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내용
피고인은 강원 인제군 C에 있는 사단법인 D협회(E병원) 실경영자로서 상시근로자 16명을 사용하여 의료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6. 2.부터 2014. 8. 1.까지 산부인과 진료 업무를 하다 퇴직한 근로자 F의 2014. 6. 임금 1,800만 원, 2014. 7. 임금 1,800만 원 등 임금 합계 3,600만 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협의 없이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주장 및 판단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F은 E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G에 의하여 고용되어 근무하였으므로, 그 임금의 지불책임은 G에게 있을 뿐, 위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던 피고인으로서는 임금을 지불할 책임이 없고, 나아가 F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할 때까지 F의 퇴직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
법리
F이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1996. 4. 26. 선고 95다2034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H, 그 처인 G, I이 사단법인 D협회(이하 '이 사건 협회'라 한다)로부터 그 명의를 대여받아 E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면서 F을 고용하였을 뿐, 위 협회나 위 협회의 대표자인 피고인이 F을 고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강원 인제군 C에 있는 이 사건 병원의 건물주는 H이고, 그 처인 G이 병원에 상주하고 있었으며, I은 원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의사의 채용을 위한 교섭을 하고, 나머지 병원 직원들에 대한 채용을 담당하였다.
F은 2014. 5.경 I의 제안으로 이 사건 병원의 건물주인 H, 그 처인 G, I의 면접 하에 이 사건 병원의 산부인과의사로 채용되었고(G도 이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I이 F을 채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I이 제시한 근로계약서에 날인하였다. F은 채용과정 및 채용되어 근무하는 동안 피고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협회 소속의 직원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F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이 사건 병원은 이 사건 협회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협회와는 전혀 무관하며, H, G 및 I이 단지 병원 설립을 위하여 협회 이름으로 개원하여 운영하는 곳이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F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2014. 8. 11.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그 피고소인으로 이 사건 병원의 대표자인 G, 실제 경영주인 H을 적시하였을 뿐이고, 고소 이후 경찰 조사 당시에도 임금을 체불한 이 사건 병원의 대표자가 G이라고 진술하였다.
F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병원이 개설된 직후 채용되었으나, 단 며칠만에 쌀이 떨어져 식당이 폐쇄되고, 직원들이 임금 체불로 병원을 떠나게 되자, I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대화를 녹취하였는데, 당시 I이 병원을 설립하기 위하여 이 사건 협회와 교섭하여 위 협회의 이름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협회에 대하여 개원 당시 1,000만 원 및 매달 8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음을 밝혔다고 진술하였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경우에는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등만이 설립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의료법 제33조 제2항), 의료인이 아닌 H, G, I은 E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이 사건 협회의 명의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협회는 위 명의대여 이후 형식적으로나마 G을 이 사건 협회의 이사로 선임하였으나,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H, G 및 I 등이 이 사건 병원을 책임지고 운영관리하기로 하여 2014. 4. 3. 이 사건 협회 산하에 이 사건 병원지부가 설치되었고, 2014. 4. 30. 등기가 마쳐졌으며, 2014. 6. 3. 강원도로부터 의료기관개설허가를 받았다.
또한 H, G 및 I 등은 이 사건 협회 명의의 법인인감 또는 사용인감을 소지한 채 임의로 사용하고 있었다. G은 이 사건 병원의 진료비 수입을 비롯한 전체 자금관리를 하였고(부설 장례식장도 G이 운영하였다), 진료비 등 수입을 이 사건 협회에 송금하지 않았으며, 임금체불사실 등을 협회에 보고하거나 자금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나아가 H, G 및 I이 이 사건 협회에 F의 임금 체납사실을 비롯한 병원 경영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객관적 자료가 없다.
춘천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2351호 근로기준법위반사건에서 이 사건 병원 임상병리사인 J와의 검찰 대질조사 당시 피고인이 J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자인하였으나, 이는 명의를 대여한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로서, 자신의 명의로 J와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진 것을 알고, 법률적으로는 이로써 J에 대한 사용자가 될 수 없음을 알지 못한 채 이를 자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그것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실제 사용자로서 내과과장인 K에 대한 임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 법원 2014고약3707호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가, 피고인이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위 공판절차인 이 법원 2015고정146에서 K이 2015. 8. 20.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여 2015. 8. 21.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위 판결은 피고인이 K에 대한 사용자인지 여부에 대한 본안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것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
I은 2015. 6. 24.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4고단783호 등 사건에서 L의료재단 M 병원 실경영주로서 그 직원들의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전주지방법원 2014노152, 895(병합) 근로기준법위반죄 등 사건에서 같은 내용으로 징역 5월을 선고받는 등 병원의 실제 경영자로서 병원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바, 그와 같은 범행 전력에 비추어 이 사건 병원도 I이 G, H과 함께 공동하여 경영한 것으로서, 피고인은 단순히 명의를 대여한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일 뿐, 위 병원의 경영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안종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