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1조, 동법 시행령 제32조,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에 의해 2019. 1. 1.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으로 채용되어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 예하 B 및 C 소속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관의 사무가 귀속되는 주체인 국가이다.
원고는 2019. 5. 3. C 본부중대 대강당에서 11명의 군 간부를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성희롱 피해자(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에게 아래 처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 다. 2019. 7. 2. 열린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 징계위원회는 감급 3월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 지원처장은 2019. 7. 3. 원고에 대하여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 제28조(징계) 규정의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 등)을 이유로 감급 3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라고 한다)을 하였다.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규정의 표시
별지 기재와 같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원고는 당초 이 사건 징계가 행정처분이라는 전제 하에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1호의 항고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0. 2. 5. 징계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며 행정소송법 제3조 2호의 당사자소송으로 소 변경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2020. 4. 7. 행정소송법 제21조에 의하여 그 신청을 허가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민간인 근로자이고, 근로관계에 대한 다툼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민사소송 절차에 의해야 하므로 원고의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1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1조 내지 제34조,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에 의하면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은 군인 또는 군무원과 다음과 같은 공통점 및 차이점을 보인다.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은 군인이 군 생활의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 이에 대해 상담하는 사람이므로 그 업무가 군인들의 인권 보장 등 군 본연의 기능과 연관성이 크고 공적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것인 점, 관련 자격과 상담 경험, 기타 결격 사유가 없을 것 등 채용에 있어 일정한 능력요건과 자격요건이 필요한 점, 매일 상근하고 복무규율이 정해져 있음은 물론,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이 세운 인사교류 세부방침에 따라 근무지를 이동해야 하는 점, 채용 당시 부대의 인사명령 등 시달사항을 준수할 것과 상급자의 명령·지시에 순응할 것을 별도로 서약하는 점 등의 측면에서는 그 지위가 군인 또는 군무원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편 채용 기간이 정해져 있고 재계약이 보장되지 아니하는 점, 채용시 '병영생활전문상담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계약서에는 국방부 훈령 외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 법률 중 하나로 명시되어 있는 점, 그 급여 체계 또한 군인 또는 군무원들과 일치하지 않는 점, 기타 군인사법 및 군무원인사법의 자격, 임용, 복무, 신분보장, 권익의 보장, 징계 기타 불이익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등의 불복절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지도 아니하는 점에서는 군인 또는 군무원과 차이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보면 부대 또는 기관의 장이 병영생활 전문상담관과 채용계약을 맺는 것은 위 부대 또는 기관의 장이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공법상의 근무관계 설정을 목적으로 하여 지원자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의사가 합치되어 성립하는 공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소속부대장이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게 한 징계의 효력에 관한 법률관계의 소송 역시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이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징계에 대한 본안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이 사건 발언은 통상적 심리상담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사실이 없고, 객관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에도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
피해자의 진술, 참고인의 진술 등 당시 상담에 참가하였던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원고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관련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발언의 경위와 내용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발언의 경위는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19. 5. 3. C 본부중대 대강당에서 11명의 간부를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였다. 당시 남성 간부 8명과 여성 간부 3명이 함께 모여 정해진 주제 없이 즉석에서 나오는 생각이나 느낌을 다루었다. 상담의 형태는 원고가 먼저 한 명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로부터 대화를 이끌어나가면서 다른 상담참가자들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상담참가자에 대한 질문과 답변 후, 원고는 피해자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피해자가 반신욕, 강아지와의 산책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대답하자, 원고는 "다 혼자하는 취미들이네요, 결혼은 했어요?"라고 질문하면서, 주로 혼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아서 그와 같은 질문을 하였다고 부연하였다. 원고는 피해자의 성장기에 대해 묻고, 성장기에 혼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익숙해져서 결혼 후에도 혼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피해자 남편과의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피해자가 남편이 있음에도 혼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결혼을 안했으면 연애를 하라고 했을거에요. "라고 말하였다.
