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2. 1. 12. 선고 2020노63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2018. 11. 26. I과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관하여 사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계약은 I이 이 사건 회사의 채무를 승계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 위 조건의 성취로 계약은 효력이 소멸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위 계약 이후 이 사건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금집행상황 등을 살펴봤을 뿐, 이 사건 회사를 실제로 운영한 적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업권을 넘겨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운영 실태에 관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경유저장탱크가 불법 설치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설령 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짧은 기간 회사를 운영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저장탱크의 철거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고,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은 ‘2018. 11. 26. 1차로 이 사건 회사의 사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재차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2차로 작성된 계약서는 수사기관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된 것일 뿐 허위의 계약서에 해당하며, 진정하게 작성된 것은 1차 계약서로, 해당 계약은 I이 이 사건 회사의 채무를 승계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체결되었는데, 조건의 성취로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한다.<1>

-

그러나 위 1차 계약서에는 ”법인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이하 I)의 연대보증 채무“가 양수도 목적물로 포함되어 있고, 위 계약서 ‘4.의 3)항’은 ”‘을’(피고인)은 3.의

6)항의 연대보증채무가 승계 또는 변제가 되지 않을 시 본 약정은 무효가 되고 1)항의계약 보증금에 대하여 ‘갑’(I)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I이 이 사건 회사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던 연대보증채무를 양수인인 피고인이 승계 또는 변제하지 않을 경우에 이 사건 양수도 계약이 무효가 되고 피고인이 지급한 계약 보증금이 몰취될 뿐이다. 달리 위 1, 2차 계약서 어디에도 I이 이 사건 회사의 채무를 승계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I과 사이에 ‘I이 이 사건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를 변제하지 않거나 개인채무로 변경하지 않을 때 양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로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한 이상 위 조건성취의 효과가 소급한다고 볼 수도 없다.

○

피고인의 주장을 원심에서의 주장과 같이 ‘자본금, 보유자산, 법인 채무금이 고지된 바와 다르고 적립되어야 할 퇴직금이 적립되어 있지 않아 I에게 법인 주식 양도시점인 2019. 3. 31.까지 당초 고지된 대로 이행하고 체불임금 및 퇴직금 정산을 하라고 요구하였으나, I이 자신의 채무이행은 거절한 채 피고인에게 4.의 3)항에 따른 연대보증채무의 승계만을 요구하면서 계약의 무효만을 주장하므로 피고인도 이 사건 회사의 인수를 포기하였다’라고 보더라도<2>,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18. 12. 1.부터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주식 양도시점이 2019. 3. 31.까지로 정하여 진 것은 피고인이 I의 연대보증채무를 인수할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회사의 사업권 양수도 계약의 효력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하는 도중에 인수를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 계약서의 내용을 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로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고(민법 제137조 제2항), 당사자가 조건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 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하는데(같은 조 제3항), 피고인과 I 사이에 그 효력을 소급하기로 할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

한편, 이 사건 회사의 공장장이었던 D은 ‘피고인이 2018. 12. 1.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여 사장으로서 작업관계에 대해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경리였던 J 또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I으로부터 법인인감을 받지도 못하는 등 인수를 위한 실사과정에 있었을 뿐이라거나 자기가 투입한 자금의 사용내역을 확인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업권 양수도 계약 이후 이 사건 회사의 사용인감을 사용하여 근로자들의 임금 및 기타 자금을 집행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업무로 취득한 모래 납품대금을 이용하여 거래처에 금전을 지급하기도 하는 등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

설령 피고인의 주장대로 사업권 양수도 계약의 효력이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2018. 12. 1.부터는 실제로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관련회사들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거나 거래처에 대금을 납부하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고인이 위험물 저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8. 12. 1. 이 사건 회사의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 2019. 2. 1. 충청북도청주서부소방서에 적발되기 전까지 약 3개월 간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면서 저장탱크, 고정주유 설비 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험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고, 달리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에게 책임조각 사유가 있는지<3>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2조 각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1993. 7. 13. 선고 92도2089 판결,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회사에 위 양수도 계약에서 명시된 채무보다 더 다액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언제든지 경리였던 J를 통해 이 사건 회사의 재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계약서 상 명시된 채무보다 더 다액의 채무가 있었을 경우 언제든지 운영을 중단하고 폐업한 후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양수도 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그러지 아니하고 몇 달 간 이 사건 회사를 더 운영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임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과 유리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하였다. 당심에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 특히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가 1억 3,000만 원을 넘는 큰 금액인 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점과 처단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자신의 자금을 투입하여 운영하다가 사업이 어려워져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또한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원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박성민

판사 남기용 이현우

각주1) 피고인의 변호인은 2021. 11. 3. 제9회 공판기일에서 ‘(I이 피고인에게) 별도의 회사 채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은 계약서 조항에 나타난 것처럼 전부 I 개인의 연대보증으로 되어 있으니 I 개인채무로 다 돌릴 것이다. 만약에 그게 돌아가지 아니하면 이 계약은 무효로 한다라는 조항을 설명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각주2) 피고인의 변호인은 항소이유서에서 이와 같이 주장하였다.

각주3) 피고인의 변호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이후인 2021. 4. 26. 제출한 증거의견서에서, 피고인이 회사의재정상황에 대하여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양수도 계약을 맺었고, 회사를 인수받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우발채무가 나타나는 바람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등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불가피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책임조각 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해당 주장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의 주장으로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으나,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므로 직권으로 살펴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