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웹툰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 작가이고, 피고는 웹툰 기획 및 연재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22. 10. 12. 그림작가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위 계약에 따라 피고가 제공한 스토리를 원고가 웹툰으로 만들어 제공하면 피고는 해당 작품을 ‘C’이라는 제목의 웹툰으로 인터넷사이트인 ‘D’에 연재하였다.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캐릭터 시트 작업으로 50만 원, 1화에 대한 작업비로 130만 원을 지급하였고, 2화부터 7화에 대하여는 작업비에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부과한 지체상금 385만 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인 356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작가는 원고, 제작사는 피고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 대한 보수에 지체상금을 공제하여 지급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지체상금의 부과가 잘못되었으므로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계약상 작업기간은 콘티 제공일로부터 이틀 뒤에 시작된다(그럼에도 피고는 콘티 제공 다음날이 작업개시일이 된다는 전제하에 원고의 작업 지체일수를 과다하게 산정하였으므로, 이를 기초로 산정한 지체상금도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선해한다).
지체상금 5일당 30만 원의 의미는 5일마다 30만 원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작업기간의 종기 다음날에 바로 지체상금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는 3일을 지체한 2화 작업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10만 원을 감액하였고, 7일을 지체한 3화 작업에 대하여는 5일당 30만 원 지체상금에 더하여 2일 추가 지체에 대하여 재차 30만 원의 지체상금을 더하는 등 부당하게 과다한 지체상금을 부과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지체상금이 원고에게 실제 지급된 보수보다 많은 금액으로서 과다하다(지체상금이 감액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선해한다).<1>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1항은 제작사인 피고가 그림 작가인 원고에게 글 콘티를 제공해야 하는 시한을 규정한 것이지, 원고의 작업개시일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또한 피고와 원고는 작업개시일을 변경하기로 하는 별도의 구두 합의(1화는 2022. 12. 15., 2화 이후는 콘티 제공 다음날)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계약상 지체상금 약정은 5일간의 지체상금을 30만 원으로 동결하여 배려해 준 조치일 뿐, 지체 1~4일 간은 문제 삼지 않고 면책하는 약정이 아니어서 1일만 지체되어도 지체상금은 30만 원이 부과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공제한 지체상금은 정당하고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판단
피고가 보수에서 부당하게 공제한 지체상금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그 부분에 해당하는 미지급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쟁점별로 필요한 당사자들의 주장을 먼저 판단한 뒤에 구체적인 액수의 계산 등을 살펴본다.
작업개시일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그림 작업을 개시하기 2일 전까지는 피고가 원고에게 각 회차의 글 콘티를 제공하기로 하고,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그림 작가인 원고는 피고로부터 글 콘티를 제공받은 후 작업개시일로부터 정해진 작업기간(1화 30일, 2~4화 21일, 5화 이후 14일) 이내 작업물을 인도 및 수정한 후 피고로부터 승인완료받기로 계약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계약내용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원고의 계약상 작업개시일은 피고가 글 콘티를 제공하고 나서 이틀 뒤에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서 제4조 제1항이 단순히 피고의 의무만을 규정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을 제25, 2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2022. 12. 14. 1화의 작업개시일을 통화일의 다음날인 2022. 12. 15.로 구두 합의하였고, 2023. 1. 17. 2화부터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콘티 제공 다음날을 작업개시일로 하기로 구두 합의하였으며, 2023. 2. 10. 3화의 작업개시일이 앞선 구두 합의와 같이 2023. 2. 11.이 됨을 구두로 서로 확인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상 작업개시일은 피고의 구두 합의 주장과 같이 1화는 2022. 12. 15., 2화 이후는 피고가 원고에게 콘티를 제공한 날의 그 다음날로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체상금 발생 조항의 해석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지체상금을 5일당 30만 원으로 정하였는바, ① ‘당’의 사전적 의미는 ‘마다’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고, ‘마다’의 사전적 의미는 ‘앞말이 가리키는 시기에 한 번씩’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인 점, ② 지체상금 조항은 상대방인 원고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그가 보유하는 보수청구권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므로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지체상금은 지체일수가 5일이 넘었을 경우 5일 단위로 30만 원씩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문언의 엄격한 해석에도 명확히 부합한다.
따라서 지체일수가 1~4일만 되어도 지체상금이 발생하고, 지체상금 5일당 30만 원은 지체상금 액수에 상한을 둔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계약상 지체상금 액수의 계산
이상에서 살펴본 쟁점별 판단에 따라, 이 사건 계약상 지체상금의 액수를 계산하여 본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계산과 관련하여 이하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주장은 배척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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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상금의 감액
지체상금이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공사도급액에 대한 지체상금의 비율, 지체상금의 수액, 지체의 사유,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다221958 판결 등 참조).
