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임금 청구(주위적 청구), 위임보수 청구(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이 사건 소 중 임금 청구(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위임보수 청구(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는 수개의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주위적 청구를 먼저 판단하지 않고 예비적 청구만을 인용하거나 주위적 청구만을 배척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 등의 일부판결은 예비적 병합의 성질에 반하는 것으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는 판결을 한 경우에는 그 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되면 판단이 누락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상소심으로 이심이 되고 그 부분이 재판의 누락에 해당하여 제1심에 계속 중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제1심에서 면직처분 무효를 전제로 금전지급을 구하면서 ‘임금’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다. 그런데 제1심 판결은 이 사건 소 중 위 주위적 청구(임금) 부분을 각하하면서도 예비적 청구(위임보수)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제1심에서 각하된 주위적 청구(임금) 뿐만 아니라 판단이 누락된 예비적 청구(위임보수) 또한 항소심으로 이심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2019. 1. 15. 서품을 받은 천주교 L대교구(이하 ’L대교구‘라 한다) 소속의 사제이고, 피고는 L대교구에 속한 천주교회 및 선교에 필요한 사업, 수도원 설치, 회관 설치, 정양소 설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원고의 보좌신부 부임
원고는 L대교구의 사제 인사발령으로 2019. 1. 16.경 C성당 보좌신부로, 2021. 1. 15.경 D성당 보좌신부로, 2022. 1.경 E성당의 보좌신부로 각 부임하였다.
이 사건 업무연락 메일
원고가 각 성당 부임지에서 주임신부, 수녀, 주일학교 교사, 신자 등과 계속하여 갈등을 일으키자, L대교구의 교구장 대주교(P), 총대리주교(F), 사무처장(G), 성직자국장<1>(H)은 2021. 12. 22. 원고 및 추천사제(J D성당 주임신부)와 면담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원고에게 전문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총대리주교는 2022. 3. 15.경 수신인을 원고, 참조인을 사무처장, 성직자국장, E 성당 주임신부(I)로 하여 아래와 같은 업무연락 메일(갑 제12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업무연락 메일’이라 한다)을 전송하였다.
이 사건 휴양명령
총대리주교, 사무처장, 성직자국장은 2022. 3. 28.경 원고를 면담하면서 성직자국 자문위원회<2>의 의견에 따라 원고에게 재차 정신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L대교구는 원고가 부임하였던 여러 성당의 관계자들로부터 원고에 대한 진술을 청취한 후 원고에게 휴양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22. 4. 4. 사제 인사발령으로 원고에 대하여 2022. 4. 8.부로 휴양을 명하였고(을 제1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휴양명령’이라 한다), 같은 날 원고에게 ‘휴양에 연관된 결정사항 통지’를 하면서 원고의 휴양 중 생활에 대한 방침을 전달하였는데,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결정사항 통지
원고는 2022. 5. 11.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R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여 ‘올해 새로 부임한 성당에서 여러 신도로부터 고해성사를 요청받았고, 아울러 신체적 건강이 악화된 주임신부의 일을 겸업하면서 과로로 인한 소진감, 피부질환이 나타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방문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종합심리평가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작성된 심리평가보고서를 L대교구에 제출하였다.
L대교구는 원고가 2022. 4. 4.자 ‘휴양에 연관된 결정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2022. 7. 1.경 원고에게 ‘휴양 중인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결정사항 통지’를 하면서 위 결정사항의 이행을 촉구하였는데,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22. 10. 21.자 참사회의<3>
L대교구는 2022. 10. 5.경 원고에게 ‘원고가 지난 4. 4.자, 7. 1.자로 통지한 휴양에 관한 교구 공문에서 지시한 바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어, 교구는 원고의 불순명<4> 건으로 참사회의를 소집하니, 2022. 10. 21. 15시 교구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회의에 출석하여 본인의 행동에 대해 소명하고, 출석하지 않는다면 불출석 사유서와 휴양에 관한 교구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본인 행동에 대한 소명서를 10. 20.까지 교구에 서면 제출하라’는 취지의 업무연락을 발송하였다.
