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사업 등을 수행하여 국민보건 및 사회보장을 증진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의한 기획재정부장관 고시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원고는 2013. 6. 17.경 피고에 임용(6급)되었고, 부산사상지사에서 근무 중 2017. 1. 1. 5급으로 승진하였으며, 부산경남지역본부, 부산북부지사, 울산남부지사에서의 근무를 거쳐 2023. 1.경부터 B지사 징수부에서 근무 중이다.
피고는 2020. 12. 14.경 원고와 같이 피고 C지사에서 6급으로 근무하는 피해자로부터 원고와 관련한 성희롱 고충처리 신고를 접수하였다.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라 한다)는 2021. 1. 14.경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중징계 및 피해자와의 지속적인 분리배치, 원고에 대한 재발방지 교육 이수 권고를 심의·의결하였다.
피고의 중앙(초심)징계위원회는 2021. 2. 18.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원고가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고 한다) 인사규정 제38조(직원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 1월의 처분을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2021. 2. 19. 원고에 대한 정직 1월의 처분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2021. 2.경 위 정직 1월 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의 중앙(재심)징계위원회는 2021. 3. 18.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원고가 반성하고 있는 점, 성희롱 예방교육을 자발적으로 수강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정직 1월 처분을 취소하고, ‘감봉 3월 처분’(이하 ‘이 사건 감봉처분’이라 한다)으로 의결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규칙은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2, 8, 14,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절차상 하자에 관한 주장
원고는 피고의 중앙(초심)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징계사유나 혐의 사실이 기재된 징계사항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피해자의 신고로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피해자의 신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거나 이를 질문하지 않았고,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서도 원고에게 징계사유에 대한 송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고는 징계 과정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의 기회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박탈되었으므로, 이 사건 감봉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실체상 하자에 관한 주장
제1-1 비위행위
피해자는 2020. 2.말경에서 3. 중순경 사이 19:00경 C지사 지하주차장에 원고가 허리를 감싸 안는 방식으로 신체접촉을 하였다고 진술하나, 원고는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는 방식으로 신체접촉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 원고와 피해자는 그 무렵 인사발령으로 막 알게 된 사이이고, 원고는 대부분 18:00경 퇴근하였으므로, 19:00경 지하주차장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허위이다.
제1-2 비위행위
피해자는 2020. 5. 14.경 D에서 마주앉은 원고가 대화를 하다가 피해자의 손목을 잡았다고 진술하나, 원고는 당시 자신의 연애담을 말하면서 과거 여자친구의 손목을 잡았던 대목을 이야기 하던 중 상황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손목을 가볍게 잠깐 잡는 방식으로 접촉하였을 뿐이고, 손목을 잡기 전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으며, 피해자도 유쾌한 반응을 보였고, 달리 원고에게 부정한 의도나 불순한 목적이 없었으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제1-3 비위행위
원고는 2020. 12. 3.경 C지사 사무실 내에서 노동조합 E본부 본부장 선거운동의 노고를 치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가볍게 1회 두드리는 형태로 신체를 접촉하였다. 원고는 위로, 격려의 취지로 어깨 부위를 1회 두드렸을 뿐이므로 어떠한 성적 함의나 의도가 전혀 없었고, 어깨가 수치심이 들 만한 신체 부위라고도 보기 어려워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제2 비위행위
원고는 제2 비위행위 기재와 같이 발언한 사실이 없고, 다만, 원고는 피해자로부터 남자친구와의 연애에 대한 고충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나쁜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라는 취지로 발언하였고, ‘나쁜 남자가 뭐냐’라는 피해자의 물음에 ‘나쁜 남자란 여자와 잠자리하기 위해 연애 초반에 막 잘해주는 남자를 말한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그러나 위 발언 역시 피해자의 연애 상담 과정에서 ‘나쁜 남자’의 일반적인 의미를 설명한 것일 뿐, ‘성적 언동’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징계양정에 관한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로 적시한 비위행위 중 제1 비위행위는 모두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져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고, 이 사건 감봉처분으로 인하여 승진이 제한되고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제적 불이익이 있었을 뿐 아니라 원거리로 인사발령을 받아 생활상 불이익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감봉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우므로 무효이다.
