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15. 3. 18. 선고 2014나1344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6년경부터 피고 소속 B 관리사업소에서 무기계약 근로자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2012. 3. 22. 전남 해남군 해남읍 성내리 4에 있는 해남군청 앞 군민광장에서 약 1,5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집회에 참석하여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활동을 하던 중 군수실을 점거하기 위해 다른 집회 군중들과 함께 해남군청 현관 앞으로 몰려들어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서 잠겨 있는 현관 출입문 윗쪽에 부착된 전자감지기를 손으로 떼어내어 수리비 22만 원 상당이 들게 손괴하고, 이로 인하여 집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죄행위'라 한다)로 2013. 3. 6.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광주지방법원해남지원 2012고단273호), 위 판결은 원고의 항소,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2013. 10. 31.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자 그것이 해남군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이하 '관리규정'이라 한다) 제9조, 제26조의 규정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2013. 11. 22. 원고에 대하여 해고(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다.

관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고도의 신뢰와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인 피고와 무기근로계약을 체결한 민간인 신분의 근로자인 점, 이 사건 범죄행위는 원고의 담당직무인 환경미화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피고의 환경미화 직무에 대한 신뢰 내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원고는 불구속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아 구속된 사실이 없고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받아 근로제공의무의 이행을 해태한 사실이 없는 점, 이 사건 범죄행위는 집회과정에서 다소 흥분하여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서 그 피해액이 22만 원에 불과하여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원고가 8년간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이 성실하게 근무하여 왔고 불법행위의 재발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야기된 직장 내 질서 문란의 위험성을 바로 잡기 위한 조치는 해고가 아닌 다른 징계 등을 통해서도 달성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에게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없어 그 효력이 없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계약기간이 무기한이어서 정년이 보장되고 지방자치단체의 공무를 수행하는 자인 점, 이 사건 범죄행위가 원고의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된 범죄가 아니라고는 하나 사용자인 피고를 그 가해대상으로 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관리규정상 계약해지사유인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기관에 손해를 초래하거나 기관의 명예를 손상한 때'에 해당하는 점, 원고가 무기계약 근로자로서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복무상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불법적 집회를 주도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고의적인 손괴행위를 자행한 것은 그 비난 가능성이 크고 비위의 도가 중한 경우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

나.

관련 법리

1)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사유 또는 직권면직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되어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뿐 아니라,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가 상실됨으로써 근로관계의 유지가 기대될 수 없기 때문이므로, 여기서의 '금고 이상의 형'이 반드시 실형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그 의미는 규정의 취지나 다른 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8423 판결 등 참조).

2)

회사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이는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종업원이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 연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조처가 일종의 해고에 해당하는 이상, 위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의 규정 형식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적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3)

한편, 비록 정관 등에 규정된 당연퇴직사유에 의한 퇴직처리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범죄행위는 피고의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집회에 참석하였다가 발생한 것인 점,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한 원고에 대한 수사와 형사재판이 불구속 상태에서 이루어져 원고의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의무에 큰 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8년간의 근무기간 동안 아무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이 사건 해고처분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판단에 있어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 관리규정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까지도 아예 채용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해고나 재계약 거부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관리규정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을 당연 해고사유로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경미하다고는 하나 이 사건 범죄행위가 일반 손괴행위에 비하여 중하게 처벌되는 이유는 집단범죄가 가지는 개인적, 사회적 위험성 때문이므로 '재물의 손상'이라는 범행의 결과가 경미하였다고 하여 '다중의 위력'을 범행 수단으로 삼았다는 주된 불법성까지 가벼워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그런데 이 사건 범죄행위의 내용은 원고가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해남군청 현관문 앞쪽으로 모인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남군청 현관 유리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전자감지기를 뜯어 현관문을 내리쳤다는 것인바, 집단적인 위력이 행사되고 있는 와중에 공용물의 손괴로까지 나아갔다는 면에서 볼 때 손상된 공용물이 고가가 아니라고 하여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원고가 피고의 공용물임이 명백한 물건에 대하여 고의로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자행한 것은 스스로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훼손한 것이라고 보이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비록 앞서 살펴 본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들과 원고가 이사건 해고로 입게 되는 사회적·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동기(재판장) 안태윤 김성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