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판결
사건
2024고단1995
판결선고
2026. 2. 5.
광주지방법원순천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2. 6. 22.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2024. 5. 2.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여수시 B에 있는 'C주식회사'의 실경영자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괌에 있는 D 건설현장에서 2024. 2. 6.부터 2024. 4. 10.까지 강관비계 설치업무를 하고 퇴직한 근로자 E, F, G, H의 2024. 3월분 임금 각 11,000,000원과 2024. 4월분 임금 각 1,830,000원 등 합계 51,320,0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않았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I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F, G의 각 법정진술
I, J, 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진정서
각 내사자료 입수보고(순번 8, 14, 15, 24번)
고용보험작업장 상세 조회
판시 전과: 범죄 및 수사경력자료 조회, 각 처분미상전과 확인결과보고, 약식명령문, 판결문,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징역형 선택
경합범의 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제1주장
고소인들은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특정한 일(비계 설치 및 해체)의 완성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돈은 임금이 아니라 도급 보수에 해당한다.
제2주장
고소인들이 약정 공사 기간 내에 업무를 완료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발생한 피고인의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면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실제로 지급할 임금은 존재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으므로,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부정되어야 한다.
판단
제1주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E, F, G, H(이하 위 4명을 'E 등'이라고 한다)은 피고인이 경영한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E 등은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E 등은 지인인 L을 통해 C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인 및 명의상 대표자이자 직원인 I을 소개받아, 이 사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L과 함께 괌에 있는 D 건설현장에서 2024. 2. 6.부터 2024. 4. 10.까지 강관비계 설치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고 한다)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들 중 L은 작업 초반에 현장에서 이탈하였고, E 등은 위 기간 동안 현장에서 계속 이 사건 작업에 종사하였다.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E 등과 이 사건 회사(I) 명의로 'M'라는 제목의 문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약정서에는 근로계약뿐 아니라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문구도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약정서는 피고인 측에서 일방적으로 그 초안을 먼저 마련한 다음 현장에서 계약의 법적 성격이나 약정서 문구 등에 관한 세밀한 법적 검토 없이 작업자들의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일부 문구만으로 피고인과 E 등 사이에 고용관계가 아닌 도급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E 등은 자신들이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I이 E 등에게 처음 보낸 안내메시지에도 "그 주 22일까지 개인적 근로계약서 및 약정서 싸인"이라는 등의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증거기록 36면).
무엇보다도 I은 이 사건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동안 E 등의 작업 대상, 근로시간, 작업 일정, 휴무일과 출근일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거나 전반적으로 관리하였고, 안전조치 위반 사항을 지적하거나 제재를 경고하는 등 작업 현황을 감독하기도 하였으며(증거기록 35 내지 67면), E 등은 위와 같은 지휘, 감독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
피고인과 I이 E 등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나 세부 공정 등에 관해서까지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비계 설치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이고 피고인과 I이 해당 분야에 관하여 비전문가였기 때문일 뿐으로,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피고인 측의 관리, 감독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이 사건 약정서에는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작업의 대가로 E 등에게 '총액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으나, 위 1억 원은 한 달에 1인당1,000만 원(즉 2달 5인이면 1,000만 원 × 2달 × 5인 =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책정된 금액으로, 이를 도급받은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가 아닌 근로 제공의 대가, 즉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지 못할 바 아니다.
이 사건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피고인 측이 아닌 작업자들 측에서 직접 마련하여 지참하기는 하였지만, 이 역시 작업자의 편의성과 전문성, 효율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일 뿐으로, 이러한 사정이 반드시 근로자성을 부정해야 하는 요소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작업에 따른 이익 또는 손해의 종국적인 귀속 주체는 E 등이 아니라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E 등에게 지급한 금품을 근로소득세로 신고하고 그에 따른 공제를 받기도 하였다(증거기록 79면).
작업 초반 L이 현장에서 이탈했을 때 대체 작업자를 물색하여 투입시킨 것도E 등이 아닌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 측이었는바, 이 역시 E 등이 피고인에 대하여 독립적인 관계에서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정황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당시 E 등이 현지에서 새로운 작업자를 직접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2주장에 대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주장하는 임금 미지급 사유(무단이탈 등)는 E 등이 아닌 L에 관한 것이고, E 등은 약정한 기간 동안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점, 피고인이 E 등에게 약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실제 이유는 주로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고 보일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그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지급하지 못한 임금의 합계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점, 현재까지도 위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고,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과거에도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2022년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의 부정적인 정상,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미지급 금품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다투는 것 이외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위 금품을 지급할 것을 다짐하는 점, 위 동종 집행유예 전과 외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벌금형보다 중하게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의 긍정적인 정상, 그 밖에 임금 미지급의 구체적 이유와 경위를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정희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