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근로자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거나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상주시 D에 있는 주식회사 E 대표로 상시근로자 1명을 사용하여 운수업을 경영하는 사업주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1. 4. 20.경부터 2015. 3. 26.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F의 퇴직금 2,894,428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근로자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1996. 9.경부터 남편인 G와 함께 중장비를 운송하는 주식회사 E(이하 'E'라고 한다)를 운영하였고(E의 상시근로자는 F을 제외하고는 없다), F은 2001. 4.경부터 E 경리로서 모든 재정을 맡아 관리해왔다.
2008.경부터 2013.경까지 4대강 사업으로 중장비 운송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E의 영업활동도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E의 영업이익이 증가하였어야 함에도, F은 지속적으로 적자운영을 호소하였다.
이에 피고인의 아들 H은 2014. 3.경부터 F에게 회사 장부 및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2015. 3.경 F으로부터 장부를 회수한 다음 F이 허위 장부 기재, 수입 누락, 지출 과장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2015. 3. 26. F을 퇴직하게 하였다.
그 후 피고인 측은 F에게 횡령 혐의를 추궁하였고, 그 과정에서 F은 2015. 5. 17.경 피고인 측에 '장부상 기재와 현금의 흐름 사이에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자신의 월급 등으로 정산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는바, F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회사 돈을 더 가져간 것이 있다면 자신이 받을 임금 등으로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F은 퇴직 이후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피고인이 2015. 6.경 F을 상대로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50,000,000원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법원에 부동산가압류 신청을 하자, 2015. 7.경 피고인을 상대로 본건 퇴직금 미지급 등으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영주지청에 진정을 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F이 회사의 재정을 전적으로 관리함에 따라 F의 횡령 여부와 규모가 밝혀지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을 뿐 다 밝혀진 이후에도 미지급 퇴직금이 남아 있다면 지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앞서 F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으로서는 F이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이 있다면 자신이 지급할 임금 및 퇴직금과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해 F은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아직까지 정산관계가 끝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고의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정도(민사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경우 등)를 넘어서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6. 9.경부터 중장비를 운송하는 E를 운영하였고, F은 2001. 4.경부터 E 경리로서 회사의 재정을 맡아 관리한 사실, F이 지속적으로 적자운영을 호소하자 피고인의 아들 H은 2014. 3.경 F에게 회사 장부 및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2015. 3.경 F으로부터 장부를 회수한 다음 F이 허위 장부 기재, 수입 누락, 지출 과장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2015. 3. 26. F을 퇴직하게 한 사실, F은 E의 경리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E 관련 계좌 및 사업과 관련한 현금 및 결제 흐름 등을 장부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게 기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근로자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 또는 H 등과 F 사이에 F이 횡령한 금원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위 미지급임금 등의 채권과 위 횡령금 등을 어떻게 정산할 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F이 E의 수익금 등을 실제로 횡령하였는지, 그 액수는 얼마인지, 그로 인하여 E 또는 피고인 등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거나 횡령으로 인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피고인 입장에서 F이 회사 돈을 횡령하였다고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향후 확정될 횡령금액과 F의 퇴직금을 상계하겠다는 일방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 측이 2015. 5. 17.경 횡령 혐의를 추궁하자 F이 '장부상 기재와 현금의 흐름 사이에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자신의 월급 등으로 정산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거나, F이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아직까지 정산관계가 끝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F이 회사 돈을 더 가져간 것이 있다면 자신이 받을 퇴직금과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는 F이 2015. 3. 26.경 회사를 퇴직한 후 14일이 경과하여 이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한 이후의 정황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도1091 판결 참조), F은 위 2015. 5. 17.경 대화 및 원심법정에서 일관하여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정에서 자신이 여유가 있으면 자신의 돈으로 급한 것을 처리하고, F이 급하면 회사의 돈을 쓰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이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자신의 월급 등으로 정산하면 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자신의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퇴직금과 상계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F이 E를 퇴직한 후 약 5개월이 경과한 후인 2015. 9. 7.경(원심 판시 '2015. 7.경'은 '2015. 9. 7.'의 오기로 보인다)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을 퇴직금 미지급 등으로 고용노동청에 진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F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성립 이전에 피고인의 상계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