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경비업, 근로자 파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원주시 소재 D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경비용역업무를 위탁받았다. 원고는 2019. 5. 1. 피고에 입사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0. 12. 31. 퇴사한 사람이다.
원고와 피고의 근로계약 체결
원고는 2019. 5. 1. 피고와 계약기간을 같은 해 12.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제1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시업 및 종료시각(휴식시간 포함)은 ‘6시부터 다음 날 6시까지 격일 근무제’로, 휴식시간은 총 9시간(주간은 12시부터 14시까지, 17시부터 19시까지 총 4시간, 야간은 24시부터 5시까지 총 5시간)으로 정하였다. 제1근로계약에 따라 원고는 월 급여로 2,095,329원(= 기본급 1,904,844원 + 야간수당 190,485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19. 12. 30. 피고와 계약기간을 2020.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제2근로계약’이라고 하고, ‘제1근로계약’과 ‘제2근로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시업 및 종료시각과 휴식시간은 제1근로계약과 동일하고, 월 급여로 2,157,554원(= 기본급 1,959,594원 + 야간수당 197,960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주간 4시간(12시부터 14시까지 및 17시부터 19시까지), 야간 5시간(24시부터 5시까지) 합계 9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2019. 5.부터 2020. 12.까지 20개월간 이 사건 아파트의 정문초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원고는 주․야간 휴게시간에 주차차단기 개폐 업무 및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 관리 업무, 야간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 응대 업무를 수행하느라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아래 합계표에 기재된 미지급 임금 29,635,5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휴게시간 중 근무를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없다.
판 단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1, 3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4, 6, 7호증, 을나 제6, 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2019. 5. 1.부터 2020. 12. 31.까지 휴게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경비원 근무일지에는 원고가 주․야간 휴게시간을 준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밖에 원고가 휴게시간에 근무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원고가 주․야간 휴게시간에 주차차단기 개폐 업무 및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에게 관리소장의 지시로 휴게시간에도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하거나 문제제기를 한 적도 없었다.
원고는 2021. 4. 9.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주․야간 휴게시간 중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같은 해 5. 17.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은 ‘피고의 법위반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진정을 종결 처리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에는 경비원들이 휴게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휴게실에는 선풍기, 냉장고, 침대가 설치되어 있어 원고는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또는 관리소장이)가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이 초소를 이탈하는 것을 금지하였다거나 초소를 이탈하였다고 하여 징계처분 등의 불이익을 준 사정도 없으며, 설령 원고가 휴게시간에 정문초소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휴게시간 중에도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몸이 불편하여 정문초소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휴게실이 아닌 정문초소에서 휴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 아파트에서 경비반장, 경비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으로 근무하였던 I, J, E은 관리소장 F의 지시로 정문초소의 경비원들이 자리를 비울 수 없었으며, F 이후 부임한 관리소장인 G와 H도 정문초소 경비원들에게 24시간 근무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한다. 결국 I, J, E은 최초로 정문초소의 경비원들에게 24시간 근무를 지시한 사람이 F 관리소장이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원고는 2023. 10. 14. ‘F이 원고에게 24시간 휴게시간 없이 근무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원고 대리인은 F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위 확인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I, J, E은 원고가 야간 휴게시간에 초소 내에서 졸고 있는 것을 동대표가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F 관리소장에게 문제를 제기하였고, F이 경비반장을 호출하여 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고도 주장하나, 그 시기를 2019년 초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F은 2019. 5. 16.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으므로, 위 일은 F의 퇴직 전에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F이 원고의 근무태도를 지적한 것은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9. 5. 이전에 일어났던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도 동일한 일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이 사건 아파트의 정문초소에는 경비원들의 주․야간 휴게시간이 기재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고, ‘위 시간은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므로 경비원들이 경비실에 없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제1심법원의 증인 E은 정문초소에서 근무하였던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에 휴게실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각 초소를 순환근무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원고가 정문초소에서 계속하여 근무할 것을 희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원고가 다른 초소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과는 달리 휴게시간에 전혀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순환근무를 하지 않고 정문초소에서 계속하여 근무하려고 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아파트에 설치된 주차차단기는 특별한 오류나 이용자의 실수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자동화되어 작동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경비원 근무일지에 기재된 바에 의하면 방문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24시간 동안 7회 가량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휴게시간 동안 방문차량의 주차차단기를 개폐할 일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원고가 휴게시간 중 주차차단기를 개폐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하더라도 휴게시간 중 휴식을 전혀 취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 관리 업무를 수행하느라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물탱크 자동센서의 메인부저는 관리사무소 내부에 설치되어 있었고, 관리사무소에는 직원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관리사무소 직원이 잠시 이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정문초소에 보조적으로 알림이 울리도록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 주장대로 정문초소의 경비원들이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 관리 업무까지 상시 수행했다면 경비원 근무일지에 근무시간 동안 위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었어야 하나, 경비원 근무일지에는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 관리를 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설령 정문초소 경비원들이 물탱크 자동센서 부저를 관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리소의 담당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경우에 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야간 휴게시간에 민원 응대도 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입주민 민원 처리는 주로 관리사무소 직원이 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만한 자료나 민원관리대장 등도 제출되지 않았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연(재판장) 이보라 고병용
각주1)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실제 야간 휴게시간은 제1, 2근로계약서에 기재된 ‘24시부터 5시까지’가 아니라 ‘23시부터 4시까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2)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제2근로계약서 제4조(임금)에 ‘※ 2020년도 감단 근로자의 적용 최저임금은 8,590원임’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위 금원을 기준으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고 있다. 한편, 을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제1근로계약서(계약기간: 2019. 5.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제4조(임금)에는 ‘※ 2019년도 감단 근로자의 적용 최저임금은 8,350원임’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원고의 2022. 11. 5.자 준비서면 4면 내용에 따라 그대로 기재한다.
각주3) 근로기준법 제56조 제3항에 따라 야간근로의 경우 시급의 1.5배로 계산한 금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