위 계약상 지체상금 270만 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제작물(웹툰)을 공급받는 계약으로 피고는 원고보다 우월적인 지위에서 계약의 주요 내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성격이 공동저작 또는 고용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하나, 원고만 일방적으로 구속되는 의무 조항과 원고에 대한 편면적 지체상금 및 위약벌 조항을 둔 점, 원고가 도급제 근로자라면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하나(근로기준법 47조 참조) 피고는 그림의 컷(cut, 삽화) 수를 기준으로 작업 대금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② 원고는 2회차부터 4회차까지는 1회차보다 9일 짧은 21일의 작업기간을, 5회차 이후부터는 그 기간보다도 더 짧은 14일의 작업기간을 부여받은 점, ③ 피고는 원고가 웹툰 업계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진 작가임을 알고 있었음에도(을 제2호증 13쪽), 다른 정식 연재 웹툰과 마찬가지로 완성도 높은 그림의 제공을 요구하였으므로 원고가 그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그림을 위 작업기간 내에 제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는 피고의 수정요청사항(갑 제6호증, 가지번호 포함)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그림 작업에 반영하고 개선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작업기간의 지체로 인해 피고에게 어떤 금전적, 비금전적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나 그러한 손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각 회차별 작업대금 100만 원의 6%<6>(5일당 30만 원이므로 1일당 환산하면 6만 원)에 해당하는 1일 지체상금률은 지체상금이 5일마다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도 그 자체로 매우 높고, 15일 이상 연체하면 발생하는 90만 원의 지체상 금액은 작업대금의 90%에 달하여 매우 과도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⑥ 원고의 작업이 지연된 원인 중에는 피고가 원고와 장시간 전화회의를 고집하는 등 비효율적인 작업 지시 방식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위 지체상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그 50%인 135만 원(= 270만 원 × 50%)으로 감액함이 타당하다.
소결(미지급 보수의 계산)
피고가 원고에게 실제 지체상금을 부과하여 원고의 보수에서 공제한 385만 원 중 앞서 본 감액 후 정당한 지체상금 135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부당하게 보수에서 공제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지체상금 간 차액으로서 원고에게 미지급된 보수인 250만 원(= 385만 원 – 135만 원) 중 원고가 구하는 215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 지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3. 8. 1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3. 10. 24.까지는 원고가 구하는<7>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상준(재판장) 최경은 임세영
각주1)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다거나, 원고의 작업이 지체된 것이 원고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주장도 하였으나, 계약에 따른 미지급 보수를 청구하는 이 사건에서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고, 원고 스스로도 자신의 귀책사유 여부를 다투어 피고로부터 보수를 받기 원하지 않으니 이를 청구취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위 각 주장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원고의 2024. 3. 19.자 준비서면).
각주2) 당초 계약에 정함이 없이 구두로 합의된 추가 작업기간이기 때문에, 지체일수의 부과 기준이 되는 계약상 작업기간도 해당되는 내용이 없다.
각주3) 피고 요구에 따른 추가 작업이고, 피고 스스로 원고와 각 선행 작업기간을 종료하기로 합의하였음에도 그 결과물이 사후적으로 보기에 미흡하다고 해서 계약에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체상금을 소급하여 부과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각주4) 원고가 2023. 7. 17. 최종 작업물을 납품하였으나, 피고가 지체책임을 묻기로 한 기한은 2023. 7. 13.까지로 봄이 타당하다(을 제1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스스로도 지체일수를 10일만 계산함).
각주5) 피고도 인정하다시피(2024. 1. 11.자 답변서 26쪽), 피고가 원고에게 착오로 미지급한 10만 원의 보수를 미지급 보수에 포함한다. 피고는 위 10만 원이 실제 지체상금 90만 원 중 3회차 지체상금 30만 원에서 20만 원을 감액한 것으로 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피고 2024. 4. 29.자 준비서면 35쪽), 을 제19호증의 기재와 일치하지 않아 이유 없다.
각주6) 참고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5조 제3호는 물품의 수리·가공·대여, 용역(영 제16조 제3항에 따라 소프트웨어사업시 물품과 용역을 일괄하여 입찰에 부치는 경우의 그 용역을 제외한다) 및 기타의 지체상금률을 1천분의 1.25(0.125%)로 정하고 있다.
각주7) 원고는 소장에서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가, 2024. 6. 26. 청구취지를 감축하면서 2023. 8. 19.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의 지연손해금률을 연 5%로 감축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