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금 12,682,800원에 대하여 2004. 1. 1.부터 2005. 5.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 및 원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이유
당원의 심판범위
원고의 청구취지는, ① 피고의 원고에 대한 1999. 9. 30.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② 피고는 원고에게 금 172,561,665원 및 그 중 금 36,909,562원에 대하여는 2001. 1. 1.부터, 금 83,978,717원에 대하여는 2004. 1. 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것인바, 제1심 법원에서는 ①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② 금전지급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항소한 환송 전 당심에서는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이에 원고가 상고하자 대법원은 환송판결에서 환송전 당심 판결 중 ①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소를 각하하고, ② 금전지급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당원에 환송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② 금전지급청구 부분만이 당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농업기반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1999. 2. 5. 법률 제5759호로 제정)에 의하여 농어촌 정비 사업을 시행하고 농업 기반 시설을 종합 관리하며 농업인의 영농 규모 적정화를 촉진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종전의 농어촌진흥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에 의한 C공사와 종전의 농지개량조합법에 의한 D조합 및 E단체가 통합하여 1999. 12. 27.자로 설립된 공사로서, C공사, D조합 및 E단체의 재산과 채권·채무 기타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농업기반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 부칙 제9조 제1항).
원고는 F생으로서 1971. 1. 20. G조합(피고 공사에 통합되었다. 이하, G라 한다)에 입사하여 1999. 9. 30.까지 근무하였고, G에는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었다.
퇴직금 지급 기준에 대한 단체협약의 체결
G 조합장은 1992. 9. 25. H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퇴직금의 계산에 관하여 "농조는 퇴직금 산출계산액을 근로기준법 제19조에 의한 월 평균임금에 농조보수규정 별표 제8호에서 정한 지급일수를 곱하여 지급한다."(단체협약 제45조)라고 규정하였으며, 1998. 8. 26. 다시 G 조합장과 그 노동조합 사이에 위 1992. 9. 25.자 단체협약과 동일한 내용의 퇴직금 계산 방법을 규정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위 단체협약에 의하면, 퇴직금을 증액하는 결과가 된다).
한편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40조에 근거를 둔 D조합보수규정준칙 제36조는 "임, 직원이 퇴직되었을 때 퇴직 당시의 월봉급액과 기말수당, 장기근속수당 및 정근수당의 연 지급액을 12월로 평균한 액을 합한 금액에 의하여 별표 제12의 기준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G는 위와 같이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에도 계속하여 위 보수규정준칙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다.
농림부 훈령에 따른 인사규정의 개정
G의 원래의 인사규정은 직원의 정년에 대하여 '1-4급은 61세, 5, 6급 및 기능직은 59세'로 각 규정하고 있었다.
농림부장관은 1998. 10. 1. 농림부 훈령 제962호 'D조합인사규정준칙 중 개정규정'을 발령하였고, G는 그 무렵 위 훈령과 같은 내용으로 인사규정을 개정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제64조 제1항의 직원 정년을 '1-4급 61세, 5, 6급 및 기능직 59세'에서 '1-4급 59세, 5, 6급 및 기능직 57세'로 단축하는 것이었다.
원고의 명예퇴직 및 명예퇴직수당 수령
원고는 1999. 8. 26.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1999. 9. 10.경 G 및 그 감독기관인 전라북도의 승인을 받고 1999. 9. 30. 명예퇴직 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사무직 3급 직원이었고, 근속기간은 28년 8개월간 이었다(원고는 위 명예퇴직 신청을 한 후인 1999. 9. 29. 명예퇴직 취하서를 제출하였으나, 원고가 자의로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고, 감독기관인 전라북도의 승인을 얻어 이미 명예퇴직이 확정되었으므로 이를 취하할 수 없다는 이유로 G 조합장으로부터 다음날인 같은 달 30. 명예퇴직 취하서가 반려되었다).
