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91. 6. 12.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2020. 3. 18.경 당시 청주시청 기획행정실 B 소속 C(6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D(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17. 7. 1.부터 청주시청 E 소속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여 왔다.
피해자는, 원고가 2020. 3. 18. 피해자의 겨드랑이 뒷부분을 찌르면서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말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무렵 여성가족부의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원고가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다고 신고하는 한편 경찰에 원고를 피해자에 대한 모욕으로 고소하였다.
청주시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2020. 4. 24. 원고가 피해자 주장과 같은 언행을 하였고 이는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의결하였다.
원고는 2020. 6. 23.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20. 11. 12.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청주지방법원 2020고합160),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2021. 9. 30.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2020. 12. 15. ‘원고가 2020. 3. 18. 피해자의 등 뒤쪽을 찌르며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말하였고(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 한다), 이로 인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의결되고 모욕으로 기소된바, 원고의 위 행위는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충청북도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2021. 3. 8.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7호증 및 을 제1, 2, 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원고 자신을 가리켜 “여기 내가 확찐자야”라고 말하였을 뿐, 피해자의 등 뒤쪽을 찌르면서 피해자를 가리켜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
설령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확찐자”는 품격 있는 농담일 뿐 모욕에 해당하지 않고,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한 것도 아니므로 성희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보직해임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민사나 행정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나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9148, 69155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두2824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 여부를 다투며 제출한 주장 및 증거는 모두 위 형사재판에서 제출되었던 것으로서 새삼 위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비위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
어떠한 언행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그 표현의 의미와 의도, 언행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등 구체적․개별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526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확찐자’라는 말의 의미는 ‘살이 찐 사람’이라는 뜻이고, 우리 사회에서 살이 찐 사람이라는 언급은 아직까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점, ② 원고는 6급 일반직 공무원, 피해자는 8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직급 차이가 상당하고, 같은 시청에서 근무한다는 것 외에는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관계였던 점, ③ 이 사건 비위행위 당시 원고는 다른 팀장인 F과 대화하고 있었을 뿐 피해자와는 대화하고 있지도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를 내포한 추상적 판단을 표현한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비위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하급자인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찌르면서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부정적인 평가가 내포된 표현을 하였고, 이는 객관적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언행으로서,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는 ‘살이 찐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찐자’라는 말을 하면서 피해자의 살을 손가락으로 찔렀으므로, 이는 피해자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피해자는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 뒤쪽 가슴 속옷라인 부분을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위 진술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형사 법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되어 신빙성이 있다. 그런데 오른쪽 겨드랑이 뒤쪽 가슴 속옷라인 부분은 이성 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위라고 할 수 없고, 특히 손가락으로 찌르는 등의 적극적인 신체접촉이 이루어질 여지는 더욱 없으므로, 위 부위는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 사건 비위행위 당시, 원고와 피해자가 앉아 있던 소파에는 원고와 대화하던 F 및 다른 남자 팀장 3명이 함께 앉아 있었고, 그 소파 옆 및 맞은편에는 청주시장 비서실 직원 3명이 있었으며, 그 소파와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있던 다른 소파에는 민원인으로 보이는 사람 1명도 앉아 있었다. 피해자로서는 이와 같이 이성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의사에 반하는 민감한 신체부위 접촉 및 신체적 특징에 관한 폄하를 당하였고, 특히 ‘살이 쪘다’는 것은 성적 매력의 유무 및 정도와 관련이 있는 부정적 외모 평가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실제 위 사람들이 원고의 언행을 인지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위 F은 원고가 ‘확찐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해자의 몸을 만지는 것도 보았고, 원고의 오른쪽 두 번째(피해자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남자 팀장도 원고가 ‘확찐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므로, 실제로 위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를 어느 정도 인지하였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와 피해자는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이 사건 비위행위 당시 서로 대화를 하고 있지도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를 승낙하리라고 볼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이를 예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망설임 없이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원고보다 하급자였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고, 피해자가 원고와 같거나 높은 직급이었을 경우에도 원고가 동일한 언행을 하였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참조). 나 아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하여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1579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는 피해자와 신체적 특징을 폄하하는 언행을 하는 것이 양해될 정도의 친분관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특정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하였고, 이는 설령 원고가 의도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다는 것을 악용하여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고는 처음부터 이 사건 비위행위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및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도 지속적으로 원고의 처벌 및 징계를 요구하였다.
무엇보다도, 구 지방공무원 징계규칙(2020. 12. 31. 행정안전부령 제2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별표 1에 의하면 이 사건 비위행위와 같이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의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나 기타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 비위나 고의․과실의 정도를 불문하고 최하 견책 이상의 징계에 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 징계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준에 따라 할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경미한 징계에 해당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장지웅 박성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