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0. 4. 14. 선고 2017가합38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수중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2016. 8. 28. E공단 동해지사가 발주한 ‘F공사’를 도급받았다.

피고 D은 피고 회사에서 위 공사업무를 총괄하면서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소장이었다.

2)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잠수사로서 2016. 11. 17. 강원 고성군 G 인근 해상에서 잠수사로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 망 H(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이다.

나.

망인의 사망 경위

1)

망인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위 공사 중 강원 고성군 G 인근 해상에서 종묘 부착구조물을 해저에 고정시키는 업무(이하 ‘이 사건 수중작업’이라 한다)를 의뢰받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잠수사 4명과 함께 G에서 2.13톤 규모의 선박 I를 타고 출항하여 2016. 11. 17. 08:00경부터 2인 1조로 입수작업을 시행하였다.

2)

망인은 14:20부터 약 20~40분 간 J과 2인 1조로 수심 2~3m 가량의 해저에서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수면으로 부상하여 잠수마스크를 벗고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수 중으로 가라앉았고, 동료 잠수사들이 망인을 I 선상으로 옮기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같은 날 15:15 도착한 119 구급대에게 인계하였으며, 119 구급대는 망인을 K병원으로 후송하였다.

3)

망인은 2016. 11. 17. 15:36 의식소실 상태로 K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고, 심폐소생술 이후 16:10 맥박을 회복하여 17:45경 L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같은 날 18:38경 의식소실 상태로 L병원에 도착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한 채 2016. 11. 19. 03:39 위 병원에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피고들에 대한 형사재판 경과

1)

이후 피고 D에 대하여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감시인 미배치,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으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감시인 미배치,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으로 각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제1심(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17고단356호)에서는 피고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이 선고되었고, 피고 D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입증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중 피고 D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는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2)

피고인들과 검사 쌍방이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8노385)은 제1심의 판단누락 및 법령적용의 잘못을 들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들을 벌금형에 각 처하면서, 공소사실 중 피고 D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하여는 감시인 미배치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판결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유족연금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268,510원을, 장의비 11,871,240원을 지급받았고,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M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보상연금을 신청하여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이를 유족보상일시금으로 환산한 금액은 249,330,900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 강릉지사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피고 회사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망인에 대한 안전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사고의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 의무를 게을리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 한편, 피고 D은 장비점검책임자로서의 업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 회사와 피고 D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인 ① 망인의 일실수익 603,695,564원(이 사건 사고일인 2016. 11. 17.부터 망인이 50세가 되기 전날인 2036. 3. 9.까지 잠수부로서 노동에 종사하여 얻을 수 있는 금액, 그 다음날부터 망인이 60세가 되기 전날인 2036. 3. 9.까지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하여 얻을 수 있는 금액에서 생계비 1/3 공제한 금액)에서 유족급여로 240,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를 원고들의 상속지분별로 나눈 금액, ② 원고들이 상속받은 망인의 위자료로 원고들별로 각 25,000,000원(= 망인의 50,000,000원 ÷ 2) 및 ③ 원고들 본인의 각 위자료 각 50,000,000원 합계 각 231,847,782원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들

망인의 사망은 피고들의 과실 내지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 설령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고경위, 잠수경력이 풍부한 망인이 수심 2미터의 수중에서 작업하다가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부력조절장치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이나 인과관계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나.

판단

살피건대, 피고 D이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수중작업 현장에 잠수작업자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감시인을 배치하지 아니한 사실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나, 다른 한편으로 위 기초사실 및 갑 제4, 5, 6, 15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D에게 잠수장비의 점검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거나, 피고 회사가 망인에게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거나, 이 사건 수중작업 현장에 감시인을 배치하지 아니한 피고 회사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수중작업 당일 망인, J, N, O, P 총 5인의 잠수사가 참여하였는데, J 등 잠수사들은 이 사건 수중작업 개시 전 잠수장비를 사전 점검하였고, 망인 및 잠수사들 이 사건 당일 08:00경부터 위 잠수장비를 이용하여 여러 차례 잠수작업을 하였으나 장비에서 별다른 이상이 감지되지 아니하였다.

②

망인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은 망인의 사인이 사후검사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해부학적인 불명(unknown)이라고 밝혔다. 위 법의관은 사건기록 및 부검소견을 종합하였을 때 최종적으로는 망인이 ‘익사’의 기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도, 익사의 원인으로 외상, 내인성 질환, 중독, 감압병(잠항병) 등의 가능성은 배제될 수 있고, 잠수장비 관련 이상으로 인한 질식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으나, 망인이 J과 함께 사용하였던 잠수장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안전감정 결과, 망인이 사용한 잠수장비의 호스와 호흡조절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망인이 사용한 잠수장비의 호흡조절기 연결부분은 가드가 설치되어 굽힘 등이 발생되지 않는 구조였던 것으로 밝혀졌는바 ,<1> 피고 D이 장비점검을 게을리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 한<2>

편, 망인에 대한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망인의 입 속에 점심에 먹은 라면이 발견되었는데, 위 라면으로 인하여 망인이 질식한 것인지, 아니면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라면이 역류하여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다.