남편과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아 보인다는 취지의 원고 발언에 피해자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원고는 피해자의 생활에 불편은 없는지 질문하였고, 피해자가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하자 ① "외롭나보다. 밤에 남편이 안 재워줘요? 남편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발언하였다(원고는 위 발언의 앞뒤로 '본인이 뭔가 힘들어서 잠을 못 자는데, 힘들 때는 남편과 나눌 수 있지 않나요?', '잠이 안오면 남편에게 팔베개라도 해달라고 하든가 대화를 하든가 하지'라는 발언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를 비롯한 당시 집단상담 참가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도 원고가 그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원고 역시 2019. 6. 4. 군검사의 조사 과정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주장하거나 발언의 맥락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지 않았던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해자가 외롭지 않다는 취지로 계속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원고는 피해자에게 아이가 있는지 질문하고, ② "외로움이 해소되어야 애가 생길거에요. "라고 발언하였다(이 부분에 대해 원고는 또한 '심리학에서는 소통이 안되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로 부연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를 비롯한 당시 집단상담 참가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도 원고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원고 역시 2019. 6. 4. 군검사의 조사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해명하기는 하였으나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던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징계 과정에서 맥락이 왜곡된 것으로서 성적 언동을 한 사실이 없고, 그 발언 자체로도 성희롱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업무 등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에 관한 언동을 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으며, 이는 객관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발언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상담 전문가로서의 상담 진행 방식, 상담 내용 형성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상담의 진행에 따라서는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발언을 통해 상담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이 상담 도중 상담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성희롱 여부의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1조의 전문상담관 제도는 군인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 점,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성희롱 등성 관련 고충 상담을 전담하기 위해 성고충 전문상담관을 두도록 하고 있는 점,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 제19조에서는 성고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인 등에 대한 상담 조언을 원고의 세부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으로서 상담 중 한 발언이라고 해도, 그 발언이 전문상담관 제도의 의의, 심리 상담의 최종 목적,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나서 상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는 피해자가 남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채 스트레스를 혼자 해소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피해자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하자 위 ①과 같은 발언을 한 뒤 뒤이어 위 ②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위 발언이 나오기까지 이어진 대화의 맥락, 발언의 순서, '부부', '재워주다', '아이가 생기다' 등 각 발언에 쓰인 단어들이 청자에게 동시에 수용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의미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각 발언들은 피해자와 남편 사이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못해서 피해자가 개인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피해자를 포함하여, 당시 원고와 피해자 사이의 대화를 직접 듣고 맥락과 분위기를 파악하였던 집단상담 참가자들 11명 모두 위 발언에 성적인 함의가 있다.
고 인식하였다<1>. 위 참가자 중에는 군검사가 성희롱 발언을 전제하지 않은 채 원고의 부적절한 발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자 먼저 '원고가 부부간 잠자리와 성관련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경우도 있었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앞 뒤 발언을 통해 피해자가 남편에게 마음을 열고 고민을 나누어야 한다는 맥락이 적절히 부여되었다면 집단상담 참가자 전원이 위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은 남성 8명, 여성 3명, 원고가 함께 둘러 앉아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원고의 상담 진행 방식과 상담 참가자들의 비협조적 태도, 한정된 시간 등으로 인하여 집단 상담 분위기는 다소 불편하였고 개인별 상담 또한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와 피해자는 이전에 심리상담을 진행하였거나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고, 피해자를 비롯한 상담 참가자들 상호간에도 부부관계나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주저함 없이 이야기할 정도의 친분이 있
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부부의 성생활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친분이 깊은 사이에서는 상황에 따라 해당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상담자와 상담 상대방 간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부부관계 또는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아니하였음에도, 친밀하지 못한 여러 명의 타인들 앞에서 자신의 부부생활, 성생활에 대한 암시로 느껴질 수 있는 발언이 오가는 경우 객관적 일반인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상담 참가자들은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민망하였다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발언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였다거나, 남성들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가 당황스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 역시 남군초급간부들이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원고의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해 굉장히 민망하고 불쾌했다고 진술하였다.
원고는 집단상담의 주재자로서 집단상담 참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상담을 이끌어갔다. 한정된 시간 안에 상담 참가자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비우호적인 상담 상대방 스스로 그 문제를 인식하도록 한 뒤, 다른 참가자들과의 공감을 유도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각 발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할 여력이 부족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본연의 상담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상당한 정도를 넘어 상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언행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인바, 당시의 상담 조건, 대화 맥락, 피해자 및 피상담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이 심리 상담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당성을 넘어서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고는 징계의결 절차에서 원고의 발언이 중립적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시하는 증거만으로는 징계위원회가 그 구성과 절차 진행 면에서 위법하거나 현저히 균형을 잃어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정래(재판장) 고철만 정종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