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22. 5. 18. 선고 2021나23642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주식회사 B[‘F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주식회사 B는 이 사건이 이 법원에 계속 중이던 2022. 3. 2. 위 상호 변경과 동시에 상법 제530조의2 내지 제530조의12에 따라 영위하는 사업 중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사업관리 등 지주회사 기능을 제외한 철강 생산 및 판매 등 일체의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하여 분할신설회사인 피고를 설립하였고, 분할신설회사인 피고가 분할계획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송에 관한 주식회사 B의 권리·의무를 모두 승계함으로써(상법 제530조의10) 이 법원에서 그 소송상 지위를 수계하였다. 이하 분할 전 주식회사 B와 분할신설회사인 피고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피고’라 한다]는 2009. 9. 1. 주식회사 C과 합작하여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09. 9. 1. 피고의 다른 직원 7명과 함께 D로 파견되었다.

다.

피고는 2009. 9. 1. D과 피고가 D에 파견하는 직원과 관련한 ‘파견직원 관리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는 2011. 1. 1.자로 정년을 만56세에서 만58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고, 건강상 결격사유 등이 없는 한 희망직원에 대하여 2년까지 재채용하기로 노사 협의를 하였다.

마.

원고는 2011. 4.경 D 인사부서에 ‘피고 계열사 전적자용 희망퇴직 신청서’(이하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라 한다)를 제출하였고, 2011. 4. 15.자로 피고에서 퇴직 처리되었으며, 2011. 4. 16.자로 D로 전적하였고, 2014. 6. 30. D에서 만56세로 정년퇴직하였다.

바.

피고는 2016. 3. 15. D을 흡수합병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9, 12, 13, 15, 16호증, 을 제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아래와 같이 피고의 제1 내지 3 불법행위 및 D의 제4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고, 제4 불법행위의 경우 피고가 D의 지위를 승계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내지 4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2009. 9. 1.부터 2014. 6. 30.까지 파견 또는전적으로 인하여 보전받아야 할 임금 차액 38,000,000원 및 2004. 7. 1.부터 2018. 6. 30.까지 피고의 직원 신분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할 경우 얻게 될 임금액 등 442,318,624원 합계 480,318,624원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적 및 해고 처분은 모두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전적 기간의 임금 차액 및 무효인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는 이를 위 손해배상청구와 선택적으로 구할 수 있다.

가.

D의 대표이사 E는 원고에게 피고에서 퇴직하고 D로 전적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요하였다. 이에 원고는 어쩔 수 없이 D에게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는데, 피고가 원고의 위 희망퇴직 신청서의 제출 경위 등에 대해서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위 희망퇴직 신청서만을 근거로 원고를 퇴직처리 한 것은 이 사건 협약 및‘전직지원 희망퇴직 운영기준’(갑 제15호증)을 위반한 것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1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한다.

나.

피고가 D에 파견되어 있는 원고를 D로 전적시키기 위해서는 원고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2011. 4. 15.자로 원고를 퇴직시킨 후 D로 전적하게 하였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2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위 전적은 무효이다.

다.

피고는 원고를 D로 전적시키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해 2011. 4. 15.자로 퇴직 처리하였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원고에게 해고시기와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3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하고, 원고에 대한 해고(퇴직처분)는 무효이다.

라.

