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인의 재산상태, 피고인이 운영하던 D병원의 수익구조, 위 병원의 직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 여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식자재 등의 물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판단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2004. 12. 10. 선고 2004도3515 판결 등 참조),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등 참조).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G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 식자재 등을 납품받고 그 납품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병원에 식자재 등을 납품받을 당시 별다른 적극재산 없이 4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2012. 5. 10. 피고인과 이 사건 병원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해자로서는 피고인 개인의 자력 상태보다는 이 사건 병원이 납품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더 관심을 갖고 식자재 등을 납품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와는 별개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수익금으로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당시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당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수익금으로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북인천 세무서장이 작성한 부가가치세면세사업자수입금액증명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병원의 2011. 3. 15.부터 2011. 12. 31.까지의 매출금액이 약 20억 원에 이르렀던 점, ② 이 사건 병원의 2012년도 월별 수입지출결산서에 의하더라도 2012년 1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피해자와 같이 식자재 등을 납품한 업체에 대한 납품대금을 포함하여 병원 운영비용을 모두 공제하고서도 이 사건 병원의 수익금이 적자를 기록한 적은 거의 없었던 점, ③ 이 사건 병원의 규모, 입원환자의 수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병원을 운영을 통하여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장래의 계속적 수익이 적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이 사건 병원의 경영상태가 그 수익금으로 피해자와 같은 납품업체에 납품대금을 변제할 정도는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납품대금은 피해자로부터 식자재 등을 납품받고 한꺼번에 변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나누어 피해자가 식자재 등을 납품한 다음달 말에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피해자가 이 사건 병원에 매월 납품대금으로 청구하는 금액은 이 사건 병원의 월 수익금에 비하여 크지 않은 액수이며, 실제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병원의 수익금으로 2012. 7. 3.부터 같은 해 8. 8. 까지 5회에 걸쳐 합계 3,264,000원의 납품대금을 변제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직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여 수차례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으나 대부분은 늦게라도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 수사기관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2. 2.경 이 사건 병원의 의료인 수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에 관한 행정처분을 통보받은 후 이에 불복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하고 병원 운영을 계속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결국 2012. 8. 10. 위 소송에서 패소판결이 선고되어 2012. 8. 11.부터 2012. 9. 10.까지 이 사건 병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이 집행되었다. 위 업무정지처분으로 병원의 운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피고인은 납품업체들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하기가 곤란해졌고 피해자에게도 위 업무정지처분일 이후에는 납품대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는바,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된 중요한 원인이 피해자로부터 식자재 등을 납품받은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피해자가 납품한 물품은 병원의 입원환자들에게 제공할 식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자재와 주사기 등 병원 소모품으로서 피해자와의 위 거래는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을 계속 운영하는 한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필수적인 거래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병원의 경영이 다소 어렵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로부터 식자재 등의 물품을 계속 납품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피해자가 이 사건 병원이 업무정지처분을 받는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것을 알면서도 이 사건 병원의 업무정지기간이 종료된 후 다시 이 사건 병원에 식자재 등을 정상적으로 납품한 것도 위와 같이 이 사건 병원의 운영이 계속되는 한 그 납품대금을 변제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은 2012. 10.경 이 사건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G과 사이에 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던 중, G이 이 사건 병원을 J에게 양도하고 폐업신고가 이루어진 탓에 더 이상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나머지 납품대금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형(재판장) 송효섭 박상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