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아래와 같이 E 총장과 G 교무처장에 대한 형사사건(이하 '이 사건 형사사건'이라 한다)이 F대학교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총장, 교무처장 개인의 이익이 아닌 F대학교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이 사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법인회계자금에서 지출할 것을 승인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다거나 위탁 취지에 반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불법영득의사 내지 업무상횡령의 고의가 없었다.
이 사건 형사사건의 핵심 쟁점은 E과 G이 F대학교 학칙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고 학위를 수여하였는지 여부였기에,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그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의 범죄성립 여부가 F대학교의 존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는 F대학교와 C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이 사건 형사사건은 업무적 관련성이 있다.
학위부당수여 여부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시정명령 내지 학교 폐쇄명령 대상에도 해당한다. 특히 F대학교와 같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관리를 받으며 정상화 방안을 추진 중인 학교에 대하여 부정하게 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학교가 폐쇄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한다)가 학칙을 위반하여 학위를 수여한 교수들에 대하여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일부 교수들을 검찰에 고발하였는데, 교과부의 조치대상에서 E과 G은 제외되어 있었다. 교과부를 통해 선임된 임시이사장인 피고인은 학교 폐쇄를 우려해 E과 G을 대상에서 제외한 교과부의 조치와 동일한 선상에서 이 사건 형사사건을 C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믿었다.
이 사건 형사사건의 변호사비용은 법인회계자금 중 일반관리비의 지급수수료 항목에서 지출되었는데,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어느 범위까지 소송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법령이나 학교 규정 등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탁의 취지에 반한다는 의사 하에 비용지출을 승인한 것이 아니다.
공동정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범자 사이에 특정한 범죄행위를 실현시키려는 공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은 C의 이사장으로서 D로부터 내부 품의를 받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결재한 것일 뿐이므로, D와 사이에 업무상횡령범행을 실현하려는 공동의 의사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판단
업무상횡령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반환 거부를 포함)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495 판결 등 참조),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도3929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C은 2004. 5.경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학교(법인)회계 자금 횡령 및 불법사용,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관리 부당 등의 사유로 학교법인 임직원 및 F대학교(당시 N대학교) 교직원에 대한 신분상 및 행·재정상 조치를 할 것을 통보받은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C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었다.
감사원은 2011. 7. 7.부터 2011. 9. 23.까지「교육관련 지표 부실대학 지도·감독 실태」와 관련하여 C 산하 F대학교를 포함한 22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였는데, 위 감사과정에서 F대학교 교수들이 2008년도 1학기부터 2011년도 1학기까지 과목별 총 수업일수의 4분의 1을 초과하여 결석한 학생들에 대하여 허위 출석부를 작성하는 방법 등으로 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하고, 일부 학생들에 대하여는 부정하게 학사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이에 교과부는 2012. 1. 20. F대학교 총장 및 C 이사장에게 위 나)항 기재 감사결과에 따라 수업일수 미달 학생에 대한 학점 취소, 졸업요건 미충족 학생에 대한 학위 취소 및 위 학생들에게 학점·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한 교수 52명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를 통해 중징계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하였다. 교과부는 위와 같은 처분통보를 하면서 52명의 중징계대상자 중 총장의 학위수여 등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한 자에 대하여는 추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52명의 중징계대상자 중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교수 2명(V, W)에 대하여 고등교육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다.
V, W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위 교수들이 F대학교 총장과 교무처장이 부정학위수여 등을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E과 G을 고발하였고, 이에 2012. 5. 8.경 E, G에 대한 수사도 개시되었다. 검찰은 G에 대하여는 G이 부정학위수여 등을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행정학부 부교수로서 총 10명의 학생에게 출석부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정하게 학위를 수여하였다는 내용으로, E에 대하여는 교수들이 학칙에 위배하여 졸업사정을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 86명의 학생에게 부정하게 학사학위를 수여하였다는 내용으로, E, G을 V, W과 함께 고등교육법위반으로 약식 기소하였다.
