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B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컨테이너수송 트랙터 차량(이하 '이 사건 트랙터'라 한다)에 관하여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다.
C(이하 '피재자'라 한다)은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자인 유한회사 D 소속 근로자로서 2021. 2. 2. 07:50경 (차량번호 2 생략) 승용차량을 운행하여 출근하던 중 군산시E 부근에서 진로를 변경하여 자동차전용도로인 3차로로 합류하다가 3차로를 직진해오던 B 운전의 이 사건 트랙터와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재자는 'L1 요추의 상세불명 부위의 골절(폐쇄성)'의 상해를 입었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피재자에게 2023. 12. 18.까지 휴업급여 23,160,320원, 요양급여 18,982,400원, 장해급여 20,718,720원 합계62,861,440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23. 12. 18.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피재자의 B과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할 수 있음을 이유로 B과 원고에 대하여 구상금 11,405,9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광주지방법원 2023가소595448, 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
원고는 관련 소송 계속 중인 2024. 1. 4. 피고에게 관련 소송에 관하여 합계 9,4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화해안을 팩스로 송신하였고, 2024. 1. 15. 피고에게 9,400,000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24. 1. 16. 내부 검토를 거쳐 원고의 화해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후 관련 소송의 소를 취하하였고, 관련 소송은 소취하로 종결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내지 8, 13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피재자의 100%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트랙터를 운전한 B에게는 과실이 없으므로, B이나 원고는 피재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 피고에게도 구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9,4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9,4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9,400,000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화해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가 부당이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다시 "설령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9,400,000원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화해계약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트랙터를 운행한 B에게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고와 화해한 것이어서 위 화해는 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원고가 피고에게 9,400,000원을 지급한 것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화해 계약에 의한 것인지 여부, 위 화해계약이 취소되었는지 여부라 할 것이다.
관련 법리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 으로(민법 제731조),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민법 제732조). 즉,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733조).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등 참조).
화해계약의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더라도 이것이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고 분쟁의 대상인 법률관계 자체에 관한 것일 때에는 이를 취소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4411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화해계약의 성립 여부
원고는 관련 소송 계속 중인 2024. 1. 4. 피고에게 관련 소송에 관하여 합계 9,4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화해안을 팩스로 송신하였고, 2024. 1. 15. 피고에게 9,400,000원을 지급한 사실, 피고는 2024. 1. 16. 내부 검토를 거쳐 원고의 화해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후 관련 소송의 소를 취하하였고, 원고가 이의하지 않아 관련 소송은 소취하로 종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 청구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9,400,000원을 지급하고 분쟁을 종결하기로 하는 화해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화해계약의 취소 여부
이 사건 사고가 2021. 2. 2. 발생한 사실, 피고는 피재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급한 후, 이 사건 사고로부터 약 1년 10개월이 지난 2023. 12. 18.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피재자의 B과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할 수 있음을 이유로 B과 원고에 대하여 구상금 11,405,9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관련 소송이 계속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을 제1,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관련 소송의 소장에 책임의 제한으로 '피재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진로를 변경하면서 이 사건 트랙터의 진로를 방해한 잘못이 있고, 이와 같은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40%로 제한하겠습니다."라고 기재한 사실, 위 소장이 2023. 12. 26.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관련 소송은 피고가 피재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지급한 보험급여액의 한도안에서 피재자의 B이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원고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피재자와 B의 과실 유무나 그 과실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은 주요 쟁점이 될 것인 점, ② 관련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나 B이 피재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원인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로 B의 과실을 40%로 계산하여 청구하였고, 그 소장이 원고에게 송달되어 원고도 피고의 주장을 파악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련 소송에서 B의 과실 유무나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 피재자에 대한 B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사항 그 자체인 것이지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그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피고와의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또한 관련 소송은 이 사건 사고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피고가 보험회사인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관련 소송 이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보험회사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화해 계약 당시 원고가 B의 과실 유무나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이를 착오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는 이 사건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하고,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윤현(재판장) 박종환 박희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