판단
관련 법리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절차는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가 하나의 징계처분 절차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징계 과정 전부에 관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래의 징계 과정에 절차 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재심 과정에서 보완되었다면 그 절차 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6다23627 판결 등 참조).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두33323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절차상 하자에 관한 판단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6호증, 을 제2 내지 7, 9,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감봉처분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는 2020. 12. 14.경 피고에게 고충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 신고를 하였다. 피고 담당자는 2020. 12. 21.경 피해자와 문답을 통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였고, 이를 토대로 2020. 12. 22.경 원고를 상대로 문답을 통하여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피고 담당자가 원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록 제1-1 비위행위에 대한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아 원고의 답변도 추상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1-2 비위행위의 경우 비록 사건발생 일시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조사자는 ‘D’로 장소를 특정하였고, 원고 또한 과거 여자친구와 교제 내용을 언급하면서 재연할 때 피해자의 손목을 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제1-3 비위행위의 경우에는 사건발생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었고, 어깨 부위에 신체를 접촉한 행위에 대한 내용임이 명시되었으며, 제2 비위행위의 경우에도 원고는 조사자로부터 피해자가 ‘남자친구가 처음에 잘해주다가 지금은 변했고 연기를 하는 거 같다’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어떤 답변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성적인 부분을 얘기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남자가 성적으로 같이 자려고 했다가 그렇게 변한 것 같다고 얘기해 줬던 것 같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한 내용을 대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원고는 조사 당시 담당자와의 문답을 녹취하였고, 2020. 12. 28.경 그 녹취 기록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충하는 형태로 ‘추가 진술서’(갑 제6호증의10)를 작성하였다. 위 추가 진술서에는 원고의 이 사건 소장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과 함께 원고와 피해자의 사내메신저 대화내용,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은 피고의 고충신청 건 조사결과 보고서에도 반영되었다.
비록 피고의 중앙(초심)징계위원회의 징계사유설명서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위행위의 일시를 ‘2020. 2., 5., 12.’로 기재하거나 그 내용을 ‘등과 허리, 손목, 어깨를 만지는 등 신체적 접촉’이라고만 기재하는 등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를 대체로 특정하여 원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원고도 추가진술서 등을 제출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징계사유설명서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라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자신이 어떠한 내용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역시 중앙(초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1월의 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하면서 ‘제가 5월경 대화내용을 재연하기 위해 손목을 잡은 사실과 12월경 감사인사를 하며 어깨를 손으로 터치한 신체적 접촉에 대해’라고 명확히 특정하였고, 피고의 중앙(재심)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재차 추행, 성희롱에 대한 다시 판단할 것을 요청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중앙(초심, 재심)징계위원회에 서면을 제출하거나 직접 출석하여 진술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할 것이므로,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실체상 하자에 관한 판단
제1-1 비위행위의 존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제1-1 비위행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가 2020. 12. 14.경 작성한 고충신청서에는 제1-1 비위행위가 발생한 일시를 ‘2월 18일~3월 중 어느날 저녁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고 특정하였고, 이후 이루어진 문답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얘기 후 헤어진 상황인지 단둘만 인사하고 헤어지려는 상황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둘만 남게 된 상황’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1. 6.경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2020. 2.말에서 3. 중순경 사이 19:00경’이라고 시간을 특정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2020. 2.경 ~ 3.경 피고 C지사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였고, 수시기관은 원고와 피해자의 차 출입내역을 통해 그들의 퇴근시간이 대부분 18:00 ~ 18:30경인 점, 피해자가 제출한 녹취록 대화만으로는 원고가 제1-1 비위행위를 인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 처분을 하였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문답서에도 원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추가진술서에서도 피해자가 발령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친해지기 어려웠던 상황으로 피해자의 등을 만지며 인사를 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제1-1 비위행위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피고의 중앙(재심)징계위원회의 징계사유설명서에도 원고는 ‘2020년 2 ~ 3월경 피해자의 등과 허리를 만진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원고는 사건 초기부터 일관되게 제1-1 비위행위의 존재를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제출한 원고와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지하주차장에서의 일에 대하여 원고가 해명하는 것처럼 진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 위 대화 바로 직전에 원고가 2020. 12. 3.