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5. 10. 14. 선고 2023가단7154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9,763,512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1987. 10. 2.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 약 120명을 고용하여 자동차 여과지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1988. 5. 2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19. 12. 31.까지 재직한 사람이다.

나.

피고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C 주식회사는 2020. 1. 17. 원고에게 개인형퇴직연금 전환금으로 92,913,194원을 지급하였다.

다.

2019. 9. 6. 개정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과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19. 12. 31. 퇴직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제45조 1항 3호, 제58조 제4항 및 이 사건 취업규칙 제76조, 제98조 제5항에서 정한 '익월 20일 현재 재직한 자에 대하여 기존 근무기간에 대한 상여금과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에 따라 원고가 실제 근로를 제공한 2019. 12. 21.부터 2019. 12. 31.까지의 기간에 상응하는 상여금 967,910원 및 교통비 1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는데, 재직자조건이 부가된 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규정은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상여금 967,910원 및 미지급 교통비 1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위 미지급 상여금과 교통비를 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통상임금에 따라 재 계산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월차수당으로 181,186원(= 876,066원 - 694,880원), 2018년도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12,090,593원(= 23,068,743원 - 10,979,150원), 퇴직금으로 26,423,823원(= 119,337,019원 - 92,913,196원)을 미지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미지급 상여금과 미지급 교통비 청구에 대한 판단

1)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진다. 노사가 어떤 임금의 내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임금이 지급되기 위한 기준 내지 임금의 지급대상을 정하는 것이지 이미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게 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5.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 참조).

2)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고정급 형태의 이 사건 정기상여금과 교통비(이하 '상여금 등'이라 한다)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 ·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상여금 등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상여금 등의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에 자신이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상여금 등에 대하여는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1. 11. 24. 선고 81다카174 판결 취지 참조).

②

'지급일 당시 재직하는 근로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거나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건은 상여금 등 약정의 기본적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상여금 등 그 자체와는 구분되는 외부적인 조건일 뿐이다. 실제로 고정급 형태의 상여금 등의 경우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고, 그 발생을 위하여 별도의 조건이 요구되지 않는다. 재직자조건이 부가된 상여금 등은 그 발생에 대한 약정이 있고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으로 인하여 그 몫의 임금인 상여금 등이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의 경우 재직자조건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이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유효한 취업규칙이나 개별적 근로계약 등에 재직자조건이 규정된 경우에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는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③

상여금 등의 지급일은 매월 각 25일이고 산정기간은 지급일 기준 전월 21일부터 지급일이 속한 달의 20일까지이므로, 피고 회사의 조합원들로서는 그들이 퇴직하는 경우 퇴직 시기와 상관없이 이미 제공한 근로기간에 상응한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만 발생한다.<1>

④

실제로 피고와 노동조합이 2021. 11. 9. 체결한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정년을 만 60세 정년 해의 12월 20일로 하고, 상여금 등의 지급은 매월 20일 현재 재직한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규정하여(제45조 제1항 제3호, 제58조 제4항), 조합원이 정년퇴직하거나 매월 20일에 퇴직할 경우 이미 제공한 근로기간에 상응한 상여금 등을 지급받도록 규정을 정비한 바 있고, 위와 같은 단체협약 규정의 변경 경위에 비추어 피고

사업장에서 상여금 등에 재직조건을 부가해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상여금과 교통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미지급 월차수당, 연차수당 및 퇴직금 청구에 대한 판단

1)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법령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통상임금 개념을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다.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 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상여금 등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지급 상여금과 교통비를 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통상임금에 따라 월차수당,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재계산하여 미지급된 차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설령 원고의 주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소결론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경위로 미지급한 상여금, 교통비, 월차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의 액수가 별지 목록 '청구금액'란 기재 각 금액과 같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39,763,512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정년퇴직 후 14일이 경과한 2020.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재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