원고는 1999. 10. 6. 피고로부터 위 보수규정준칙에 따라 퇴직금으로 금 106,682,655원, 명예퇴직 수당으로 금 14,268,150원을 수령하였는데, 이때 명예퇴직 수당은 원고의 본봉 금 1,056,900원을 기초로, 정년 잔여 월수는 개정인사규정에 의해 단축된 정년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었다(명예퇴직수당 지급 기준은 별지 표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호증의 7, 갑제2 내지 6호증, 갑제7호증의 1, 2, 갑제8호증의 1, 2, 3, 갑제9, 10호증의 각 1, 2, 갑제11 내지 14호증, 갑제15호증의 1, 2, 갑제25호증의 1, 2, 갑제32 내지 36호증, 갑제45 내지 48호증, 을제1호증, 을제2호증, 을제4호증의 24, 25, 26, 을제5호증의 1, 2, 3, 을제6, 7호증, 을제9호증, 을제10호증의 1 내지 4, 을제1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I의 증언 및 제1심 증인 J과 당심 증인 K의 각 일부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G의 인사규정의 개정은 직원의 정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개정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G는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인사규정을 개정한 것이어서 위 인사규정의 개정은 무효이고, 위와 같이 무효인 개정 인사규정에 터잡아 이루어진 원고의 명예퇴직은 다음과 같이 강요에 의한 것으로 무효이거나,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로서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를 취소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위 보수규정준칙이 아닌 1998. 8. 26.자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19조에 의한 월평균임금을 기초로, ② 원고가 개정 전 인사규정에 따라 정년이 되는 2003. 12. 31.까지 근무하였다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및 퇴직금과 원고가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 및 명예퇴직수당의 차액인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① 원고는 비록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으나 이는 정년 단축이 무효인 상태에서 피고로부터 단축된 정년규정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라는 취지로 명예퇴직을 강요당하였던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행해진 무효의 해고에 해당하고(강요로 인한 명예퇴직), ② 또한 원고는, 당시 위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는바, 이는 그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상태에서 한 법률행위이고,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대한 것으로서 대법원에서 이 사건 취업규칙이 무효임이 밝혀진 이상 이를 취소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착오로 인한 명예퇴직 신청의 취소).
이에 대하여 피고는,
1998. 8. 26.자 단체협약 중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은 G의 설립, 운영, 예산편성 및 집행의 특수성에 따라 거쳐야 할 절차 등을 밟지 않음으로써 그 효력이 없고,
(가) 농림부장관이 1998. 10. 1. 발령한 농림부 훈령 제962호 'D조합인사규정준칙 중 개정 규정'은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40조의 규정에 의해 조합의 임원 및 직원의 복무와 보수, 직원의 임용에 관하여 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위 법률 규정에 따라 그 내용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위 법률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 G의 인사규정 개정 조항 역시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갖는 것이어서 정년 단축은 유효한 것이고,
G가 위 인사규정을 개정함에 있어 노동조합이 동의를 하였거나 추인을 하였고,
당시 L공사, 각 D조합, E단체 등 3개 기관은 업무 및 조직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 및 재정의 극심한 악화로 기관의 통합이 요구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각 기관별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이 불가피하였을 뿐만 아니라, 3개 기관의 정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었고, 정년이 1회에 대폭 인하될 경우 직원들이 입는 피해를 고려하여 2회에 걸쳐 정년의 단축이 이루어졌으며, 최종적으로 단축된 정년은 향후 통합될 L 공사, E단체 직원의 정년과 동일하게 되었고, 당시 G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확보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3개 기관 통합을 위한 위와 같은 정년단축과 명예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함으로써 원고들은 단축된 정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고, 다른 D조합의 노동조합에서는 정년단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위의 개정 인사규정준칙에 동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M 노동조합도 2002. 6. 15. 결국 단축된 정년을 내용으로 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G의 개정된 인사규정은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고 여전히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함이 상당하므로, 비록 H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개정된 그 인사규정은 유효하며,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은 자발적인 것이었고, 설령 착오에 의하여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명예퇴직 수당을 수령함으로써 이를 추인하였다는 취지로 다툰다.
