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7. 2. 10. 선고 2016노447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F은 2015. 10. 16.부터 2015. 11. 23.경까지 실제 근로를 제공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은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설령 피고인이 위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기준법 위반죄에 있어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달성군 D에 있는 'E'의 실제 운영자로서 상시 3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목재 가공, 합판 제조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0. 8.부터 같은 해 11. 24.까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있던 F의 2015. 10. 16.부터 같은 해 11. 23.까지의 통상 임금 2,079,987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2)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F은 2014. 4.경 피고인이 실제로 경영하는 E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던 중 2015. 10. 5.경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회사 측에서 이를 반려하였고, 같은 해 10. 8.경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회사 측에서는 퇴사사유를 '회사의 권고사직 권유'로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위 사직서 역시 수리되지 아니하였다.

②

이후 F은 2015. 10. 19.경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도 2015. 10. 8.부터 같은 해 10. 15.까지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여 진정을 제기하였다.

③

위 부당대기발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2015. 11. 24.자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E과 F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화해조서가 작성되었다.

④

한편, F은 당초에는 2015. 10. 16.경 사직서가 수리되었음을 전제로 2015. 10. 8.부터 같은 해 10. 15.까지의 임금미지급 부분에 대하여만 문제를 제기하였다가, 위 부당대기발령(해고) 구제신청 사건의 화해조서가 작성된 이후인 2015. 11. 30.에 이르러 2016. 10. 16.부터 같은 해 11. 23.까지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담당조사관은 '2015. 10. 15.부터 2015. 11. 23.까지 근로는 하지 않았지만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노동청에 질의를 한바, '진정인이 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하고 권고사직으로 화해를 한 이상 부당대기발령이라는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른바 대기기간에 대해 임금상당액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 '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3)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F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가)

앞서 본 화해조서상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시점을 2015. 11. 24.자로 정한 것은 일응 위 조서의 작성일을 기준삼은 것으로 보이고, 실제 F의 퇴사시점(사직서 수리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또한, 위 화해조서 작성 무렵 F이 그 지급을 구하고 있던 임금액은 2015. 10. 8.부터 같은 해 10. 15.까지의 기간에 대한 것이었고, 위 화해조서 제2항은 이 사건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에 대하여 향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화해조서 작성으로 인하여 F과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됨은 물론 F이 당시 지급을 요청하였던 2015. 10. 8.부터 같은

해. 10. 15.까지의 임금만을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실제 피고인은 화해조서 작성 후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은 이를 임의로 지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진정사건을 조사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2015. 10. 16.부터 같은 해 11. 24.까지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는 취지의 질의답변을 노동청으로부터 받은 바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2015. 10. 16.부터 같은 해 11. 23.까지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나)

한편, F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위 진정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임금 지급일인 2015. 10. 15.경 일부 금액이 삭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다음날 회사를 찾아갔다가 I으로부터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고, J 부장의 지시로 일부 금액이 공제되어 급여가 지급된 것이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으며, 이에 피고인이 "너희가 해고가 아니라고 하면 출근을 해야 하냐"고 얘기하니 I이 "사장님하고 상의를 해 보겠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가 이후 I으로부터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진술하였고, '2015. 10. 19.경 J 부장으로부터 "출근을 안 하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위 진술에 비추어 보면, F은 당시 회사 측에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한 상태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은 2015. 10. 19.경부터 출근을 하지 아니한 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해고) 구제신청 등을 하였다.

즉, F은 회사 측의 사직서 수리 여부에 대한 답변에 따르지 아니한 채 독자적 판단에 따라 자신이 대기발령 내지 해고된 것으로 여기고 임의로 출근을 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F은 '그냥 해고 처리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출근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바가 있다),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F에게 근로를 제공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F에 대해 대기발령을 명하는 등 고의적으로 업무를 부여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이 2015. 11. 5.경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의 답변서에 의하면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라도 복직을 원한다면 출근을 해서 업무에 복귀해도 되지만 15일 이후 계속 무단결근 중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인은 당시까지도 F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한 채 업무에 복귀할 기회를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F이 2015. 10. 16.부터 같은 해 11. 23.까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이 그 기간 동안에 관하여 F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기준법 위반죄에 있어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 공소사실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차경환(재판장) 황지현 김동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