경 피해자의 어깨를 만진 일(제1-3 비위행위)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는지 여부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점, ㉡ 피해자는 구체적인 일시를 특정하지 아니한 채 ‘주차장에서 둘이 있었을 때, 등을 만지거나 허리를 약간 좀 갖다 대거나 한 적이 있었다’라고 말한 점, ㉢ 원고는 본인이 물리치료사였던 경력을 언급하면서 기분이 나빴다면 죄송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위 대화가 제1-1 비위행위에 관한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에게 사과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물리치료사로서 도수치료 형식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으므로, 당시 원고가 제1-1 비위행위의 존재를 인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1-1 비위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고, 부서 내 원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즉각 관계를 단절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제1-1 비위행위 이후 피해자가 원고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기프티콘을 보냈다고 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다만 피고는 원고가 출차 이후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돌아 와 제1-1 비위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하나, 이는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해자는 제1-1 비위행위가 발생한 날짜에 대하여 2020. 2.말경에서 3. 중순경이라고 하면서도 시각은 19:00경으로 특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퇴근시간 이후 다른 사람들과 모두 헤어지고 원고와 단 둘만 남게 된 상황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 피고의 출차 시각이 대체로 18:30경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한 시각에 지하주차장에 단 둘만 남는 상황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피해자는 최초 문답 시 제1-1 비위행위가 발생한 이후 F 대리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고 진술하였음에도 F 대리에 대한 조사는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달리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물론 피해자가 시간을 착각하였을 가능성이나 사건발생 일자가 위 일시가 아닌 다른 날일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나, 징계사유의 존재를 인정하려면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이고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이상, 제1-1 비위행위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제1-2 비위행위의 존부에 관한 판단
원고가 2020. 5. 14.경 D에서 피해자와 마주 앉아 있다가 피해자의 손목을 잡은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위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위 행위는 성희롱에 이를 정도의 행동이 아니라 하더라도 부적절한 행동으로서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
피해자는 고충신청서에 원고가 2020. 5. 14.경 D에서 대학시절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재연을 핑계로 팔을 갑자기 휙 잡은 채로 이야기하여 기분이 나빴고 매우 불쾌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문답서에서도 자꾸 내 몸을 만져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기분이 더러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물론 사건발생 당시 원고와 피해자 둘만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그 즉시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거나 거부할 수는 없었을 수도 있으나, 피해자는 위 사건발생일로부터 2주가 지난 2020. 5. 28.경 사내메신저로 먼저 원고에게 ‘지난번에 해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는 부분에서 끊겨버려서 계속 생각난다. 나중에 같이 출장가자’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고, 2020. 6. 2.경 원고와 피해자, G가 함께한 자리에서 피해자는 원고에게 지난 번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 달라고 부탁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상황을 재연하면서 G의 손목을 잡기도 하였다. G는 당시 상황에 대하여 셋이서 박장대소하여 다른 손님들의 눈총을 받은 기억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위 행위에 대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단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다시 상황 재연을 부탁한 경위에 대하여 원고가 G가 있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손목을 잡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2020. 5. 28.경 원고와 사이의 사내메신저 대화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원고에게 먼저 연락하여 물리치료를 잘 하는 정형외과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고, 위 ①항에서 기재한 바와 같이 추후 같이 출장을 가서 상황을 재연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처럼 실제 피해자가 보인 반응은 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경우에 따라 손목 역시 접촉할 경우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해당하기는 하나, 손목을 잡았다 하여 일률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신체접촉이 이루어진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비위행위는 원고와 피해자가 사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상황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약 10초 간 손목을 잡은 것으로서 1회에 그쳤을 뿐 아니라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성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비록 남성 기혼자인 원고가 어느 정도 나이 차이가 있는 여성 미혼 피해자의 손목을 잡은 행위가 다소 부적절하고 불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부적절, 불필요한 행동이라는 사유만으로 곧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원고의 이 부분 비위행위가 성희롱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 부분 행위에 대한 징계사유는 피고 인사규정 제38조 제1호에 따라 피고의 직원은 직무 여부와 관계없이 공단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으로서 앞서 본 이유에 따르면 원고의 행위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사유는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제1-3 비위행위의 존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2020. 12. 3.경 피해자의 어깨를 만진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2020. 12. 3.