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징계처분 무효 확인청구 및 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제네바협약의 정신과 C운동 기본원칙에 따른 D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함으로써 D의 이상인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E법(이하 ‘E법’이라 한다)에 따라 조직된 법인이다.
원고는 2004. 4. 1. 피고에 입사하여 본사 대외협력실장 및 홍보실장, 미래전략본부장, F 총무팀장, 부산지사 사무처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20. 11. 16. 임기를 2년으로 하여 피고의 제25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사람이다.
원고에 대한 특혜 의혹 관련 언론보도
시사경제주간지인 ‘G’는 2021. 3. 26. ‘피고의 내부규정상 임시숙박비를 지원하는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원고가 임시숙박비를 피고의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피고는 임시숙박비 관련 시행규칙을 신설하여 원고가 임시숙박비를 결제할 근거를 만들어주었다. 또한 피고는 신설한 시행규칙에 따라 값비싼 사택을 임차하여 원고에게 제공하였다. 시행규칙을 만든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원고 한 사람만을 위한 시행규칙을 만들어 특혜를 선물한 건 분명하다’라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였고, 같은 날 위 기사에 연이어 ‘원고가 임시숙박비를 결제하면서 서류상으로 출장비를 사용한 것처럼 조작하였고, 임시숙박비 결제를 위해 사후적으로 시행규칙을 신설하는 등 특혜를 제공받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사건의 진행 경과를 시간순으로 상세히 기재한 후속 기사를 게재하였다(이하 ‘이 사건 언론보도’라 한다).
원고의 사직을 둘러싼 분쟁의 발생 경과
원고는 이 사건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논란이 생기자 2021. 3. 30. 09:00경 원고의 집무실에서 전체 부서장 회의를 소집하여 참석한 5명의 부서장들(H 기획조정실장, I 모금전략본부장, J, K, L 미래전략본부장)에게 원고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피고 회장(이하 ‘회장’이라 한다)의 의사에 따라 사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원고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 사건 언론보도에서 적시한 사실에 관하여) 감사를 요청하고 후임 총장이 올 때까지 한 달 정도 정리할 시간을 가진 후 스스로 사직할 의향이 있으나, 이 사건 언론보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2명의 기관장에 대하여는 직접 인사조치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는 2021. 3. 30. 10:00경 부서장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의 거취, 기관장 2명에 대한 인사조치 등에 관하여 회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원고는 집무실로 돌아와 부서장들에게 ‘회장님께 후임 사무총장 선출시까지한 달 정도 마무리를 하고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으나 회장님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 빨리 정리해주길 요청하였다’라고 말하면서 ‘회장님의 뜻을 존중하여 2021. 3. 31.자로 사직하겠다. 다만 2명의 기관장에 대하여는 반드시 인사조치를 하고 가겠다. 봉사관장으로 발령을 내겠다’라고 밝혔고, H는 피고의 인사팀장인 M에게 유선으로 ‘원고가 2021. 3. 31.자로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원고는 회의를 마치면서 I에게 퇴임사 초안 작성을 요청하였고, I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작성일이 2021. 3. 31.로 기재된 퇴임사 초안을 작성한 후 같은 날 14:30경 원고에게 전달하였다.
원고는 2021. 3. 30. 15:00경 원고의 집무실을 방문한 H에게 ‘내일 오전에 회장 이 나오면 기관장 발령을 내고 본인 사직을 처리하고 사퇴의 글을 그룹웨어에 게시한 후 마지막 인사를 하겠다’라고 말하였고, 같은 날 퇴근 직전에 2021. 3. 31. 오전 휴가를 신청하였다.
M은 2021. 3. 31. 09:30경 원고 명의로 ‘본인은 근로계약 종료에 따라 2021. 3. 31.자로 사임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한 후 원고의 서명이 없는 상태로 사직서 수리를 위한 내부결재 절차를 진행하였고, 회장은 2021. 3. 31. 11:43경 위 사직서를 수리하는 결재를 하였다.
M은 2021. 3. 31. 13:15경 원고가 출근하자 사직서에 서명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사직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명을 거부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의 사직서 수리는 해고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4. 6.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이 법원 2021가합5573호)를 제기하였다.
피고의 징계처분 등
회장은 2021. 5. 17.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예비적․조건부 복직 명령을 내렸다.
