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25. 2. 19. 선고 2024나1297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2023. 11. 16.자 해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의 2023. 11. 16.자 해고에 관한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해고무효확인청구와 임금청구를 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그 중 임금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패소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 8 내지 10, 14호증(특별히 표시하지 않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4, 11, 12, 17, 1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고, 반증이 없다.

가.

피고는 대구 북구 C아파트 300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관리를 위하여 그 입주자들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로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용자이다.

나.

원고는 2008. 10. 6.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근로계약 중 2013. 10. 6.자 근로계약 및 2014. 10. 6.자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준근로계약서(2014)

다.

이 사건 아파트 관리방식의 변경

1)

피고는 2022. 11. 28.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방식을 직접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는 안건에 관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하고, 2022. 12. 28.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입주자의 과반수(57%)가 위탁관리 변경에 찬성함으로써 위 안건이 가결되었다.

2)

피고는 2023. 3. 13.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23. 4. 1.부터 2026. 3. 31.까지로 하는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의 구제노력과 1차 해고통지

1)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복직문제에 관하여 F와 협의를 하였고, 2023. 7. 18. 및 2023. 8. 9. 원고에게 ‘F와 협의를 하였으니 그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라’고 통지하였다.

2)

F는 2023. 8. 24. 원고에게 ’이미 관리소장이 채용된 이 사건 아파트 대신 G아파트의 관리소장 면접을 볼 수 있고, 임금 수준은 월 2,979,000원이다‘라고 알렸으나,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 복직을 요구하며 위 면접에 불참하였다.

3)

피고는 2023. 8. 29. 원고에게 ‘아파트 관리방식의 변경으로 더 이상 원고를 고용할 수 없는 상태로 되었는데, 위탁관리업체인 F가 이미 관리소장을 고용하였고 원고가 F가 관리하는 다른 아파트에 근무하는 것을 거절하였으므로, 원고를 정리해고한다’는 내용으로 해고통지(이하 ‘1차 해고’라 한다)를 하여 위 통지가 2023. 8. 30.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마.

피고의 추가노력과 2차 해고통지

1)

그 후 F가 채용한 관리소장이 사임하자 피고는 F와 원고의 복직문제에 관하여 새로 협의를 하였다.

2)

이에 따라 F는 2023. 10. 24. 원고에게 ‘F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임금 월 2,750,000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알리고 2023. 11. 6. 같은 내용을 알리면서 2023. 11. 15.까지 복직하여 달라고 통지하였으나, 원고는 위 기한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3)

피고는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23. 11. 16. 원고에게 ‘최근 아파트 관리소장의 사직으로 인하여 F가 원고를 이 사건 아파트의 후임 관리소장으로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수차 복직 요청을 하였음에도 원고가 지금까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으므로 부득이 원고를 정리해고한다’는 내용으로 해고통지(이하 ‘2차 해고’라 한다)를 하여 위 통지가 2023. 11. 20.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3.

원고의 주장

피고의 원고에 대한 1차 해고 및 2차 해고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모두 무효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그 무효 확인을 구한다.

가.

원고는 2008. 10. 6. 피고와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13년 이상 위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으므로 원고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를 해고를 하였는바, 이는 원고의 갱신기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피고의 위 해고조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는 상태에서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도 다하지 아니한 채 행하여진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해고사유가 없어 무효이다.

다.

2014년도 근로계약 및 피고 취업규칙은 일정한 사유를 열거하면서 그 경우에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바, 피고의 위 해고조치는 위 제한특약을 위반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4.

판단

가.

갱신기대권 침해로 인한 해고무효 여부

원고가 2008년 피고와 사이에 일정 기간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위 계약을 갱신해오다가 2014년경에 이르러 근로기간의 종기를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가 ‘갱신기대권이 있는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해고사유의 존재 여부

1)

정리해고의 요건과 적용범위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근로자를 해고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는 등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정해진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69393 판결 등 취지 참조).

피고의 사업장(관리사무소)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데에 불과하여 여기에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 법률조항이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원고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은 일응 부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의 해고통지 서면(갑 제9호증의 6, 제14호증의 4)에 기재된 구체적인 해고의 사유와 경위, 이 사건 소송의 과정과 피고 주장의 취지 등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해고사유는 비단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정해진 정리해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초 근로계약 내지 2014년도 근로계약 체결 이후에 발생한 아파트 관리방식의 변경 등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에 기한 것으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되므로, 이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의 가능성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어느 일방당사자가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유형과 내용, 당사자의 지위, 거래경험과 인식가능성, 사정변경의 위험이 크고 구체적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들이 사정변경을 예견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내용으로 체결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7633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5 내지 7, 9, 10, 15, 16, 20, 2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해고조치 중 적어도 2차 해고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의 해고통지로서 적법하다고 볼 것이다. [반면 피고의 1차 해고는 사정변경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므로, 해고가 적법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①

피고는 2008년경 원고와 사이에 최초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관리소장을 직접 채용해왔는데, 이는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자치관리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피고가 소요 인력을 직접 고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2. 12.경 입주자 과반수의 찬성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방식이 위탁관리로 변경됨으로써 피고는 더 이상 아파트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관리소장을 고용할 여지도 없게 되었다. 따라서 당초 근로계약 체결의 기초가 된 사정이 그 후에 현저히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비록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로서 아파트 관리방식 결정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피고의 최종적인 의사는 구성원의 총회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2008년 최초 근로계약(기간제)은 물론 2014년의 근로계약(무기계약직)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원고 또는 피고가 위 계약 체결 당시에 아파트 관리방식의 변경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

③

만일 아파트 관리방식의 변경으로 인해 위탁관리업체가 아파트 관리소장을 이미 채용하였거나 채용할 예정이고 피고는 관리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종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관계가 계속 유지된다고 하면, 당사자 사이에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상정하기 어려워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초 예정되어 있던 근로의 제공이 없이도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임금청구 등 권리를 가지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임금지급이나 근로자보호 등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당사자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초래된다.

④

근로기준법이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면서도 제24조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소정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예외적으로 정리해고를 허용한 데에는 사정변경에 따른 근로계약의 해지를 법제화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인데,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기에 이른 과정과 사유, 사업장의 특수성과 원고의 지위, 피고의 해고회피 노력과 원고에 대한 안내 및 협의 절차 등에 비추어 피고의 위 해고조치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정해진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근로기준법 제24조를 유추적용하거나 사정변경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를 인정하는 것이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⑤

피고로서는 F의 협조를 얻는 등으로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복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F가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복귀를 권유하면서 종전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제시하였지만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복귀를 요구하면서 급여가 더 높은 G아파트 관리소장직 제안을 거절한 데에 따른 것이고, 원고가 F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피고와 체결한 기존의 근로계약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아파트 관리방식에 관한 불가피한 사정변경을 감안하면 원고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소결론

원고의 위 주장 중 1차 해고에 대한 무효 주장은 이유 있고, 2차 해고에 대한 무효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한특약 위반으로 인한 해고무효 여부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2014년도 근로계약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사유를 ‘관리소장이 법(공동주택관리법) 제57조 제1항 각호에 따른 자격취소 및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로 제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의 2차 해고가 사정변경을 원인으로 하는 해고통보로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이상, 위 해고의 사유가 근로계약에 정해진 해고사유(제한특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1차 해고는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이고, 2차 해고는 정당하여 무효가 아니라고 할 것인데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무효확인 청구는 1차 해고에 한하여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2차 해고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1차 해고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병원(재판장) 남명수 이도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