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채권자들 주장의 요지
채무자는 보험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사업을 주로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고, 채권자들은 채무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C시 소재 채무자 본원에서 운전원으로 일해 왔다. 채무자는 2024. 1. 22. 전보명령을 통하여 채권자 A은 D본부로, 채권자 B은 E본부로 전보하는 인사발령조치(이하 ‘이 사건 전보’라 한다)를 하였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C시 소재 채무자 본원에 채용되었고, 이 사건 전보 당시 채무자가 채권자들을 전보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없었으며, 전보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도 불합리하고, 채무자는 채권자들과의 협의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부당한 전보로 인해 채권자들은 커다란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게 되었으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내용,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며, 위와 같은 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 교량과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등 참조).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130 판결).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가 본안소송에 의하여 확정될 때까지 채권자가 입을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밖에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 처분이고, 이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당해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에 있어서의 장래 승패의 예상, 기타의 제반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구체적 판단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현 단계에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채무자의 2018. 6. 27.자 채용 공고에는 근무지역이 강원도 C 및 F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2018. 9. 20.자 채용 공고에는 운전원의 근무지역이 C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근무지역은 임용 후 업무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채권자들이 채무자와 작성한 근로계약서 제3조 제2항에는 ‘제1항에 따라 채무자가 지정하는 근무부서에 따라 채권자는 본원 또는 지원에 근무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채무자는 본원과 지역 본부로 구성되어 있고, 순환근무와 원거리근무를 전제로 하는 사칙을 두고 있으며, 실제로도 채무자 직원 중 상당수는 지방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정기인사 등을 통하여 순환근무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채권자들로서도 비연고지인 원거리에서의 근무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채무자는 2024. 1.경 조직개편을 시행하였고,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운전원이 없는 6개 본부에 운전원의 재배치 필요성이 발생하였다. 채무자의 전보 및 보직 관리기준에 따르면, 정기전보는 조직, 개인, 순환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고, ‘본인 중증질환 또는 중증장애’, ‘가족간병(중증)’, ‘임신부’ 등의 개인고충 우선순위를 정하여 이를 전보에 반영하여 왔는데,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은 채무자 전보 및 보직 관리 기준의 ‘개인고충 우선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채권자들은 이 사건 전보 이전 ‘개인고충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사정을 채무자에 소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는 운전원들의 연고지, 임금피크제 대상자 여부, 업무 적합도, 직원들간의 인화 등을 고려하여 채무자들을 전보대상자로 선정하였는데, 운전원 중 일부는 지역본부로 전보되어야 했던 필요성을 고려하여 보면,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 및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 대상자의 선정과 관련하여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이 사건 전보 후 채권자 A이 담당하는 업무는 ‘업무용 차량 관리 운영 업무 : 차량의 임차, 유류, 세차 등 차량 관리 및 업무 처리’이고, 채권자 B이 담당하는 업무는 ‘본부장 수행 및 본부 직원 출장시 운전에 관련된 사항과 차량관리 및 기타 운전 관련 업무’이다. 채권자들이 본래 담당하였던 업무는 ‘임원수행 및 업무용 차량 운행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이므로, 기존에 했던 업무와 새로 담당할 업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주된 생활상 불이익인 ‘연고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라는 사정이나 ‘출·퇴근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라는 사정은 통상 직장인으로서 예측할 수 있고 감수해야 할 정도의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채무자는 비연고지 근로자들에 대하여 숙소를 제공하고, 부임여비, 가재이전비, 가족이전비 등 상당한 복리후생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채권자들의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채권자들은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현재 전보 대상지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바 있고, 채권자 A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비연고지 근무기간 1년을 채우면 다시 본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채무자가 사전에 채권자들과 협의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전보를 실시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 및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가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거나 이 사건 전보로 인한 채권자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 및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의 전제가 된 채무자의 조직개편이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나아가 채무자의 조직개편 등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충실한 사실심리와 면밀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채권자들이 이 사건 조직개편 및 부서이전 등으로 인하여 입었다고 주장하는 심각한 생활상의 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관련 본안소송 및 금전배상 등을 구하는 별도의 소송을 통해 그 손해를 회복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본안소송에 앞서 시급히 가처분으로 이 사건 전보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2024. 3. 29.
판사 이수웅(재판장) 장준원 이지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