회장은 2021. 5. 17. ‘법인카드 무단사용 및 하급자에게 비용 전가를 통한 부당이득 취득’, ‘갑질행위, 부당한 지시를 통한 사택 마련 및 집기비품 구입 등’, ‘업무추진비 상한액 미준수 및 법인카드 주류 구입 등’, ‘상기 비위행위 보도로 인한 피고 이미지 실추 및 여론 악화 등’을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로 하여 본사 특별징계위원회 위원장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회장은 2021. 5. 18. 원고에게 ‘2021. 5. 24. 예비적 본사 특별징계위원회를 개최하니 출석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통보서를 보냈다. 그러나 원고는 2021. 5. 21. 피고에게 ‘피고가 한 예비적․조건부 복직 명령은 무효이고,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려면 원고에 대한 사직 처리가 무효임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면서 징계위원회 출석을 거부하였다. 이후 회장은 2021. 5. 31. 원고에게 ‘2021. 6. 3. 예비적 본사 특별징계위원회를 개최하니 출석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통보서를 보냈고, 2021. 6. 4. 원고에게 ‘2021. 6. 16. 예비적 본사 특별징계위원회를개최하니 출석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통보서를 보냈으나, 원고는 위 각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고, 서면진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피고의 특별징계위원회는 2021. 6. 16. 이 사건 징계사유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임원으로서 임용권자에게 「위임관계 해임」건의를, 예비적으로는 근로자로서 「해임 처분」’(이하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회장은 2021. 6. 25. ‘2021. 3. 30.자 사직 또는 사임이 무효일 경우에 대비하여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임원으로서 「위임관계 해임」, 예비적으로 근로자로서 「해임」처분함’이라는 내용의 예비적 인사발령을 한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 및 위 예비적 인사발령 사실을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가 제1 내지 6호증, 갑나 제7 내지 12호증, 을 제9 내지 13, 16 내지 18, 32 내지 41호증의 각 기재, 증인 I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2021. 3. 31.자 사직서 수리 관련
원고는 회장과 면담하기 전 부서장 회의(이하 ‘면담 전 부서장 회의’라 한다)에서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고, 만약 사직하게 된다면 그 시기는 원고가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회장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는 회장의 말에 깊이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을 뿐, 2021. 3. 31.자로 사직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회장과 면담을 마친 후 부서장 회의(이하 ‘면담 후 부서장 회의’라고한다)에서 2021. 3. 31.자로 사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준비 차원에서 I에게 퇴임사 초안을 부탁하였다. 결국 원고는 사직 계획을 논의하였을 뿐 공식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고, 설령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이를 회장에 대한 의사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는 원고가 공식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시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 바가 없음에도 ‘사직서 수리’라는 형식으로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켰고,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를 해고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이하 원고가 주장하는 2021. 3. 31.자 사직서 수리에 따른 해고를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따라서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2021. 4. 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9,203,000원의 비율로 계산한임금 및 피고의 부당해고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5,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위임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부득이한 사유 없이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일방적으로 위임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피고가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의 임기 종료일까지의 보수 상당액의 손해 179,458,500원 및 위자료 15,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 관련
피고는 원고를 예비적으로 복직시킨 후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을 하였으나, 실질적 복직 없이 예비적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해고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잠탈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부당하다.
피고의 내부규정상 ‘위임관계 해임 건의’라는 징계의 종류는 존재하지 않고, 주위적, 예비적으로 나누어 징계처분을 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될 수 없고,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피고는 원고의 행위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중한 징계를 선택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취소를 각 구한다.
피고
2021. 3. 31.자 사직서 수리 관련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이자 피고로부터 피고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사무를 위탁받은 수임인의 지위에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근로계약상 지위 회복 효과는 발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원고는 면담 전 부서장 회의에서 회장의 불신임이 있다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후 회장을 만나 2명의 기관장에 대하여 인사조치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2021. 3. 31.자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고, 회장은 원고의 사직 의사를 수락하였으며, 원고는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도 이러한 사직 의사를 다시 명시하였다.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2021. 3. 30. 유 효하게 사직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 관련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2021. 3. 31. 유효하게 종료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현재의 권리․법률관계에 불안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은 적법․가능하고, 이 사건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므로,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청구 및 취소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가 제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피고와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E법 제19조 제2항은 ‘사무처에 사무총장 1명을 두며, 사무총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B기관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하여 사무총장은 회장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법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E법 제17조 및 피고의 정관 제17조 제1항은 피고의 임원으로 회장 1명, 부회장 2명 및 재정감독 1명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무총장은 공식적인 임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E법 제9조는 피고의 의결기관으로 N총회, 중앙위원회,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정관 제24조 제1항은 ‘B기관의 사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사무처를 둔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 ‘사무총장은 정관에 정한 각종 회의의 사무를 담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사무총장은 E법 및 피고의 정관에서 정한 임원과 달리, 피고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의결기관의 결정에 따라 사무를 집행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된다.
사무총장은 피고의 직원운영규정 제3조, 별표 제1호에 따른 별정직원이고, 피고의 직원운영규정에 따라 복무하면서 보수, 휴가, 징계, 근로시간 등에 관하여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또한 원고는 근로자임을 전제로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어 있다.