D의 정년은 2013. 7. 1.부터 56세에서 60세로 연장되었는데, D이 2014. 6. 30. 당시 56세였던 원고를 정년퇴직하게 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부당해고이므로, 이는 D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4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하고, 피고는 D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의 요지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는 “퇴직 후 본인의 재직 또는 퇴직과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상, 행정상 청구권을 회사 및 회사의 임직원을 상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의 퇴직과 관련된 분쟁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1. 4.경 작성하여 D 및 피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 “퇴직 후 본인의 재직 또는 퇴직과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상, 행정상 청구권을 회사 및 회사의 임직원을 상대로 행사하지 않으며, 재직기간 중 직무수행상 취득한 회사의 기밀사항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16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와 같은 기재는 위 희망퇴직 신청서에 부동문자로 기재된 것으로, 다른 근로자들의 피고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서에도 예외 없이 모두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위 기재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재직 또는 퇴직과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상, 행정상 청구권을 회사 및 회사의 임직원을 상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포괄적인 법률관계 전반에 관하여 규정되어 있는 점, ③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이 사건에서 임금 내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본다면 원고의 재판청구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희망퇴직 신청서의 위 기재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과 같은 임금 내지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인정사실, 갑 제13, 15, 16, 18호증, 을 제1, 6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제1 내지 4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이 볼 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 처분과 원고의 전적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①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7. 6. 21.경 피고를 상대로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7가합11668호, 이하 ‘선행 민사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8. 2. 7.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이후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18나21486호)과 상고심(대법원 2018다294049호)을 거쳐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선행 민사소송에서의 원고의 청구원인과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청구원인을 비교하여 볼 때, 양자는 법적 구성 또는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등으로 그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청구가 위 선행 민사소송의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기는하다(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위 선행 민사소송의 판결의 기판력에 반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의 판결에서 원고의 퇴직 및 전적에 관하여 인정된 사실은 이 사건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선행 민사소송에서는 원고가 D로 전적을 하는 과정에서 E가 원고에게 전적을 강요한 사실은 없고, 원고의 퇴직 역시 원고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이 사건에서 원고의 전반적인 주장은 원고의 퇴직 및 전적이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 피고 내지 E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에서 인정된 사실 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원고가 그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사실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②

제1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선행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D로 전적을 하는 과정에서 E가 원고에게 전적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이루어진 이상, 그 인정을 뒤집을 만한 다른 증거 없이 원고의 주장처럼 E의 강요에 의하여 원고가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가 언급하는 ‘전직지원 희망퇴직 운영기준’(갑 제15호증)에 의하더라도,위 운영기준 제2조는 “전직지원 희망퇴직이라 함은 제3조 제1항의 자격에 해당하는 직원이 전직을 희망하는 경우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재량에 의해 승인하는 퇴직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운영기준은 ‘희망퇴직 신청서(계열사 전직자용)’ 양식을 별지로 정하여 제시하고 있다.

원고는 위 희망퇴직 신청서(계열사 전직자용) 양식에 따라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갑 제16호증의 4, 을 제10호증 4쪽)를 작성한 후 하단에 자필로 서명하였고,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의 수신인은 “피고 사장 귀하”로 기재되었으며, 원고의 이 사건 희 망퇴직 신청서는 피고 소속 임직원의 심사를 거쳐 승인되어(갑 제13호증) 원고에 대한 희망퇴직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르면 원고의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 의하여 원고를 퇴직처리 한 것은 이 사건 협약 및 ‘전직지원 희망퇴직 운영기준’에 부합하여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별도의 제출 경위 확인 없이 이 사건 희망퇴직신청서의 기재에 의하여 퇴직처리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퇴직처리가 이 사건 협약 및 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위 퇴직 승인이 있고 난 후 원고가 다시 ‘B 사직원’(갑 제18호증) 양식에 따른 사직원을 다시 제출하여야 비로소 피고가 퇴직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 ‘전직지원 희망퇴직 운영기준’의 내용 및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 원고의 퇴직 의사가 종국적으로 표시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주장과 같이 보기 어렵다.

③

제2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 의하여 퇴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위 ‘전직지원 희망퇴직 운영기준’의 내용 및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의 기재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에 의하여 전직 내지 전적에 관한 동의 의사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원고를 퇴직 및 전적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선행 민사소송에서 원고의 퇴직 및 전적이 원고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된 이상 이 사건 희망퇴직 신청서의 작성 자체가 원고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제3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위와 같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 처리 및 전적이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거나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를 전제로 원고에게 해고시기와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⑤

제4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을 제1,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D이 2013년 상반기에 피고에 준하여 2013. 7. 1.자로 임금 수준의 조정과 더 불어 정년을 만 56세에서 만 58세로 연장하고 2년까지 재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였으나, 2013. 6. 18. 피고로부터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때까지 정년연장 협의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년연장 추진을 중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갑 제6 내지 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D이 2014. 6. 30. 당시 56세였던 원고를 정년퇴직하게 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한(재판장) 박성남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