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 및 검사의 피고인 C, D, E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원심 판시 유죄 부분)
사실오인, 법리오해
원심 판시 병원장실 점거 관련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에 관하여, 병원장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42조제1항 및 제2항이 정한 점거금지시설이 아니고 병원장은 노동조합법 제38조제1항이 정한 업무방해금지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인들의 점거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피고인들은 병원 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고 병존적으로 병원장실을 점거하였으므로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원심 판시 피고인들의 Q 앞 농성 관련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A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이 병원 직원들을 밀친 사실이 없고, 피고인들의 병원장 P에 대한 항의를 보고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중단하였을 뿐 피고인들이 회의의 진행을 방해한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 E는 위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였을 뿐이므로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들: 각 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사실오인, 법리오해(원심 판시 무죄 부분)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거로 신청한 사건 당시 병원장실 CCTV 영상 사본 파일과 그 캡처 사진(이하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 및 캡처 사진’이라고 한다)은 그 영상 원본 파일과의 동일성 및 무결성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있고,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C, D, E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 그럼에도 검사의 증거신청을 기각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 C, D, E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 판시 병원장실 점거 관련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 부분
쟁의행위가 노동조합법 제42조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38조제1항 등의 규정에서 금지하는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여 반드시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쟁의행위의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쟁의행위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쟁의행위라면 노동조합법 규정을 위반하는 사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수단과 방법이 상당한 범위를 벗어나 정당행위가 될 수는 없다(대법원 1991.6.11. 선고 91도383 판결, 대법원 2001.10.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8.1.18. 선고 2007도155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정들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을 포함한 F단체 G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H병원지부(이하 ‘H병원지부’라고 한다) 조합원들은 H병원 측의 ‘용역근로자 정규직화 관련 직원 설문조사’ 실시와 관련하여 병원장 P에게 ‘설문조사의 중단 및 용역근로자 직접고용’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이에 2019.12.19.경 피고인들은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P이 부재중임에도 H병원 병원장실에 진입하였고, 병원 직원이 정식면담을 요청하면 절차에 따라 면담을 진행하겠으니 퇴거해달라는 요청하였는데도 퇴거를 거부하고 2020.1.7. 11:00경까지 병원장실을 점거하였다.
위 기간 동안 피고인들을 비롯한 다른 조합원들 약 10명 이상이 교대로 병원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였고, 용역근로자들 약 20여명 이상이 병원장실 출입문에 이르는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였다. 병원장실 진입 당일 피고인들은 업무처리 중인 P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설문조사의 중단 및 용역근로자 직접 고용을 요구하였고, 그 다음날인 2019.12.20.에는 병원 직원들의 병원장실 진입을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병원장실 내에서 병원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피고인들의 점거기간 동안 P은 피고인들이 그 출입을 저지하지 않은 경우에만 서너 차례 용역근로자들과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사이를 헤쳐 병원장실에 들어가 잠시 책상 위 컴퓨터로 전자결재를 하였다. P은 피고인들로부터 출입을 저지당하는 경우에는 병원장실에 들어가지 못했고, 출입을 저지당하지 않아 병원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더라도 점거하던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업무과정을 지켜보고 농성을 하고 있어 병원운영에 필요한 직원 대면보고나 회의, 외부인과의 면담과 행사 등의 병원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증거기록 1권 19 내지 30면, 공판기록 603, 630, 641, 642면).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병원장실 점거행위는 사실상 병원장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이에 관한 병원 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병원장의 업무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한 것이고, 병원의 정상적 운영에 있어 병원장의 업무의 중요성과 피고인들의 점거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임을 고려할 때(피고인들의 병원장실 점거기간이 20일이고,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업무일 만을 따지더라도 12일이다) 병원 측의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병원장실 점거행위는 쟁의행위로서의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 주장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원심 판시 피고인들의 Q 앞 농성 관련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특히 이 사건 당시 H병원 어린이병동 8층에 있는 Q에 있었던 병원 직원 Y, AA, AB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이 사건 당일 Q에서 예정된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Q로 들어가려는 P에게 다가가 항의하고 P의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Y 등 병원 직원들을 밀친 사실, 이후 피고인 A, B, C, D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병원 직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Q 출입문 안쪽으로 밀고 들어와 물리적 충돌과 소란이 발생하였고 위 피고인들이 계속하여 위 출입문 안쪽에서 P을 규탄하고 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침에 따라 당초 예정되었던 확대간부회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취소된 사실이 인정된다.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모의는 두 사람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직접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범죄를 하였다는 점에서 자기가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한 경우와 형사책임의 성립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대법원 1988.4.12. 선고 87도2368 판결 등 참조). 피고인 E는 사건 당시 나머지 피고인들과 함께 ‘설문조사 중단 및 용역근로자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P에 대한 항의 및 병원장실 점거에 참여하는 상황이었고, Q 안쪽에서 나머지 피고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위 피고인들의 농성 결의를 더욱 강화시켰는바, 피고인 E와 나머지 피고인들 사이에 Q에서의 농성에 관한 모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E가 공모에 참여한 이상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 주장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거로 신청된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 및 캡처 사진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에 대한 검사의 증거신청을 기각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 C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2019.12.20. 10:15경 CCTV를 가린 범행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 법정에서 자백하고 있고 고발인 Z이 수사기관에서 ‘2019.12.20. 10:20경 CCTV를 가린 사람은 C이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 및 캡처 사진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이상 Z 진술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 C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 C, D, E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동영상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본 자체이거나, 원본을 보사한 사본일 경우 복사 과정에서 편집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것임이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25.2.27. 선고 2022도18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은 Z이 병원 CCTV 영상을 관리하는 직원으로부터 받은 CCTV 영상 파일의 사본이고, 이 사건 캡처 사진은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을 재생하여 캡처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의 원본과의 동일성 및 무결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상의 원본 파일은 폐기되어 존재하지 않고, Z의 원심 법정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자료들 및 2025.9.10.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감정의뢰회보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의 원본과의 동일성 및 무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 C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를 찾을 수 없고 피고인 C, D, E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영상 사본 파일 및 캡처 사진에 대한 검사의 증거신청을 기각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 주장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심은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주요 양형요소들을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고 판단되고, 피고인들과 검사가 각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대부분 원심이 그에 대한 평가를 하여 이미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이 양형의 이유로 든 사정들에다가 그밖에 이 사건 기록 및 공판 과정에서 나타난 형법 제51조에서 정하는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고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원심의 피고인 C, D, E에 대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C, D, E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종석
판사 서지혜
판사 이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