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사업 등을 수행하여 국민보건 및 사회보장을 증진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의한 기획재정부장관 고시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원고는 2017. 12. 18.경 피고에 임용되었고, 2018. 1. 15.부터 피고의 경인본부 B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19. 7. 15. 경인본부 C본부로 전보된 후, 직제개편에 따라 2022. 7. 27. 피고의 다른 지사로 전보되기 전까지 인천경기본부 D본부 자격부과부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22. 6. 22. 피고의 E지사 자격부과부에서 주임(6급)으로 근무하는 F(이하 ‘피해자’라 한다)‘으로부터 원고와 관련한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 신고를 접수하였고,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2022. 7. 25.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 재발 방지교육 이수, 원고에 대한 전보 조치를 권고하는 내용의 심의·의결을 하였다.
피고의 서울강원지역본부 보통징계위원회는 2022. 8. 11. ‘원고는 2022. 1. 7.경 피해자를 데리고 자신의 친구와 공유하는 개인사무실로 가 함께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허리를 감고 가슴을 만졌으며, 피해자를 잡고 강제로 뽀뽀를 시도하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려고 하면서 ’○○○ 대리는 가슴 작다고 하면 짜증내더라‘라고 말한 뒤,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는 ’만져보니 별 거 없다. 작다‘라고 발언하는 등의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고 한다) 인사규정 제38조(직원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로 원고에 대하여 해임을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2022. 8. 19. 피고에 대한 해임처분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위 해임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의 중앙징계위원회는 2022. 10. 11. 원고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위 해임처분을 취소하고 정직 3월(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규칙은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정직처분에 관한 주장
피고가 인정한 이 사건 비위행위의 사실관계는 실제와 다르고,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는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의 주된 근거로 든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결과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정직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주장
이 사건 정직처분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정직처분이 있었던 달인 2022. 8. 1.부터 이 사건 정직처분의 효력이 끝나는 달인 2022. 11. 30.까지 이 사건 정직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등 차액 2,676,43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정직처분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비위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갑 제7, 8, 9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비위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포괄적 업무관련성 여부
⑴ 피고의 인사규정을 보면, 피고는 직급제로 운영되고 있고, 근무평정에 따른 승진제도를 두고 있는데,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승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도 두고 있다. 특히 원고와 피해자와 같은 5급, 6급 직원의 경우는 근속승진제도를 두어 일정한 근속연수를 충족하면 승진이 가능한 구조이다.
⑵ 원고는 피고의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5급 대리이고, 피해자는 피고의 지사에서 근무하는 6급 주임이다. 피해자가 2020. 11. 6.경 사내 메신저로 원고에게 사업장의 자격부과에 대한 업무질의를 하면서 관계를 맺었다. 이후 2021. 5. 27., 2021. 7. 8., 2021. 7. 27., 2021. 10. 27.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는 원고에게 업무질의를 하였고, 그때마다 원고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⑶ 피고의 각 지역본부는 소속 지사를 관할하고, 소속 지사의 업무교육을 실시하거나 지사의 질의사항에 답변하는 등 소속 지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록 피고의 업무분장표에 따르면, 피해자가 담당한 ‘사업장 적용, 변경, 탈퇴에 관한 사항’ 업무는 원고가 아닌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업무분장표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배하기 위한 내부 체계에 불과하고, 원고가 속한 자격부과팀과 피해자의 담당업무 간 관련성이 뚜렷하게 존재하며, 앞서 보았듯이 원고는 피해자의 질의에 상세하게 답변하였다. 소속 지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원고와 피해자 간의 업무는 관련되어 있다.
⑷ 이 사건 비위행위가 발생한 날인 2022. 1. 7.경 피해자와 원고가 단둘이 만났지만, 직접 대면한 경험은 2021. 11.경 다른 직원과 함께 만난 이후로 두 번째에 불과하다. 2022. 1. 7.경의 저녁식사 및 술자리가 비록 공식적인 회식은 아니었지만, 원고가 사내 메신저로 피해자에게 다른 피고 직원들과 함께 술 마시자고 계속 제안하였고, 피해자가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비로소 2022. 1. 7.에 둘이서 만날 것을 제안한 점, 퇴근 이후에 만나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점, 이 사건 비위행위 전후로 피고 직원인 G 대리와 통화하였고, G 대리가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원고의 개인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당시 피해자가 G 대리에게 ‘(원고의 만남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왔다’는 취지로 말한 점, 당시 원고와 피해자의 친분 정도와 상호간 호칭, 2021. 11.경 원고와의 첫 만남 이후 피해자가 다른 직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드러난 피해자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비위행위는 업무수행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지역본부와 소속 지사의 관계가 독립적, 수평적이라거나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지휘, 감독관계가 아니라는 사정, 피해자와의 만남이 원고의 일방적 강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 등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비위행위의 인정 여부
⑴ 앞서 보았듯이 피고의 서울강원지역본부 보통징계위원회와 중앙징계위원회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 과정에서 한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한 사실조사가 미진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가 이 사건 비위행위 직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와 원고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녹취록에는 분명하게 원고로부터 강제추행에 준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고, 피해자는 원고에게 직접 사과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피해자가 주변 직원들의 권유를 받고 고충처리 신고를 하였고,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보더라도, 이 사건 비위행위의 핵심적인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⑵ 피해자는 원고에게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사건 발생 다음 날 친한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반면,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원고의 모습을 직접 본 G 대리도 당시 원고가 ‘대화 중간에 눈을 감고 있었고, 평소와 달리 욕설을 더 많이 섞어 했던 것으로 봐서는 취한 상태였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022. 1. 25. 원고와 피해자가 나눈 대화에서도,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하고,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고 하면서도 피해자가 하는 말을 대체로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⑶ 비록 원고와 피해자가 다른 직원들과 달리 전화 연락이나 메신저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그 내용에 업무와 무관한 일상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용인될 정도로 둘 사이에 친분이 두터웠다고 볼 만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가 드는 사정들(G 대리 등이 같이 나가자는 제안을 받고도 거절하고 다시 돌아와 원고와 함께 있다가 원고를 동료 집까지 데려다 준 행위, 이 사건 비위행위 이후 피해자가 원고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자신을 픽업하여 만나자고 한 발언 등)은 이 사건 비위행위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 정직처분에 대한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81조 제1항 [별표 10] 3. ‘성폭력등 징계양정기준’ 중 ‘다. 성희롱’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 강등에서 감봉까지의 징계를,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정직에서 견책까지의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당초 원고에게 해임의 징계처분을 하였지만, 피고의 중앙징계위원회는 원고가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과 재발방지를 위해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스스로 수강하는 등 개전의 노력을 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였고, 최종적으로 해임보다 가벼운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징계사유는 ‘성폭력등’에 해당하므로, 피고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83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징계를 감경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을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임금 등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웅(재판장) 이지수 황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