L대교구는 2022. 10. 21. 참사회의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이에 참석하여 사무처장신부와 총대리주교를 고소한 이유, 성직자국장과의 정기적인 면담을 지시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이유, ‘지속적인 정신과 상담 및 치료, 치료상황 및 생활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지시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이유 등의 질의에 대하여 답변하고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였다. 위 참사회의에서는 원고의 답변 및 입장을 검토한 후 원고의 신상에 대하여 다음 참사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22. 10. 24.경 법무법인 로힐을 통하여 L대교구에 ‘휴양 중인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결정사항 통지서에 대한 답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원고는 R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여 전문심리상담사로부터 심리검사를 받고 그 결과서를 대교구에 제출하였고, 꾸준히 미사를 지내면서 미사보고서를 제출하였으므로, 대교구의 지시사항을 모두 이행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발송하였다.
2022. 11. 22.자 참사회의
L대교구는 2022. 11. 4.경 원고에게 ‘원고와 관련하여 교구 참사회의가 2022. 11. 22. 11:00 교구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니 출석하여 소명하라’는 취지의 업무연락을 발송하였다.
L대교구는 2022. 11. 22. 참사회의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이에 참석하여 교구장에 대한 불순명, 교구 결정사항 등에 대한 원고의 반응 및 불이행, 원고의 행동과 태도가 사제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적합한 것인지 여부 등의 질의에 답변하고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였다. 위 참사회의에서는 원고의 정신과적인 문제와 별도로 원고가 교구장에 불순명하는 점, 원고가 사목자로서 부적합한 점 등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하였고, 교구에서 지정한 병원에서의 원고의 심리검사결과를 보고 다음 참사회의에서 최종결정하기로 하였다.
L대교구는 2022. 11. 22.경 원고에게 위 참사회의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교구장님의 지시사항 통보’를 하였고,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면직처분
원고는 2022. 11. 28. T교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은 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의사소견서를 L대교구에 제출하였다.
L대교구는 2022. 12. 23. 참사회의를 개최하여 원고의 불순명과 교회법 위반 행위 등에 관하여 논의하고, 2022. 12. 26. 사제 인사발령으로 원고를 2022. 12. 31.자로 면직한다는 처분을 내렸다(갑 제3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8, 9, 12, 13호증, 을 제1, 2, 5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당심 증인 H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면직처분 무효 확인 및 이를 전제로 한 금전지급 청구
원고는 피고와 근로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면직처분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함에도 근로기준법상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였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이다.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예비적으로 원·피고 사이에 보좌신부 업무위임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면직처분은 위임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해지사유가 없음에도 해지를 한 것은 민법 제103조 위반 내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2023. 1.부터 2023. 5.까지 합계 11,49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2023. 6.부터 월 2,298,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한다(주위적으로 임금 청구, 예비적으로 위임계약에 따른 보수 청구).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총대리주교 F는 이 사건 업무연락 메일을 전송함으로써 원고가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자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였고, 사무처장 G은 2022. 4.경 C성당의 신자 N에게 2회 전화를 걸어 ‘원고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휴양의 징계처분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원고는 신학생이던 시절 O성당에서 주임신부와 보좌신부 사이를 이간질로 갈라놓은 자이다’, ‘원고는 지난 근무지인 D성당에서 보좌신부를 음해하고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려온 자이다’, ‘O성당, C성당, D성당 관계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위기상황이 생기면 자기방어를 하며 공격적으로 거짓말과 사실왜곡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자라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원고는 신학교에 입학하던 2008년 당시 “사소한 결점이나 단점도 부인하고 방어함으로써 지나치게 자신을 좋게 보이고자 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경향이 있을 수 있으며, 지나치게 관습적이고 유연성과 융통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지나친 자기경직성과 완고함 때문에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을 가진 타인을 깊이 이해하거나 조화를 이루기가 어려운 특징이 있다”는 병원 정신과 임상심리사의 인성검사 결과를 받은 자이다‘,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원고는 거짓말과 사실왜곡으로 인하여 교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켜 온 자이다‘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위 F 및 G은 피고 소속의 이사이고 이들의 명예훼손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35조 혹은 민법 제756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자료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이 사건 면직처분은 종교단체가 원고에 대하여 그 소속 사제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종교단체 내부에서 성직자인 사제에 대하여 한 종교적인 방법에 의한 제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 무효 확인과 이를 전제로 하는 금전지급청구 부분을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관련법리
종교단체의 징계결의는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교인 개인의 특정한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법원으로서는 그 효력의 유무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만, 그 효력의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또한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의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에 미치지 아니하는 한 법원으로서는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0388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67665, 6767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면직처분은 종교단체인 L대교구가 소속 사제인 원고에 대하여 그 사제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종교단체 내부에서 종교적인 방법에 의한 제재에 해당한다.