이에 E, G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013. 8. 21. E은 벌금 300만 원, G은 벌금 200만 원을 각 선고받고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4. 1. 9. 항소기각판결을 받았고, 이에 E만이 상고하였으나 2014. 7. 7. 상고기각결정을 받았다. 이로써 E, G에 대한 위 1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E은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 부정하게 이루어진 학사학위 수여에 개입하거나 지시한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였으나, 법원은 판결문에서 E이 학사학위 수여를 위하여 해당 학과 교수에게 부정하게 학사관리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E의 위와 같은 행위로 결국 부정한 학위수여의 결과가 야기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형사사건은 학교법인 C 산하 F대학교의 대표자 또는 구성원으로서의 적법한 업무집행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법령 위반행위에 관한 것일 뿐임을 알 수 있고, 위 형사사건에서 밝혀진 E의 행위를 F대학교의 총장으로서 F대학교를 위해 적법 또는 정당하게 행한 직무행위라거나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안은 법인의 대표자가 오직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비리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단체의 비용으로 자신의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E, G의 행위가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가 아닌 점 등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그 법적 분쟁 즉, E, G에 대한 형사사건이 C 또는 F대학교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다거나 C 또는 F대학교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형사사건 변호사비용을 C의 법인회계자금에서 지출한 행위는 업무상횡령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교과부는 2012. 1. 20.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결과를 통보하면서 감사처분 요구사항이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고등교육법 등에 따른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음을 통지하였다. 위 처분통보 공문에 따르면, C이 교과부의 감사처분 요구사항을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한다면 부정학위수여 건에 관하여 폐교와 같은 별도의 불이익한 조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2011. 7. 7.부터 2011. 9. 23.까지「교육관련 지표 부실대학 지도·감독 실태」와 관련하여 감사를 한 22개의 대학 중 X대학교, Y대학교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학교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위 학교에 대하여 부정학위수여 사실이 적발된 것 자체만으로 폐쇄명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부정학위수여에 대한 교과부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국 폐쇄명령이 내려진 것이었다.
2014. 11. 26.부터 C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T은 경찰조사시에 총장, 교무처장이 부정학위수여를 지시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관련자들을 징계하면 되고, 많은 학생들이 있는데 쉽게 폐교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총장, 교무처장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야 폐교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자의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940면). 또한 2015. 2. 9.부터 F대학교 총장 직무대행자로 재직 중인 U도 경찰조사시 폐교는 교과부에서 심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폐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당시 교과부의 감사지적사항에 대한 조치사항을 그대로 이행하면 폐교될 일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947면).
G은 당초부터 교과부의 2012. 1. 20.자 처분통보에 의하여 중징계조치요구를 받은 52명의 교수에 포함되어 있었고[위 2)의 다)항 참조], E은 교과부 처분에서 혐의가 없다거나 폐교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징계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교과부가 중징계조치요구를 받은 교수 중 V, W을 검찰에 고발하자 위 교수들이 총장이 개입되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함으로써 뒤늦게 E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것이었다. 따라서 폐교를 우려해 E과 G을 조치대상에서 제외한 교과부 처분과 동일한 취지에서 이 사건 형사사건을 C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믿었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G은 교무처장의 지위에서 교수들에게 부정학위수여 등을 지시하였다는 내용이 아니라 부교수의 지위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출석부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사 학위를 수여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고, G이 위와 같은 내용으로 기소된 이후인 2012. 9. 3.경 G에 대한 변호사비용이 지출되었다.
이 사건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용은 법인회계자금 중 일반관리비 지급수수료 항목에서 지출되었다. 사립학교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및 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상 이사장은 자금예산을 초과하여 지출하거나 자금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만 규정(특례규칙 제12조)되어 있어 법인회계자금을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기준은 없으나, 위 특례규칙 제17조는 법인회계의 계정과목 및 그 내용은 별표 1의 자금계산서 계정과목 명세표 등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별표 1 자금계산서 계정과목 명세표에 의하면 일반관리비 지급수수료 항목은 '면허·허가·인가·등록 및 각종 증명 등의 발급신청에 드는 수수료'를 의미할 뿐 관련 소송비용은 위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당시 C 법인사무처 과장으로 근무하였던 K은 개인 소송비용을 법인회계자금으로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당시 회계자금 사용자인 D가 직장상사인 관계로 말을 할 수 없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1, 658면), C 법인사무처 일반 직원으로서 회계업무를 담당하였던 H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C의 예산이 없어 변호사비용 지출 결재가 지연되었음에도 법인회계자금으로 이 사건 형사사건의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법인회계자금으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형사사건에 대한 공소장 등 관련 서류들을 읽어보지도 않고 E 등의 주장만을 만연히 믿고 법인회계자금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였다(H는 변호사비용을 지출할 당시 변호사 선임약정서만 보았고 비용 지출 이후에서야 공소장을 보았다는 취지로, D도 공소장을 확인함이 없이 변호사비용을 지출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 E이 부정학위수여를 묵인하였다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위반의 사실이 확정되었음에도 이 건으로 F대학교에 대한 폐쇄명령이 내려진 바 없다. 