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판결

청주지방법원 2023. 9. 13. 선고 2022노1377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경제적 사정, 피해자가 인사권한을 가진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사정 등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하였고,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폭행 및 욕설을 하면서 피고인이 지시하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해악을 고지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예비적 공소사실의 추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을 예비적 죄명으로, “근로기준법 제7조”를 예비적 적용법조로, 아래 제4의 가.항 기재 공소사실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각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검사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항소이유와 이 법원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차례로 판단한다.

3.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5186 판결 등 참조).

한편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피고인은 B회사의 실질적 대표자로서, 피해자 E(2020. 5. 25. 사망)을 1995. 6. 26.부터 2020. 5. 25.까지 피고인의 전담 운전기사로 고용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년경부터 피고인보다 한 살 위의 피해자가 일을 하는 모습이 굼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씨발 대답하라고!”, “개새끼”, “미친 새끼”, “돌대가리냐 아니면 치매냐”등의 폭언을 하면서 업무 지시를 하고, “그래 가지고 이제 앞으로 운전 못하겠다.”와 같은 신분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며 일요일과 휴일을 불문하고 피고인과 피고인의 가족의 심부름을 이행하도록 지시하여 왔다.

피고인은 2018. 2. 18. 13:29경 청주시 상당구 F 소재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일요일임에도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피고인의 주거지에 있는 가습기에 채워져 있는 물을 버리고 닦은 후 수리를 맡기라’고 지시한 것을 비롯하여 2018. 2. 15. 14:25경부터 2020. 8. 2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제한을 가하는 언행을 하여 피해자의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였다.

나.

판단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수단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그런데 피고인의 행위가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가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에 해당하는지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 및 피고인 가족들의 사적인 용무를 지시한 것은 부당한 업무 지시에 해당하나, 이를 넘어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박탈하여 그로 하여금 강제로 위와 같은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한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 폭언 등 비인격적 언행을 한 것이 어떠한 사정에서도 정당화될 수는 없으나, 피고인의 그와 같은 언사가 피해자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여 근로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약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그 정도를 넘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수단으로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침해하여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원심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선고를 옳다고 보면서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판단할 경우, 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고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할 필요는 없으므로(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3068 판결 등 참조),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만 한다].

판사 김승주(재판장) 박성준 서영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