와 같은 영업사원들에게 거래처에 대한 외상미수금의 회수를 계속하여 지시하였고, 원고와 같은 영업사원들은 피고에게 외상미수금 회수 가능성 및 현황 등을 지속하여 보고하여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원고가 작성한 ‘거래처별 미수잔액 상환 및 진행현황‘ 자료에는 원고가 D주유소 외에도 M주유소, E, N 주유소에 결제를 독촉한 현황을 보고한 내역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원고가 담당하던 I 주유소와 관련하여서도, 피고가 채권 회수를 위하여 I 주유소 소유 자동차에 대하여 가압류 신청하였으나, 총 미수금 12,990,035원 중 7,500,000원을 회수하는 조건으로 가압류 신청을 해제하여주는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미수잔액 5,490,035원을 2020. 8. 30.까지 전액 상환할 것을 약속하며, 지급기일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피고의 어떠한 법적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가 원고와 같은 영업사원에게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미수금을 개인적으로 변제하도록 하는 압박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일부 부합하기는 한다. 원고와 마찬가지로 피고에 고용되어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K은 ‘피고가 외상미수금을 책임지라는 취지의 각서 작성을 요구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K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K 또한 피고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지불각서를 작성한 적이 있음에도 실제로 원고에게 거래처 미수금을 대신 변제한 적은 없었다는 것인바, 물품의 공급과 대금의 회수가 영업사원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피고의 압박이 통상적인 업무 지시 또는 위험 관리 업무의 이행을 넘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신이 거래하던 J주유소와 피고와 사이의 거래대금 중 상당부분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재량 범위 내에서 그러한 방식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고, D주유소와의 외상 거래 및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도 원고의 재량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소결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라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이유 없다.
거래처 대금을 대신 변제한 부분 및 자동차수리 자기부담금 부분
원고가 2016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E, F 주유소, G주유소, I 주유소(H)의 유류대금을 대신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의 경우에도,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취지에서 영업 사원인 원고에게 부여되어 있던 재량의 행사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바, 원고가 거래처 대금을 대신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지급 행위를 강요 또는 협박에 의한 행위로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거래처 유류대금을 대신 변제한 행위가 강요 또는 협박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자동차수리 자기부담금을 부담한 부분의 경우에도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부담하여야 하는 돈을 원고에게 대신 부담하도록 강요‧협박한 구체적 정황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소 중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라 이미 변제가 완료된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부분에 관한 무효 확인의 소부분은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새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