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17. 8. 24. 선고 2017가합5140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사업 및 추모사업 등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고, 원고는 2011. 9. 14.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15. 3. 3. '원고는 전통문화예술의 보존 및 문화예술행사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광주광역시청으로부터 2012. 4. 경부터 2013. 4.경까지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사단법인 B(이하 'B'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B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허위로 작성하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합계 19,992,000원의 지원금을 지급받아 편취하였고, 재단법인 광주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합계 2,890,6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사기, 업무상횡령,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광주지방법원 2013고단760, 1392, 5613(병합)}, 2015. 7. 9.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광주지방법원 2015노668), 상고심에서 상고기각되어, 2015. 10. 29.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원고에 대한 위 유죄 확정판결을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

다.

피고는 2017. 1. 9.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형사상 범죄로 이 사건 형사판결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49조에 따라 원고가 당연면직되었음을 확인하고, 2017. 1. 10. 원고에게 당연면직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당연면직'이라 한다).

라.

이 사건 당연면직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피고의 인사규정 제49조 제1항 제2호의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란 실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원고는 당연면직대상이 아니다.

나.

설령 원고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것이 피고의 인사규정상의 당연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당연면직은 원고가 피고의 인사노무관리에 관하여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것에 대한 불이익처분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인사규정상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에 집행유예 판결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하여 ①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되어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②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③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④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가 상실됨으로써 근로관계의 유지가 기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므로, 여기서의 '금고 이상의 형'이 반드시 실형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등 참조), 그 의미는 규정의 취지나 다른 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8423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규정상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은 근로자가 근로제공의무를 장기간 불이행하게 되는 실형 판결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면직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①

피고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민주·인권·평화운동 사업 등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으로서, 당초 민간에 의하여 설립되었으나 국가의 양여금, 광주광역시의 예산 등이 피고의 기본자산으로 출연되었고, 현재는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2015년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피고를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3호(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10억 원 이상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해 오고 있다.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게는 그 업무의 공익성이 인정되고 피고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일정한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위와 같은 피고의 공익성에 비추어 볼 때 직원의 범죄행위가 있을 경우 사용자인 피고와 직원 간의 신뢰관계가 상실됨으로써 근로관계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피고의 사업 수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재직 중에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피고의 인사규정은 채용결격사유에 대하여는 실형 선고를 받은 자는 형집행 종료 후 3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는 집행유예기간 경과 후 2년, 선고유예 선고를 받은 자는 선고유예기간이 각 경과하지 않으면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각각 구별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당연면직사유에 대하여는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의 구별 없이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의 형식 및 문언에 비추어 봤을 때 위 당연면직사유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피고의 직원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의 구별 없이 모두 당연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려고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이 사건 당연면직이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그 당연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규정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종업원이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면직처분이 일종의 해고에 해당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다만, 정관 등에 따른 당연면직처분이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당연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연면직이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그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설립 목적, 재원의 공공성, 인사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규정에서 직원의 당연면직사유로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그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②

이 사건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은 원고가 사회적기업인 B의 대표이사로서, B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허위로 작성하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합계 19,992,000원의 지원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고, 광주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합계 2,890,600원을 임의로 소비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공적인 성격을 가지는 지원금 및 보조금의 사용·관리와 관련된 범죄에 해당하여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상당하다. 또한,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목적 사업을 수행하는 피고의 업무 특성상 국가 지원금의 사용과 관련된 대외적인 신뢰는 매우 중요시된다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원고의 범죄행위 및 유죄판결은 피고의 대외적인 신뢰도에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해당된다 할 것이며, 원고가 위와 같은 행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고도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피고 내부의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③

당연면직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획일적으로 결정될 뿐 임면권자의 재량에 의하여 달라질 가능성이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노동부에 피고의 노무관리에 대하여 진정을 제기한 것에 대하여 피고의 이사장이 '응징을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당연면직 자체가 원고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거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신호(재판장) 박주영 김덕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