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판결

춘천지방법원 2026. 1. 14. 선고 2025노63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개월에 처한다.

이유

1.

피고인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 판시 제1죄 및 제2죄)

피고인이 이 사건 자재를 공급받을 당시에는 변제능력이 있었고,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고의가 없다.

나.

양형부당(원심 판시 제1죄 내지 제3죄)

원심의 형(징역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5. 5. 30. 춘천지방법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 등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2025. 7. 1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춘천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노1138 판결).

피고인에 대한 원심 판시 각 죄와 판결이 확정된 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 등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그에 대한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이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시 제1죄 및 제2죄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피해자 E에 대한 범행

피고인은 2023. 7. 하순경 불상의 장소에서, 주식회사 F라는 목재 유통 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E에게 전화를 걸어 "자재를 공급해주면 추후에 대금을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자재를 주문할 당시 근로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각종 대부업체에 대한 채무로 인하여 신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3. 7.25.경 시가 1,682,340원 상당의 건조 투바이 목재 등을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3. 10. 14.경까지 총 9회에 걸쳐 합계17,201,470원 상당의 자재를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같은 액수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피해자 G에 대한 범행

피고인은 2023. 10. 하순경 불상의 장소에서, H라는 목재 유통 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G에게 전화를 걸어 "자재를 공급해주면 공급일 기준으로 15일 간격으로 대금을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자재를 주문할 당시 근로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각종 대부업체에 대한 채무로 인하여 신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3. 11.3.경 시가 4,029,300원 상당의 마린합판 4T 30장 등을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3. 12. 5.경까지 총 9회에 걸쳐 합계 21,675,390원 상당의 자재를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같은 액수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은 공사 발주처인 K(원심의 약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하 같다)의 대표 L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은 피고인에게 대금으로 7~8,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명의 계좌에 2023. 11. 10. 803,000원, 같은 달 12. 7,312,800원, 같은 달 23. 3,878,730원 총 11,894,530원이 주식회사 K 명의로 입금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L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2023. 8.경부터 캐피탈, 카드사, 저축은행 등의 채무를 연체하기 시작하여 같은 해 12.경까지 연체이력이 있다. 또한 피고인은 2023. 1.부터 같은 해 9.경까지는 신용점수가 670 ~ 790점 가량이었으나(1월 하순부터 2월 중순 무렵에는 900점대이기도 하였다), 2023. 9.말 무렵에는 400점대로 떨어져 2023. 12.말까지 신용점수가 계속 400점대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연체이력, 신용점수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늦어도 2023. 9. 무렵부터 변제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③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M, N 지상 다세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변제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택은 경매가 진행 중인 점,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임차인 3명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무 총 2억 7,500만 원(피고인의 2025. 4.28.자 의견서)이 존재하는 점, 여기에 앞서 본 피고인의 연체이력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변제능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④

피고인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고약2971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으로 벌금 6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2023.11. 1.부터 2023. 12. 15.까지 피고인이 운영한 D의 근로자 O의 2023. 11. 임금을 비롯하여 퇴직 근로자 4명의 임금 합계 30,444,500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위 범죄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D의 근로자들에게 2023. 11.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안 좋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위 나.항에서 본 피고인의 연체이력및 신용점수에도 부합한다.

⑤

피고인이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자재 또는 운송용역의 대금을 편취한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급하였다거나 자재를 실제로 공사에 사용하였다는 사정은 이 사건 각 범행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

당심의 판단

1)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2)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결국 원심판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K 대표 L은 피고인에게 목공파트 실비와 설계감리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당심에 이르러 K 대표 L의 전화진술이 기재된 수사보고서(증거목록 순번 17, 18)를 증거부동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규정된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제1심에서 한 증거동의를 제2심에서 취소할 수 없고, 일단 증거조사가 종료된 후에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더라도 취소 또는 철회 이전에 이미 취득한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는다(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도2507 판결 참조). 원심 공판조서의 일부를 이루는 증거목록에 의하면, 위 증거에 관하여 피고인이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 증거로 함에 동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심 제1회 공판조서에 의하면 판사가 증거조사결과에 대하여 의견을 물은 데 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이 모두 별 의견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위 증거에 대한 의사표시가 취소 또는 철회되었다고 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증거목록의 기재가 명백한 오기가 아닌 이상 위 각 증거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증거목록의 기재가 명백한 오기라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적법하게 부여된 증거능력은 상실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②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춘천교도소 작성 2025. 11. 12.자 피고인의 보관금대장을 제출하면서, Z로부터 매월 70만 원 상당액을 지급받고 있으므로, 변제자력이 충분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피고인이 2025. 11. 14. 당심에 제출한 증거자료 제출서).그러나, 위와 같은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Z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변제자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③

피고인은 2023. 12.경 공사 발주처인 K 대표 L으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았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자재 또는 운송용역 대금을 문제 없이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력이 2023. 8.경부터 채무가 연체되는 등 부실해지고 있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산 예정 시점인 2023. 12. 이전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지급시한을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였고, 이에 지급각서까지 작성하였으나 이 또한 지키지 못한 점, 일부나마 L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기도 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는 가지고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갔음을 인정할 수 있다(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납품받은 자재는 대부분 피고인의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바,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기로 한다).

3)

다만 원심 판시 제1죄 내지 제2죄의 범죄 사실 중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재를 주문할 당시 "근로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각종 대부업체에 대한 채무로 인하여 신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기재 부분에 관하여 살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 판시 제1죄 내지 제2죄 관련, 피고인은 2023. 7.경부터 같은 해 12.경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았고, 피고인은 이후 2024. 5.30.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고약2971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벌금 6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그 범죄사실의 요지는 '2023. 11. 1.부터 2023. 12. 15.까지 근무한 근로자 등의 퇴직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것이었는바(증거목록 순번 41), 위 기재부분은 인정 사실에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는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4호에 의하면,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한하여 이를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대법원1996. 9. 20. 선고 96도1665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와 같이 원심의 사실인정에 일부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부정되지 않는 점, 위 공소사실의 기재 부분은 자재를 주문할 당시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원심에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 당시 근로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음에 중점을 둔 것으로 선해할 수 있고, 이외에도 위 공소사실에서는 각종 대부업체에 대한 채무로 인하여 신용이 급격하게 악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있어 피고인이 문제삼은 기재를 삭제하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 문제되지 않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공소사실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결국 원심의 위 사실오인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아니어서 적법한 항소이유가 아니므로, 이를 사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되, 다만 이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정정하기로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 판시 제1죄 및 제2죄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