그런데 L대교구 사제 생활 지침(갑 제4호증) 제20조에 의하면, 사제는 생활비와 연공 그리고 활동비와 차량 유지를 위한 보조비 등을 교구 예산 지침에 의하여 지급받고, 사제직에서 면직되는 경우 위와 같은 생활비 등을 지급받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면서 아울러 면직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하여 생활비, 연공, 활동비 등 상당액의 금전지급을 구하고 있는바, 이 사건 면직처분은 원고의 구체적인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에 해당하고, 이 사건 면직처분의 이유와 경위에 비추어 볼 때 그 처분의 유·무효 판단의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 및 그 무효를 전제로 한 금전지급청구 부분은 구체적 권리의무관계에 관련된 법률적 분쟁으로 법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면직처분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관련법리
확인의 소에 있어서는 권리 보호 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에 대하여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41458 판결 등 참조).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유무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 여부에 관계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0796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L대교구는 대구·경북 지역의 천주교 성직자들 및 신자들로 이루어진 비법인사단이고, 피고는 천주교회 및 선교에 필요한 사업, 수도원 설치, 회관 설치, 정양소 설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L대교구와는 별개의 법인격이 인정되는 재단법인인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데,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휴양명령을 하고 참사회의를 거쳐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한 것은 재단법인인 피고가 아니라 ’교구장 P 대주교‘를 대표자로 하는 L대교구인 점, ③ L대교구의 교구장이 피고의 대표자 이사가 되고, 총대리주교, 사무처장 등이 피고의 이사가 되며, 피고가 L대교구 소속 사제에 대한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근로소득 원천징수 신고를 하는 등 L대교구와 피고 사이에 그 조직이나 업무가 일부 중복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에 대한 이 사건 확인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L대교구에 미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면직처분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금전지급청구<5>
주위적 청구(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자신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바, 우선 원고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민법상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 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2006다54644(병합)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성당에서 보좌신부로서 직무를 수행한 것은 종교단체인 L대교구가 종교적 교리와 절차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성품성사(聖品聖事)를 하고 사제직을 부여하여 사목활동을 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지 L대교구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이 아닌 점, ② 천주교 사제의 자격 및 서품 과정, 성당 내에서의 지위 및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을 ’임금을 목적으로‘ 성당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사제는 교구 예산 지침에 따라 생활비, 연공, 활동비, 차량유지 보조비 등을 지급받는데 이는 그 성격상 사제들의 최소한의 생활 및 사목활동을 위하여 지급되는 것으로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려운 점, ④ 원고가 보좌신부로서 교구 및 주임신부의 지시 및 지도에 따르고 사목활동을 보고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교단체의 교리와 규범으로 정해진 보조사제의 지위와 역할에 따른 것일 뿐인 점, ⑤ 피고가 원고에 관하여 근로소득원천징수신고를 하고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성직자들의 건강보험 적용 및 안정적인 노후보장 등을 위하여 마련한 조치일 여지가 크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천주교 사제로 사목활동을 해온 원고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보수 청구)에 관한 판단
예비적으로 원고는,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보좌신부 업무위임계약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 사건 면직처분은 위임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해지사유가 없음에도 해지를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임계약에 따른 미지급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종교단체인 L대교구로부터 종교적 교리와 절차에 따라 사제서품을 받은 것을 보좌신부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면직처분 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법원이 교역자 개인의 특정한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여 그와 관련한 청구 당부를 판단하는 전제로 종교단체가 교역자를 상대로 행한 징계 당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징계처분이 교회법에 정한 적법한 기관에서 내려진 것이 아니라거나 종교단체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밟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등 이를 무효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교회법규정에 따라 다툴 수 없는 이른바 확정된 권징재판을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67665, 67672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의 위 각 주장을, 이 사건 면직처분은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절차로서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교구 예산 지침에 따른 생활비, 연공, 활동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선해한다고 하더라도, 위 법리를 기초로 앞서 든 증거, 갑 제14, 18, 19호증, 을 제15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그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위 면직처분을 무효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에 대한 참사회의 출석통보서 등의 내용, 각 참사회의 회의록에 나타난 원고에 대한 질의·응답 및 논의내용, H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의 처분사유는 원고가 지속적인 정신과 상담 및 치료, 치료상황과 생활에 대한 보고서 작성·제출 등 ‘휴양에 연관된 결정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교구장에게 순명하지 않은 점과 사제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언행과 태도를 보인 것이다.