이와 달리 가사 피고인 주장과 같이 E이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 부정학위수여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인정되어 이를 이유로 관할청이 임면권자에게 해당 학교의 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이로 인하여 F대학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하여도 이는 그 개인에 대한 적법한 법 집행으로 인하여 F대학교 또는 C이 입는 반사적인 불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피고인이 언급하고 있는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4677 판결은 관련 형사사건이 개인의 위법행위가 문제되었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입주자대표 자격의 존부 등이 문제된 사안으로서, 다른 대표들의 자격과 기존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처리해 온 업무의 효력 등이 연쇄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비용의 지출이 단체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이고,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다74895 판결은 당해 피고인이 직원을 해고한 것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조사받은 사안으로서, 당해 피고인이 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자의 자격에서 직원을 해고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따라서 협회로서는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등 형사사건의 결과에 대하여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단체에게 있는 경우인바, 피고인이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위하여 이 사건 형사사건의 변호사비용을 지출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 아)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형사사건의 결과에 대하여 단체인 F대학교 또는 C이 반사적인 불이익을 입는 것에 불과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바,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참조).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5494 판결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위 가.의 2)항 인정사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업무상횡령 범행 과정에서 사전에 법인회계자금으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하여 논의하고, 이에 관한 최종적인 결재를 하는 등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체 범행에 대하여 D와 사이에 공모가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C 정관 제9조 제3항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는 이사장이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3조 제1항은 이사장은 법인을 대표하고 법인의 업무를 통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당시 C 법인사무과에는 사무처장 D, 사무과장 K, 경리계장 H 등 총 3명의 직원이 근무하였다. D는 이사장을 보좌하면서 법인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였고, K은 처장을 보좌하면서 법인 재산관리업무를 담당하였으며, H는 회계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였다.
C 법인회계자금은 법인이 운영하여 얻는 수익 등을 모아 둔 자금으로, D와 K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사무처장이 항목별 집행 건에 대해 지출 청구를 하면 이사장이 결재하여 집행하는 방식으로 법인회계자금이 지출되었다.
이사장인 피고인과 사무처장인 D는 이 사건 형사사건 소송비용 지출에 관한 2012. 6. 7.자 및 2012. 9. 3.자 지출결의서 상단의 법인 사무처장, 이사장의 결재란에 각 서명하였다.
H는 경찰조사시 통상적인 법인회계자금 지출 과정 및 이 사건 형사사건 소송비용 지출 과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수사기록 444 ~ 448면, 630 ~ 632면).: 지출결의서상의 결재는 H가 과장인 K에게, K은 처장인 D에게, D는 이사장인 피고인에게 결재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임시이사 체제인 관계로 피고인은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고 1달에 한번쯤 오면 그때 D가 피고인으로부터 결재를 받는다. D의 지시에 따라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이 사건 형사사건 대한 약정서를 받아 변호사비용을 선지출하였고, 이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여 과장, 처장, 이사장의 결재를 받았다. 지출결의서 작성 이전에 법인회계자금을 지출하는 경우에는 지출 이전에 이사장으로부터 전화상으로 구두로 결재받고 이후에 이사장이 사무실에 오면 서면 결재를 받는다.
D는 경찰 및 검찰조사시 통상적인 법인회계자금 지출 과정 및 이 사건 형사사건 소송비용 지출 과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수사기록 522 ~ 523면, 734 ~ 736면, 1079면).: 법인회계자금 지출사유가 발생하면 관련 자료를 첨부하여 지출시행결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여 최종적으로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 지출한다. 피고인이 E 총장 등과 상의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인회계자금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변호사보수 청구서를 받아 회계담당직원에게 교부하고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여 K, D, 피고인 순으로 결재를 하였다. 이사장으로부터 먼저 구두로 결재를 받고 변호사비용을 지출하였고, 서면결재는 지출한 이후에 받았다.
E도 경찰조사시 학교 차원에서 적극 소명을 해야 되겠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및 D와 함께 논의하여 변호사비용을 지출하게 된 것이고, G의 변호사비용도 피고인 등과 논의하여 지출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789면).
피고인은 경찰조사시 사무처장 D의 건의가 있어 E 총장과 변호사비용 지출에 관하여 논의하였고, F대학교에 돈이 없다고 하여 법인회계자금에서 지원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열(재판장) 김세욱 이하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