③

망인을 비롯한 다섯 명의 잠수사들은 2인용 잠수장비 1대를 이용하여 한 번에 두명씩 2인 1조를 이루어 교대로 수중작업을 수행하였는데, 한번에 작업자 2인이 I 선상에 설치된 공기압축기와 연결된 송기관(送氣管)을 통해 공기를 공급받으면서(이에 잠수작업자들의 신체와 선박은 위 송기관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무선통신장비를 착용한 채 수중에서 너트를 이용하여 이식플레이트를 고정하는 반복작업을 하는 동안 나머지 잠수사 3인은 선상에서 무전을 통해 잠수작업자들과 연락을 하면서, 해수면 위로 올라오는 공기방울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수중작업자들의 상황을 감시하였다. 감시인이 되는 데에는 별다른 자격제한이 없고,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수중작업현장에 잠수사들 5명을 투입한 외에 감시인을 별도로 배치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선상에서 대기 중인 잠수사들이 망인의 작업상황을 지켜보면서 잠수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④

망인은 사건 당일 오전 한 차례 수중작업에 참가하여 별다른 문제 없이 작업을 마치고 출수하여 휴식한 바 있었고, 선상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입수하여 I에서 20m 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J과 작업을 하였으며, 다른 잠수사들은 선상에서 통신을 하면서 작업상황을 감시하였다. 당시 통신장비를 맡은 N은 망인의 입수 후 적어도 20분 이상이 경과한 무렵 통신기 스피커를 통해 ‘윽윽’하는 소리를 듣고 이상을 감지하였고, 그로부터 5초 후 망인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마스크를 던지고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가라앉은 것을 목격하고 선상의 잠수사들과 함께 즉시 송기관을 잡아당기는 조치를 취하였으며, 다시 가라앉은 망인의 몸이 무언가에 걸려 당겨지지 않자 무전으로 J에게 망인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J이 해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망인을 끌어올리고 선상에서 대기하던 잠수사들이 송기관을 배 쪽으로 잡아당겨 망인과 J을 선상으로 끌어올린 다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119에 신고하였다. 당시 망인의 동료 잠수사들은 이 사건 수중작업 도중 망인에게 어떤 이상이 발생하였다고 인식하자마자 바로 망인을 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망인에 대한 구호조치가 지체되었다거나 현장소장이나 감시인의 부재로 인해 현장에서 충분한 구호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감시인이 배치되거나 피고 D이 이 사건 수중작업 현장에 직접 감독하였다고 하여 위 구호과정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수중작업 당시 잠수복(다이빙수트)을 착용한 다음 잠수복의 부력에 의하여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수면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하여 잠수복 위에 추 역할을 하는 14kg 상당의 납 벨트와 7kg 상당의 조끼 하네스를 함께 착용하고 있었는데, 잠금장치를 푸는 방법으로 간편히 탈착할 수 있는 위 중량장비를 벗으면, 잠수복의 부력에 의하여 바로 수면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망인의 나이, 망인이 이 사건 수중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들 중 가장 숙련된 잠수사라는 점이나 , 이 사건 수중작업이 수심 2~3m의 얕은 바다 속의 시멘트 구조물 위에서 진행되<3>

었음을 고려하면 망인이 작업 도중 일시적으로 호흡에 곤란을 겪더라도 수면 위로 부상하여 대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선상의 잠수사들이 작업자와 연결된 송기관을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작업자를 구조하는 데 장애 내지 위험이 될 만한 기상 내지 조류 등의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바닷물이 맑고 얕아 선상의 잠수사들이 작업상황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정도였다는 점이나 I 및 망인의 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감시인의 미배치 또는 피고 D의 부재가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J이 망인을 발견하였을 당시 상황(망인은 입에서 분홍색 거품을 내며 해저에 등을 대고 누워있었다)을 고려하면 망인에게 불가항력적인 어떠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⑥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를 지급하였으나,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의 위반을 요건으로 한 손해배상과 업무관련성을 요건으로 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그 요건이 다른 것으로, 이 사건 재해에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 하여 곧바로 피고 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할 수는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경진(재판장) 차영욱 홍유정

각주1) 오히려 망인과 같은 조로 활동한 J이 사용한 잠수장비의 호스에서 굽힘 등에 의한 손상흔적이 보였으나, 특이누설현상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각주2) 형사 판결의 이유에서 망인이 사용한 호흡조절기의 가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설시가 있으나, 갑 제5호증(법안전감정서)의 기재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망인이 사용한 호흡조절기와 J이 사용한 호흡조절기를 오인한 데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각주3) 망인은 과거 잠수강사로 활동하기도 하였고, 이 사건 수중작업에 참여한 O은 망인의 제자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