판단
아래에서는 ① 원고가 퇴직금 지급의 기준이 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1998. 8. 26.자 단체협약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이 유효한지, ② 원고의 정년을 61세에서 59세로 단축한 위 인사규정이 유효한지, ③ 원고의 명예퇴직신청이 무효이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것인지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998. 8. 26.자 단체협약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의 효력
구 농지개량조합법의 관련 규정
제24조(총회의 의결사항)
다음 각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수지예산의 편성
예산 외에 조합의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
제54조(예산)
조합은 회계년도마다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을 작성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회계년도 개시 1월 전까지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이 승인권한은 시행령 제30조 제1항 제10호에 따라 시, 도지사에게 위임되어 있다).
조합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총회의 의결을 거쳐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위 권한 역시 시, 도지사에게 위임되어 있다).
D조합의 법적 성격
D조합의 운영비 중 부족분은 국고의 보조를 받게 되는 점, D조합과 그 직원과의 관계는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로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은 행정소송으로 이를 다투어야 하는 점 등을 비롯하여 D조합의 주요사업인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정비, 유지, 관리는 농업생산성의 향상 등 그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고 수해의 방지 및 수자원의 적절한 관리 등 일반 국민들에게도 그 영향을 미치는 고도의 공익성을 띠고 있으며, 나아가 D조합 재산의 운용과 D조합의 사업 및 활동은 조합원들이 선출한 조합장과 조합원으로 구성된 총회의 의결 및 정관에 따라 자주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D조합 본연의 공적 책무인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수행될 수 있는 것이지 조합원들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 D조합의 존립목적, 조직과 재산의 형성 및 그 활동 전반에 나타나는 매우 짙은 공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D조합은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설립되어 활동하는 공법인이라 봄이 상당하다(헌법재판소 2000. 11. 30. 선고 90헌마190호 결정 참조).
판단
위와 같이 D조합이 국고보조를 받는 공법인인 점 등에 비추어 위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24조, 제54조를 합목적적으로 보면, 위 조항들은 D조합이 그 운영의 방만함으로 인하여 조합의 재정수입 적자가 누적되어 재정자립도가 크게 떨어지고 국고보조금에 의한 충당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예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를 통하여 결정하게 함으로써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권한 및 조합운영을 사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가 사후적으로 조합장의 권한 및 조합의 운영을 통제하기 위하여 둔 것으로서, 단순한 내부적 절차규정이 아니라 효력규정이라 할 것이며, 농림부장관(또는 예산승인권한을 위임받은 시, 도지사)의 승인은 D조합이 한 법률행위의 법률상의 효력을 완성하게 하는 보충적 행정행위라 할 것이므로, 결국 D조합의 법률행위 중 지출이 수반되는 행위는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농림부 장관(또는 권한을 위임받은 시, 도지사)의 승인이 있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긴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과 같이 단체협약으로 퇴직금을 증액하는 조항을 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인바, 위 1998. 8. 26.자 단체협약 중 퇴직금을 증액하는 부분이 G 총회의 의결을 거쳐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단체협약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정년에 관한 인사규정 개정의 효력
우선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 농림부 훈령 962호가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40조의 규정과 결합하여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D조합은 독립법인으로서 독립된 의사결정의 단위가 되며, 위 농림부 훈령은 정부가 D조합에 대해 인사에 관한 공통지침을 시달함으로써 개개의 독립된 D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노사협상에 따라 농림부 훈령과 다른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 점(헌법재판소 1999. 8. 25. 선고 99헌마454호 결정 참조)에 비추어 보면, 위 농림부 훈령 962호는 인사에 관한 지침에 불과할 뿐 위 훈령이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40조의 규정과 결합하여 직접 국민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설정하거나 의무를 명하거나 행정권을 구속하는 재판규범인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D조합의 인사규정은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정년을 단축하는 내용의 인사규정의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내용의 인사규정 개정에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바, G가 정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위 인사규정을 개정함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동의나 추인을 받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을제14, 28, 3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정년에 관한 위 인사규정 개정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고 여전히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본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1. 1. 5. 선고 99다70846 판결 참조),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정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45490 판결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원고는 1999. 9. 30. 명예퇴직 하였고, 피고공사의 노동조합은 2000. 6. 15.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개정된 인사규정에 따른 정년에 합의함으로써 그 개정된 인사규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는 것인 바, 원고가 명예퇴직한 후인 2000. 