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11. 30. 선고 2021가합52796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1,094,55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 1.부터 2023. 11. 3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 라.

2.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섬유기계 제조업, 일반산업기계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별지 조직도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원고는 2021. 2. 1. 피고의 부사장으로 입사하였다.

나.

D은 2020. 2. 7. 피고의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D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조카사위인 E가 대표이사로,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는 F의 여동생 G가 사내이사로, 자신의 민 · 형사 사건의 변호사인 H이 사외이사로 각 선임되어 등기되도록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등기된 사내이사인 G의 남편이다.

다.

피고는 2021. 2. 1. 원고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연봉계약기간은 2021. 2. 1.부터 2021. 12. 31.로 정하되 연봉은 1억 5,720만 원으로 정하고, 위 연봉 외 입사와 동시에 1,310만 원을 사이닝보너스(signing bonus, 기업체에서 새로 입사하는 직원에게 주는 1회성 입사보너스)로 지급하기로 정하였다.

라.

피고는 대표이사 다음의 직위인 부사장의 직함을 가졌으나 등기된 이사는 아니었다.

마.

피고는 2021. 6. 17. 원고에게 아래 임원 해고 통보서 기재와 같은 이유로 해고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 통보'라 하고, 해고를 지칭할 때는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7, 29호증, 을 제43, 6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최대주주인 D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던 대표이사 E 등을 통해 사실상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고 있던 회사이다. 원고는 D으로부터 피고가 당면하고 있던 몇 가지 경영상의 문제해결을 의뢰받아 2021. 2. 1.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D이나 대표이사 E의 지시를 받으며 당초 의뢰받은 문제들 해결을 위해 근무하였고, 그 처리 결과들을 D이나 E에게 보고하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원고는 부사장이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구체적으로는 사실상의 경영자인 D이나 대표이사인 E의 지휘 · 감독을 받는 피고의 근로자에 불과했다.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사유로 '보고의무 불이행'을 그 사유 중 하나로 삼은 점에 비추어도 위와 같은 점은 인정이 된다. 피고의 2021. 6. 17.자 이 사건 해고는 근로계약의 일방적 해지(근로자에 대한 해고)인데, 그 해고에는 징계위원회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고, 또 피고가 들고 있는 각 해고사유도 사실이 아니거나 근로자에 대한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고의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이에 그 무효임의 확인과 그 때부터 원고가 새로운 직장을 가지게 된 2023. 6. 1.의 전날인 2023. 5. 31.까지의 급여 합계 186,111,236원 및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부사장(임원)으로서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피고 경영에 관한 업무 전체를 총괄하였으므로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해고 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청구

1)

원고의 주장

설령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아무런 이유 없이 원고와의 비등기임원 보수지급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원고는 그로 인해 입게 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원고는 2021. 12. 31.까지 월 급여 기본급 7,942,158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으므로 6월분 13일치 3,441,602원(=7,942,158÷30×13)과 나머지 6개월 분 47,652,948원(=7,942,158×6월)의 합계액 51,094,550원 및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이 아닌 특별연봉인상과 특별승진을 약속하였고, 5,620,350원 상당을 개인적인 오락을 위하여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공금을 유용하였으며, 정기주주총회와 관련된 의결권권유대행업체인 ㈜I에게 계약서에 없는 수수료를 지급하자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배임행위를 시도하여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 그 외에도 기밀문서들을 반출하거나 분리막 1라인을 납품하는 계약을 소액주주들에게 알리는 등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고, 산업은행 및 J은행 대환대출 관련 진행상황에 대한 수시 보고의무를 불이행하면서 최종 결과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를 사유로 삼아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피고는 정당한 사유와 절차로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상법상의 이사라 하더라도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장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관계에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반면에 등기된 상법상의 이사가 아닌 미등기 이사, 공장장 등의 임원 내지 간부직원 중에서도, 자율적인 위임사무의 처리를 하고, 경영상의 결정에 개입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법인등기부상 이사 등으로 등기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런 사람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 결국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2006다54644(병합)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갑 20호증의 2, 갑 제31, 48, 50호증의 기재, 을 제8, 34 내지 39, 41, 42, 45 내지 47, 49 내지 53, 6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만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부사장으로서 최대주주인 D이나 그의 지시에 따르던 대표이사 등과의 특별한 신임관계 아래 애초 담당하기로 하였던 경영상의 몇 가지 문제해결이나 처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그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D의 의뢰로 피고의 부사장으로 입사하여 그만둘 때까지, 피고의 주식거래정지와 관련하여 한국거래소로부터 경영개선기간을 부여받는 문제, 2021. 3.에 열릴 예정이던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주주들을 설득하여 피고측이 제시한 의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 서울사무실 이전 관련 비용절감 문제, 산업은행 대출 조기상환 요청에 따른 다른 금융기관 대출 성사 문제, 중국자본 유치 문제를 담당하면서 이를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같은 문제들은 모두 피고의 사활이 걸린 경영상의 문제로, 그 진행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측과 밀접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터이기는 하나 모든 사항들을 일일이 다 보고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그 지시에 따라 처리할 수만은 없는 일들이다. 그 처리 과정에서 구체적, 세부적인 일정이나 지엽적인 문제들은 원고가 자신의 재량 하에서 결정하고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는 일개 근로자로서의 지위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②

피고(구체적으로는 피고의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며 원고의 출퇴근이나 근무태도 등을 관리 · 감독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구속되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앞서 본 원고가 주로 담당한 업무의 성격상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업무 처리과정에서 원고가 H, F을 통해 피고의 실질적 사주인 D의 지시를 따랐다고 해도, 이는 그 사안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당연한 일일 것이며, 그 같은 사안들에 대한 지시 및 이에 대한 복종을 근로자성의 징표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매일의 일정이나 사소한 결정들은 원고가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고, 이는 위임관계에 더 어울리는 모습니다.