사무총장은 피고의 고위 실무책임자로서 사무집행에 관하여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회장 등이 가진 사무집행 권한 중 일부를 중간 관리자에게 위임․배분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사무총장이 회장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피고의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은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등이 효력이 없고, 여전히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속하고 있을 경우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징계처분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2021. 3. 31.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원고와 피고의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은 효력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현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불안이나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취소청구 부분에 대한 직권 판단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450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을 구하는 형성의 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의 설립에 관한 근거법률인 E법에는 징계처분 등과 같은 피고 내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달리 원고가 위와 같은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서는 해당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에 의하여야 하고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예비적 징계처분의 취소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2021가합5573호 사건의 청구)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고, 사직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없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두26029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나,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관계를 해지시키기로 합의하였다면 그 합의시에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 해지의 청약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사용자의 승낙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형성, 표시되어 해지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어느 일방 당사자가 임의로 이를 철회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위 합의시 특별히 근로계약관계를 일정기간 경과 후 종료키로 약정하였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4629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관계의 사직 또는 합의해지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상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민법상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불요식행위로 단독행위로서의 사직의 의사표시나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에 관한 청약의 의사표시인 사직의 의사표시 역시 특정한 방식이 요구되지는 아니하므로, 서면은 물론 구두에 의한 사직의 의사표시도 효력이 있다.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4, 15, 65, 66호증의 각 기재, 증인 O의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사직의사표시 또는 원고와 피고의 합의해지에 따라 2021. 3. 31.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각 주위적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는 면담 전 부서장 회의에서 회장의 의사에 따라 원고의 거취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부서장들의 의견을 들은 후 자진하여 사직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떠났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원고의 거취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회장과 만났고, 회장이 사직을 권고한다면 이에 따를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회장인 P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2021. 3. 30. 원고와 면담할 당시 원고는 자신이 사직을 하겠다고 하면서 2명의 기관장에 대하여 인사조치를 하고 사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원고의 사직 및 인사조치 요구를 허락하고, 원고가 떠난 뒤 비서실장인 O을 불러 원고가 사직하였다고 전달하였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진술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회장에게 구두로 2021. 3. 31.자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회장은 이를 승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진술서에는 면담 당시 원고의 구체적 언행 및 사직에 따른 요구사항 등 사후적으로 꾸며내기 어려운 사실관계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고, 그 기재내용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O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후 “원고가 면담을 마치고 떠난 후 회장이 문을 열고 나와 나에게 ‘원고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겠다고 의사표명을 해서 알겠다고 했어. 날짜는 2021. 3. 31.까지만 근무한다고 했어’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당시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Q과 R이 작성한 각 진술서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은 진술 및 기재내용은 앞서 본 회장 진술서의 기재 내용과 부합한다.
원고는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 ‘2021. 3. 31.자로 사직하겠다’라고 말하면서 퇴임사 초안 작성을 부탁하고 2명의 기관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지시하였으며, H는 곧바로 그 내용을 M에게 전달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 원고의 사직이 확정되었다고 알리면서 후속 인사조치 등을 지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원고의 지위와 회장과의 관계, 1급 기관장에 대한 인사발령 권한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회장과의 의사합치가 없었음에도 부서장들에게 2021. 3. 31.자 사직을 통보하면서 인사조치 등을 지시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원고는 2021. 3. 31. 사직하기로 회장과 합의한 후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 그 합의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전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회장과의 면담 당시 사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늦어도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 2021. 3. 31.자로 사직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의사표시는 회장에게 도달하였으며, 회장은 원고의 사직을 승낙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면담 후 부서장 회의에서 확정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후속 인사조치 등을 지시하였다. 면담 후 부서장 회의는 사적인 자리가 아닌 피고의 공식 회의이고, 위 부서장 회의에 기획조정실장 H 등 인사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고위 직원이 참석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자신의 의사표시가 공식적으로 피고에게 전달되는 것을 전제로 사직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H는 2020. 3. 30. 오후경 원고가 지시한 기관장 2명에 대한 인사조치 내용을 회장에게 보고한 후 M에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였고, M은 원고와 상의하여 기관장 2명에 대한 구체적 인사조치를 확정하였다. M은 2020. 3. 31. 오전에 원고의 사직서 수리, 사무총장 직무대리 인사발령, 기관장 인사발령 등에 관한 문서를 작성한 후 내부결재 절차를 진행하였으며, 회장은 위 각 문서에 대한 결재를 마쳤다. 결국 늦어도 2021. 3. 31. 사직서 수리 등에 관한 내부결재가 진행되면서 원고의 사직 의사 등은 모두 회장에게 전달되었고, 회장은 원고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일 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임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예비적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징계처분 무효 확인청구 및 취소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수영(재판장) 정지원 황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