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선박 구성 부분품 및 선박 블록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로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수령해 온 사람이다.
피고는 2024. 3. 5.부터 2025. 3. 5.경까지 근무하였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와 합의서가 작성되었고, 그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24. 4.경부터 2025. 4.경까지 피고의 계좌로 급여를 지급하면서 일정금액을 '퇴직금' 등으로 표시하여 송금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라. 피고는 목포지방노동사무소에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였고, 원고는 2025. 4. 28.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4,137,84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않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당을 190,909원, 1일 일당 외에 퇴직금선지급 명목으로 19,091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이하 '퇴직금 분할약정'이라 한다), 위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매월 퇴직금 선지급금을 지급하여 합계 4,459,090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별도로 퇴직금 4,137,840원을 지급하였다. 그렇다면 원고가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한 퇴직금 선지급금 4,459,090원은 이중으로 지급된 것이어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입사한 뒤 50여 일이 지난 시점에 이미 작성되어 있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일당이 210,000원인 것만 확인하였고, 구체적인 근로계약의 세부 내용은 확인하거나 설명을 듣지 못하였으며,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도 못하였다.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퇴직금 분할약정 부분은 피고의 급여 총액에서 기본급여와 퇴직금을 임의로 분리하여 구성항목의 형식만 취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퇴직금 분할약정 부분은 근로조건의 명시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반하여 무효이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되어 근로하는 동안 원고로부터 수령한 돈은 모두 임금이고, 퇴직금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원고가 피고에게 일당190,909원 외에 별도로 19,091원의 퇴직금을 선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서가 작성되어 '일당직 임금에 대해, 일당은 190,909원, 퇴직금 19,091원이 별도 입금되는 것으로 그 이유와 설명을 들었습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가 피고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거래내역에 퇴직금이라고 기재한 돈을 별도로 송금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2, 4호증의 1 내지 2, 5호증의 1 내지 2, 6호증의 1 내지 2,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퇴직금 분할약정은 형식만 취한 것에 불과하여 그 실질은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퇴직금을 이중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이와 같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는 이상 피고의 나머지 주장은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피고의 월 급여명세서 급여 총액은 일 210,000원을 기준으로 공수를 곱한 금액과 일치하고, 원고의 주장대로면 위 210,000원은 일당 190,909원과 퇴직금 19,091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일 임금액 210,000원을 정한 후 역산하여 그 금액에서 퇴직급여 명목의 금원을 인위적으로 1/11로 정한 것이므로, 해당 급여총액에서 기본급과 퇴직금을 형식적으로 구별하여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와 피고를 포함한 용접공들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서나 합의서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갑 제1호증의 1 내지 2, 4호증의 1 내지 2, 5호증의 1 내지 2, 6호증의 1 내지 2, 7호증) 업의 특성상 일당 위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이고(일당에 공수, 즉 근무일수를 곱한 금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이고, 통상시급은 일당을 기준으로 계산상 산출한 금액이다), 피고와 비슷한 시기에 원고 회사에 입사한 C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피고는 일당 21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합의서에 서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퇴직금을 선지급 받기로 할만한 특별한 사정을 알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윤현(재판장) 박종환 박희정
각주1) 통장에 표시내용은 '급여'로 기재되어 있으나(갑 제2호증이 3 제14쪽), 원고는 퇴직금 선지급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