③

원고가 부사장으로서 부서장을 겸하고 있던 경영지원실은 별지 조직도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업무를 총괄해서 파악하고 관리하면서 지휘할 수 있는 부서이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가 처음부터 담당키로 하였던 업무가 별도로 있었으므로 원고가 상시적으로 부사장이자 경영지원실 부서장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하여 피고의 전반적인 경영에 관여해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영지원실에서 처리되는 서류들에 부서장이자 부사장인 원고의 결재란이 만들어지고 또 일부 서류들에는 원고가 실제로 결재를 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실제로 결재를 한 서류들에서 다루는 사안들이 애당초 원고가 담당하기로 하였던 업무에 한정된 것도 아니며 오히려 피고의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 망라되어 있다. 원고가 형식적으로 결재를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어쨌건 피고 회사에서는 원고를 대표 이사 바로 다음의 2인자로 대우했고, 원고 역시 자신에게 그 같은 포괄적인 권한이 있음을 결재를 통해 나타낸 셈이다.

④

원고는 입사 후 2021. 3. 16. 임직원들에게 메일로 스스로를 피고의 경영 개선을 위해 합류한 점을 밝히고, 향후 피고의 주요 목표와 계획, 비전 등을 제시하고 원고가 1년 동안 회사를 되살려 내는데 많은 도움과 지지를 부탁하였으며, 업무 중 애로 사항이나 이슈가 있으면 대표이사 E나 자신에게 알려주면 시정 가능한 부분을 조치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도 있다. 위 메일은 원고가 포괄적인 업무집행권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다.

⑤

원고는 근로계약 당시 약 1억 5,720만 원 상당의 연봉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이는 피고 회사 임직원 상위 서열 6명의 급여 중 가장 높은 액수이며 등기된 대표이사인 E 보다 6,700만 원이나 높은 액수이다. 그 외에도 원고는 사이닝 보너스로 1,310만 원을 추가 지급 받기로 약정하기도 하였다.

⑥

원고는 제네시스(G90)를 법인차량으로 제공받아 전용으로 사용하였다. 원고 외에는 등기 임원인 대표이사 E와 원고의 처 G만이 법인차량을 전용으로 사용하였고, 나머지 K 전무이사, L 전무이사, M 팀장은 출퇴근 편의를 위해 차량을 제공받았고 근무시간에는 공용으로 사용하였다.

⑦

원고는 피고의 일반적인 직원 채용절차를 거쳐서 입사한 것이 아니다. 피고의 대주주이던 D과 내연관계에 있던 F이 자신의 제부인 원고를 D에게 추천하여서 입사를 하게 되었다.

⑧

비록 연봉계약서에 원고가 근로자로 기재되어 있고, 고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원고의 실질적인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전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대표이사이던 E도 피고와 사이에 비슷한 형태의 근로계약(연봉계약서)을 체결하였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나.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에서 재직할 당시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피고의 의사결정 및 경영에 참여하였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급자로부터 일상적인 지휘 · 감독을 받지는 않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는 피고와 위임관계에 있는 이른바 '비등기임원'으로 보인다.

2)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 위임계약이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의 경우에는 위임인으로서는 해지 자체는 정당한 이유 유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47108 판결 등 참조).

3)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7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공금 유용의 건, 영업비밀누설 등이 사건 해고 통고의 사유를 이유로 원고를 고소하였으나, 서울서대문경찰서에서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된 점, ② 피고가 제출한 을 제16, 17, 20 내지 24, 6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 통고 사유가 실제 있었다거나 그 사유가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데 정당한 이유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③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1. 2. 1. 연봉계약기간이 2021. 2. 1.부터 2021. 12. 31.까지로 정하였고 그 기간의 보수도 정하여져 있었으며 그 보수액이 상당히 고액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은 위임인인 피고뿐만 아니라 수임인인 원고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이었는데, 위임인인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연봉계약기간은 2021. 2. 1.부터 2021. 12. 31.까지였다. 피고는 2021. 6. 17.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하였고, 이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는 2021. 6. 18.부터 2021. 12. 31.까지 위임이 지속되었으면 얻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1,094,550원[= 7,942,158원×6월+3,441,602원(=7,942,158÷30×13)]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 연봉계약기간이 끝나는 다음날인 2022. 1.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11. 3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위 4. 나.항의 손해배상의 범위 항목에서 인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유영원 강화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