경 노조선거운동 이후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감사인사를 하던 중 피해자 자리 옆으로 가 무릎을 굽히고 쭈그리고 앉아 피해자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대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피해자는 사건발생 직후 원고를 비상엘리베이터 앞으로 불러내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한다. 앞으로 조심해 달라. 아까 어깨를 터치한 일이 너무 기분 나쁘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원고는 ‘죄송하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피해자는 2020. 12. 10.경 원고와 대화하면서 재차 2020. 12. 3.경 발생한 일에 대하여 기분 나쁘고 불편했다는 감정을 표현하였고, 원고 또한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한 게 맞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비록 검사는 제1-3 비위행위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기는 하나, 피해자의 고소사실은 원고가 오른쪽 어깨를 ‘주물렀다’는 강제추행에 대한 내용으로서 이는 원고의 행위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검사의 판단일 뿐이고, 징계사유가 되는 행위를 반드시 형사상 범죄행위와 동일시할 수는 없으며, 형사상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아도 별개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어깨는 충분히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습적으로 어깨를 접촉하였으므로, 충분히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 비위행위의 존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2020. 8. 12.경 남자친구 관련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2020. 8. 12.경 피해자와 피해자와 남자친구 사이의 관계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가 원고에게 ‘남자친구가 처음에는 다정하게 잘 대해주다가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게 마치 연기를 한 것 같아 속은 느낌이다’라고 말하자, 피해자에게 ‘남자친구가 잘해주다가 변한 이유는 주임님(피해자)이랑 자려고 그랬던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의 발언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서 경험칙상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해자 역시 문답서에 ‘직장동료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여서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문답서에 ‘원고는 (피해자의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이 식었으니 헤어지라고 말하였고, 회사로 들어가면서 양다리를 해봐라, 나도 했었다는 식으로도 말하였다. 너무 고통스러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당시 상황 및 피해자가 느낀 감정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위 대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남자 중에는 나쁜 남자도 있어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피해자로부터 ‘나쁜 남자’가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받자 ‘나쁜 남자란 여자와 잠자리를 위해 연애 초반에 잘 해주는 남자를 말한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라 하더라도, 당시 원고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에서의 성생활에 대한 대화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먼저 ‘나쁜 남자’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육체적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던 점, 원고에게 성적 대상화, 성적 비유 등을 행할 동기나 의도가 있지 않다 하더라도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발언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경위에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는 결론에는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
소결론
따라서 제1-1 비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비위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감봉처분의 실체상 하자가 이 사건 감봉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앞서 든 증거, 을 제16,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감봉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3년경, 피해자는 2017년경 입사한 직원으로서 원고는 사건발생 무렵 대리로, 피해자는 주임으로 각 근무하였다. 비록 원고와 피해자들의 직급 차이가 한 단계에 불과하기는 하나, 해당 부서에서의 근무기간, 인맥, 연령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할 때, 원고가 피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피해자는 원고와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고에 대한 인사조치 및 재발방지교육 등을 원하는 등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직장 내의 근무 기강이나 근무 분위기가 현저하게 저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81조 제1항 및 [별표10]의 징계양정기준표에 따르면, 성희롱의 경우, ㉠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 ㉡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해임’, ㉢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는 ‘강등-감봉’, ㉣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정직-견책’의 징계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고의 제1-1 비위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각 비위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설령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로 본다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감봉처분은 위 징계양정 기준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피고 중앙(초심)징계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징계사유를 전부 인정하면서 원고가 사과를 한 점, 평소의 품행, 근무 성적, 공단에 기여한 공적 등을 고려하여 ‘정직 1월 처분’을 하였고, 중앙(재심)징계위원회는 원고의 반성하는 태도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감봉처분을 하였는바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업무 능력 등에 관한 사정을 반영하여 이 사건 감봉처분을 하였다.
피고가 종전에 성희롱 행위를 저지른 다른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사례에 비추어 보면, 제1-1 비위행위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비위행위에 나타난 성적 언동의 구체적 내용 및 정도, 피해자가 보인 반응, 원고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이 사건 감봉처분의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웅(재판장) 이지수 황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