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판시 사기죄에 대하여 징역 4개월에, 판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 4개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근로자 B, C, D, E에 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피해자 H으로부터 받은 돈은 투자금이고, 피고인에게 변제할 능력도 있었다.
피고인은 근로자 K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8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관련법리
형법 제37조 후단 및 제39조 제1항의 문언,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가 성립할 수 없고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거나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도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한편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수개의 죄가 판결 확정을 전후하여 저질러진 경우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라고 하여 마치 확정된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수개의 죄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가 인정되어 형법 제38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판결 확정을 전후한 각각의 범죄에 대하여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4도469 판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2017. 6. 14. 광주지방법원에서 횡령죄로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2017. 6. 22. 그 판결(이하 ‘제1 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고, 2018. 2. 13.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7개월을 선고받아 2018. 5. 3. 그 판결(이하 ‘제2 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으며, 2019. 2. 26.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횡령죄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아 2019. 7. 4. 그 판결(이하 ‘제3 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다.
원심은 판시 모든 범죄가 제1, 2, 3 판결의 각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보고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심 판시 사기죄는 2016. 6. 20.경 범행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제1 판결 확정 전에 범한 것이지만, 원심 판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제1 판결 확정 이후인 2018. 3. 17.<1> 범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원심 판시 사기죄 및 근로기준법위반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제2 판결 범죄는 모두 제1 판결 확정 전에 범한 것이고, 제3 판결 범죄는 횡령죄에 관한 범행일자가 2017년 일자불상경으로 분명하지 않지만, 제3 판결은 모든 범죄가 제1 판결 확정 전에 범하여진 것으로 보고 형을 정하였으며 그대로 확정되었다. 결국 원심 판시 사기죄와 제1, 2, 3 판결의 각 범죄는 서로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나 원심 판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제1 판결 확정 이후에 범하여져 제2, 3 판결의 각 범죄와도 동시에 판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 사기죄 및 근로기준법위반죄 모두 제1, 2, 3 판결의 각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상호 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원심판결은 경합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사기죄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하게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설시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판시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2>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위반죄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K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K은 ‘피고인으로부터 최저시급을 지급받기로 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에 근로를 제공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였던 E는 경찰에서 ‘K이 온수매트 판매, 사무업무 등 근로를 제공하였고, K이 근로자이므로 4대 보험 가입신고<3>를 하였으며,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K에게 급여를 지급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K의 위 진술과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아들 N는 K의 친구에게 ‘달달히 돈이 입금된건아니지만 틈틈이 일하면서나 그만둔뒤로 돈을줬어요. 일할 때 받아야할만큼 하지만 저희 아버지도 미안해서 지금은 힘들지만 좀 나아지면 조금씩 챙겨줄 생각이세요.’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는데, 이는 근로관계를 전제로 K에게 지급할 돈의 액수만을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K은 N와 함께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K이 N와 사귀고 있던 관계라고 하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K이 취업을 안했다고 아버지에게 크게 혼났다. 그래서 취업했다 하려고 4대 보험에 신고를 해준 것인데, 저도 이 사실을 E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저는 E를 통해 K의 사정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E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4대 보험 넣어주라고 해서 신고한 것이지 제 맘대로 한 것이 아니다.
저도 근로자인데 제 임의대로 신고를 할 수 없다.’고 진술하였고, N는 원심에서 ‘K이 저에게 4대 보험이라도 넣어주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아버님께 부탁해서 4대 보험을 가입시켜 주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K이 4대 보험에 가입하게 된 경위에 관한 N의 위 진술과도 상이하고, E가 피고인의 지시 내지 허락도 없이 근로자도 아닌 K의 4대 보험 가입신고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믿을 수 없다.
K이 N 또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로부터 계좌이체 받은 돈만 500만 원이 넘는다. 이는 K이 N과 사귀는 사이였다는 이유만으로 수령하기에는 매우 큰돈이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는 K이 실업급여까지 수령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 K이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었다면 구태여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실업급여를 수령하도록 도와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