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청구확장으로 인하여 생긴 비용 포함)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지위
원고는 1991. 3. 11. 피고에 입사하여 일반관리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채권관리·기획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원고에 대한 종전 징계처분
피고는 2013. 9. 13.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피고의 직인을 무단 사용하였고, 직원의 금지사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비위사실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해직을 의결하였고, 2013. 9. 16.경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이라 한다). 구체적인 비위사실 및 징계사유는 아래와 같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15가합1767호로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의 무효확인과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6. 1. 21.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13년 10월분부터 2014년 12월분까지의 임금 상당액 80,557,500원 및 2015. 1. 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077,9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2016. 2. 13.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광주지방법원 2015가합1767호 소송을 '이 사건 전소'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전소의 확정판결에 따라 2016. 5. 26.경 원고에게 복직통보를 하였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면직처분
원고는 2014. 4. 24. 광주지방법원(2013고단5505)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 집행 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이하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이라 한다), 2014. 5. 2.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범죄사실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6. 5. 26.경 원고에게 "2014. 5. 2.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 피고 인사규정 제61조에 따라 2014. 5. 2.자로 면직됨"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
관련 규정
피고의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무효확인을 구하고, 피고에 대하여 2016. 6. 8.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는 2013. 9. 13.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에 따라 해직되었고, 그 후 2016. 5. 26.경 원고의 복직명령이 있을 때까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2014. 5. 2.을 면직일로 하는 이 사건 면직처분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것이므로 무효이다.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에 따른 원고의 집행유예 기간 만료일은 2015. 5. 1.로,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한 2016. 5. 26.경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이미 1년이 경과하여 면직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과 이 사건 면직처분은 동일한 사유를 반복하여 징계사유로 삼은 것이므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면직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피고는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에 의해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이 무효임이 확인되자 뒤늦게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다. 이는 피고가 원고를 재차 해임시키기 위해 외형상 원고를 복직시키고 곧이어 원고를 해임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원고는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에 따라 2013. 9. 13.부터 2016. 5. 26.까지의 임금상당액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면직처분은 2014. 5. 2.로 소급하여 원고를 면직하는 것으로서 이에 따라 원고는 2014. 5. 2. 이후의 임금상당액을 다시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하는바, 이는 2016. 5. 26.까지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한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을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
피고는 이 사건 전소 계속 중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전소에서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의 존재를 주장하여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었다. 피고가 이 사건 전소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에 따라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기한 공격으로서 위법하다.
판단
원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된다(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626 판결,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소의 확정판결로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징계해직)이 무효임이 확인되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복직명령을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2013. 9. 13. 이후에도 원고의 피고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일인 2014. 5. 2. 당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
원고가 이 사건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 제1호의 면직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에 대하여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는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이 2014. 5. 2. 확정되었음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제7조 제1항 제4호의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 제1호(이 사건 인사규정 제7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 또는 발견된 때 면직한다)에 따라 원고는 위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2014. 5. 2. 면직되게 된다(이 사건 인사규정에 면직처분의 시효에 관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주장처럼 집행유예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였다고 하여 원고에 대한 면직 사유가 그때 소멸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면직처분이 이중징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은 원고가 피고의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직원의 금지사항을 위반하였음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 대하여 징계해직을 한 것이고, 이 사건 면직처분은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 이후에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이 선고·확정됨으로써 이 사건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 제1호의 당연면직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한 것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과 이 사건 면직처분은 그 성질과 처분사유를 달리 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이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면직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회사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이는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종업원이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 연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조처가 일종의 해고에 해당하는 이상, 위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의 규정 형식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적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다만, 정관 등에 규정된 당연퇴직사유에 의한 퇴직처리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면직처분이 일종의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해고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면직처분이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조합원 등을 위하여 교육·지원 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을 하는 공공성이 강한 법인으로, 이와 같은 피고의 설립 목적 및 앞서 기초사실에서 살펴본 이 사건 인사규정의 취지, 임용결격사유에 관한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규정에서 직원의 면직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라고 규정한 것은 그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원고의 범죄사실은 사기범행으로서 피고의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 원고가 그와 같은 행위로 징역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받고도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피고의 위계질서, 업무기강, 사회적 신뢰도에 미치는 해악이 중대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사건 면직처분의 신의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 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의 비위사실 및 징계사유에는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의 존재 및 그 범죄사실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전소의 변론종결일인 2015. 12. 3.에야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 사유만으로 충분히 원고와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전소 판결 선고시까지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을 근거로 별도의 면직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전소 계속 중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을 사유로 원고에 대하여 별도의 면직처분을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이 사건 전소 판결에 항소하여 그 항소심에서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에 따른 면직에 관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달리 이 사건 면직처분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이 사건 면직처분이 이 사건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기판력이라 함은 기판력 있는 전소 판결의 소송물과 동일한 후소를 허용하지 않음과 동시에,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 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용을 하는 것이고(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참조),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에만 미치고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전소에서 확정된 법률관계란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법률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36022 판결 참조).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은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단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의 유효여부에 대하여만 미치며, 그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에 반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설령 소를 제기하여도 법원은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에 모순·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에 불과하다.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로 인하여 이 사건 종전 징계처분이 무효가 되자 피고가 이 사건 형사 확정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면직처분이 실기한 공격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149조 제1항이 정하는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은 무의미한 소송의 지연을 꾀하는 당사자로부터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법원이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증거조사까지 마친 경우 등 더 이상 소송의 완결을 지연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새삼스럽게 판결 이유에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판단은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15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전소에서 다투지 않았던 부분을 이 사건 소송에서 다투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주장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이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2016. 6. 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 또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인규(재판장) 황진희 김두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