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3. 8. 11. 09:50경 광주 광산구 B에 있는 ‘C’ 건물 옥상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중 넘어져 ‘견갑골 몸통의 골절 및 외상성 뇌내출혈 등’을 진단받아 2023. 9. 1.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피고는 2023. 9. 21. ‘원고가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대표자인 사내이사 E(이하 ‘사업주’라 한다)의 남편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6 내지 10호증, 을 제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기로 하고 사업주의 작업지시에 따라 업무수행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소외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2호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인정사실
원고의 배우자인 사업주는 2004. 11. 22. 철골구조물을 납품하여 설치하는 공사 등을 하는 소외 회사를 설립하였고, 원고는 소외 회사의 설립 당시부터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여 왔다. 다만 원고가 신용불량자여서 처음에는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신용불량 상태가 해소된 2020. 1. 1.부터 상용직으로 근무하였다.
소외 회사의 평상시 직원은 사업주와 원고뿐으로 다른 근로자가 없고, 다만 소외 회사에 일감이 생기면 그때마다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하였다. 소외 회사에서 사업주는 계약 체결과 회계 등 업무를 맡았고, 원고는 작업현장의 공사업무를 전담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를 관리․감독하였다.
원고는 급여 명목으로 월 200만 원을 받았고 일이 많을 때에는 급여를 더 받기도 하였는데, 사업주도 원고와 같은 액수의 급여를 같은 날 지급받았다.
원고의 출퇴근 시간이나 휴게시간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어 원고는 근무시간 등에 구속되지 않고, 결근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소외 회사는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관한 서면, 출근부, 급여대장을 원래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 후 요양급여를 신청하면서 피고 담당직원의 요구에 따라 그때 비로소 근로계약서와 출근부, 급여대장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원고는 소외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나, 피고는 2023. 8. 28. 원고에 대해 ‘소외 회사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산재․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직권으로 취소하였다.
원고와 사업주는 부부지간이나, 별도의 세대를 구성하고 따로 거주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치료비는 원고의 배우자인 사업주와 원고의 딸이 공동으로 부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1 내지 18, 20, 21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제5조 제2호)을 의미하므로, 원고가 산재보험의 피보험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원고가 소외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원고를 소외 회사에 소속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내려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소외 회사의 사업주는 원고의 배우자이고, 소외 회사는 평소 원고 외에 다른 근로자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다. 원고와 사업주는 소외 회사의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함께 일을 해 오면서, 사업주는 계약체결과 회계업무를, 원고는 작업현장의 공사업무를 각 전담하였는데, 두 사람의 지위와 담당업무가 다름에도 불과하고 원고는 사업주와 같은 액수의 급여를 사업주와 동시에 지급받았다. 또한 원고는 출퇴근 시간 등 근로시간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았고, 결근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위와 같은 원고와 사업주의 관계, 원고의 업무 내용과 근로제공 관계, 원고 급여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이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는 사업주의 배우자로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부부 동업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근로자라면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 출근부를 소외 회사와 사이에 작성한 바가 없고, 원고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근로계약서(갑 제1호증)이나 출근부(갑 제15호증)는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위해 사후적으로 형식상 작성된 것에 불과할 뿐, 소외 회사와 원고 사이에 고용을 전제로 한 근로조건이 합의되어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그 효력이 없다.
원고가 소외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업주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오히려 ‘경영상 판단을 할 때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면 원고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사업주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소외 회사의 경영활동 전반에 관하여 상당한 결정권한을 행사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록 원고가 소외 회사 소속으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소외 회사가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살펴 본 원고의 소외 회사에서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4대 보험 가입이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는 원고나 소외 회사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또한 원고와 사업주가 별도의 세대를 구성하여 따로 거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부부지간으로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소외 회사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