6. 15.에 이르러 노동조합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의 그 퇴직금규정 개정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려할 사정이 못된다고 할 것이고, 당시 3개 기관의 통합이 요구되면서 사전에 각 기관별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이 불가피하였을 뿐만 아니라, 3개 기관의 정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인사규정의 변경이 요망되었던 점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그 변경의 결과 정년을 2년씩 일률적으로 단축함으로써 그 때로 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년에 도달하여 퇴직하게 될 직원들에 대하여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음으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다대하였던 사정 또한 알 수 있으니, 이 사건에서 드러난 그 개정의 동기, 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의 필요성 및 내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원고의 명예퇴직신청의 효력
강요로 인한 명예퇴직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의 명예퇴직이 원고 주장과 같이 강요로 인한 것인지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제41호증의 기재 및 당심 증인 K의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강요나 위협을 당하여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명예퇴직을 할 당시 명예퇴직을 할 경우의 이익과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그 당시의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1998. 10. 1.자 농림부 훈령 제962호에 따른 정년감축(3급의 경우 59세)이나 뒤이은 1999. 5. 29.자 농림부 훈령 제983호에 따른 정년감축(3급의 경우 56세, 갑제6호증 참조) 등의 조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당시에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위 훈령 등에 따른 정년감축의 효력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다툼이 있어왔던 점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D조합 등 기관의 통합과 이에 따른 인력감축이 예상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정까지도 감안하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판단을 내린 후 그에 기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
착오로 인한 명예퇴직 신청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위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것을 알지 못하여 착오로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판결 참조), 원고가 취업규칙이 무효일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다는 점은 동기의 착오로 보기가 어렵고, 설령 동기의 착오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는다는 것을 피고에게 표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명예퇴직신청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표시(다만, 이는 감독기관의 승인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철회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한 1999. 9. 29. 이후인 같은 해 10. 6. 퇴직금 및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을 청구, 같은 날 이를 수령하였는바, 이는 원고가 그 명예퇴직 신청의 의사표시를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명예퇴직은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금 106,682,655원을 지급한 것은 정당하다 할 것이나, 다만 명예퇴직수당의 계산에 있어서는 무효인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59세)이 아닌 원래의 정년(61세)을 기준으로 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단축된 정년을 기준으로 지급한 명예퇴직수당과 원래의 정년을 기준으로 지급하였어야 할 명예퇴직수당과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그 금액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원래의 정년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수당으로 지급받아야 할 금원은 금 26,950,950원{=본봉 금 1,056,900원 × 50/100×51(정년잔여월수)}인데, 원고가 명예퇴직수당으로 지급받은 금원은 금 14,268,150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차액인 금 12,682,8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 125,492,510원{=금 36,909,562원(1999. 10. 1.부터 2000. 12. 31.까지의 임금) + 금 88,582,948원(2001. 1. 1.부터 2003. 12. 31.까지의 임금)}과 퇴직금 차액 금 47,069,155원{= 금 168,019,960원(개정전 규정에 따른 예상퇴직금) - 금 120,950,805원(=기지급 퇴직금 106,682,655원 + 기지급 명예퇴직수당 금 14,268,150원)}의 합계인 금 172,561,665원의 지급을 구하면서, 2000. 12. 31.까지의 미지급임금이라고 주장하는 금 36,909,562원에 대하여는 2001. 1. 1.부터의, 나머지 금원에 대하여는 2004. 1.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명예퇴직수당으로 금 12,682,8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4. 1.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일인 2005. 5. 20.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원고는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례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구 특례법 제3조 제1항이 헌법재판소에서 2003. 4. 24. 위헌결정 됨에 따라 구 특례법이 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그에 따른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2003. 5. 29. 대통령령 제17981호로 각 개정되어 같은 해 6. 1.부터 시행되었으므로 위 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라, 피고는 이 법 시행일 이후부터는 위 개정법령에 따른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에서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그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고, 피고의 나머지 항소 및 원고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광범(재판장) 송혜영 장용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