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춘천시 B, 1층에 있는 C(이하 ‘이 사건 매장’이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명을 사용하여 소매업을 경영하였던 사용자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 9. 2.부터 2018. 6. 30.까지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한 D의 퇴직금 10,356,435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과 D는 이 사건 매장 운영에 관하여 특수한 동업관계에 있었고, D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은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가 피고인의 근로자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D가 2015. 9. 2.부터 2018. 6. 30.까지 이 사건 매장에 근무하면서 근무내용에 관하여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였던 E은 이 법정에서 ‘D가 점심때 쯤 출근하였고 자유로이 퇴근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F도 이 법정에서 ‘D의 근태는 본인과만 이야기하였고, 휴무도 본인과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D 스스로도 이 법정에서 ‘일주일에 한번 쉴 때도 있고 바쁘지 않을 때는 네 번 쉴 때도 있었다’라고 진술하였고, 검사의 주신문에 대하여는 ‘휴가나 출퇴근 시간이 변경될 때마다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 현금매출을 포함하여 매출에 대하여 얼마에 마감하였는지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가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지시는 안 받고 제가 거의 알아서 유도리 있게 하였다. 매출 보고를 매일매일은 아니고 주말 정도, 일주일 단위로 하였다’라고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한 ‘G’ 매장에 상주하였고, D의 근무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진술내용에 비추어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D의 근무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D가 피고인으로부터 고정적인 급여만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였던 F, E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매장의 현금매출은 모두 D가 가져갔고, D의 개인계좌로 입금받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D도 이 법정에서 ‘현금매출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나누어 주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D는 적어도 현금매출 부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매장을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운영하였던 측면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D는 대외적으로 이 사건 매장의 근로자로서가 아닌 사업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F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에 관하여 ‘D는 자신이 춘천에 가게를 오픈한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가서 도와주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고, ‘근무하는 동안 D를 사업주로 알았다. D로부터 급여를 받고 출퇴근에 대한 보고도 D에게 했다’라고 진술하였다. E 역시 이 법정에서 ‘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매장 주인은 D로 알고 있었다. 모든 작업지시를 D가 하였고, 급여도 D 명의로 입금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D에게 D가 직원들에게 지급할 급여, 이 사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수선비 등을 지급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본사인 H과의 판매도급계약이 피고인의 명의로 되어 있어 판매액 중 일정 비율로 지급되는 수수료가 피고인에게 지급되었기 때문일 수 있고, 피고인은 본사인 H과 D 사이를 이어주는 단순한 통로 역할만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본사의 제의로 2018. 7. 1. 판매도급계약의 명의자를 피고인에서 D로 변경할 당시 상품이나 업무 인수인계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관여한 사실이 없었던 점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9쪽), D는 2018. 6. 30. 피고인과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로부터 약 1년 8개월이나 경과한 후인 2020. 3. 10.에서야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피고인을 노동청에 진정한 점도 피고인과 D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었다는 사실과는 쉽게 양립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모습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이은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