L대교구에서 ‘휴양에 연관된 결정사항’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요구한 것은 정신건강의 회복을 위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정신과 상담 및 치료, 그 치료상황과 생활태도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 작성·제출이라 할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심리평가보고서 및 의사소견서에 기재된 상담 내지 진료기간, 방문 내지 내원경위, 보고서 내지 소견서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위 각 서류를 작성 받아 제출한 것만으로 위와 같은 교구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미사보고서는 사제별 연공금액 계산을 위한 미사 대수를 기재한 보고서에 불과하고 그 기재 내용은 ‘교구지향 미사: 봉헌수 30대’가 전부이므로 이를 치료상황과 생활태도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라고 보기 어려운바, 원고는 ‘휴양에 연관된 결정사항’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교구장의 지시에 순명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부임하는 성당마다 여러 성당 관계자들과 갈등을 일으켰고, 이에 교구장 대주교, 총대리주교, 사무처장, 성직자국장이 원고를 직접 면담하고 관련자들로부터 진술을 청취한 후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교구의 결정사항에 따르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시도나 노력을 하면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대리주교, 사무처장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까지 하여(모두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확대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문제해결에 대한 태도, 이 사건 면직처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및 그 과정에서 나타난 원고의 반응 및 언행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처신과 행동이 사제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적합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제4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면직처분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면직처분 무효를 전제로 한 금전지급에 관한 주위적 청구(임금) 및 예비적 청구(위임보수)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① 제1심판결 중 임금 청구(주위적 청구)와 위임보수 청구(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의 누락이 있으므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되 임금 청구(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원고만이 항소하여 제1심판결을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해당 부분의 소를 각하하고, 위임보수 청구(예비적 청구)는 이를 기각하며, ②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부분과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부분)은 결과적으로 이와 결론이 같아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병원(재판장) 남명수 이도경
각주1) L대교구의 성직자국은 사제들의 고해성사와 상담 등을 지원하는 전문부서로 사제들이 주교들 및 선후배 사제들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사목활동은 물론 개인적으로 처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는 기구이다.
각주2) 정신과 의사 2명, 심리상담전문가 3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구장의 인가를 받은 자문기구이다.
각주3) 사제들의 인사를 논의하는 인사위원회와 비슷한 기구이다.
각주4) 순명(順命)이란 복음적 권고의 하나로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자유 의지를 가지고 기쁨으로 명령에 따르는 덕을 뜻한다. 교회법 제273조에 의하면 성직자들은 교황 및 각자의 소속 직권자에게 존경과 순명을 표시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
각주5) 이행의 소에서는 자신이 이행청구권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원고적격을 가지고 그로부터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사람이 피고적격을 갖는 것이어서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여 당사자적격 유무가 판가름 되고 원고가 실제로 이행청구권자이거나 피고가 이행의무자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다44387, 44394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행의 소로써 금전지급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상 피고에게 피고적격이 인정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