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8가합20971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피고에 과거에 근무하였거나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 현직 직원들이다. 나. 피고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을 접수하고 2015. 8. 27. 및 같은 달 28. 양일간 사업소 전 직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설명회를 개최하였고, 2015. 9. 15. 원고들을 포함하여 퇴직예정일이 2016. 12. 31.부터 2022. 12. 31.인 정년퇴직 예정자들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 설계(안) 설명 및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다.

피고는 2015. 9. 30.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AA 노동조합(조합원 351명, 비조합원 21명, 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과 아래와 같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하고, 그 내용을 담은 노사합의서(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라.

피고는 2015. 10. 5 및 같은 달 6. 임금피크제 세부사항 의견수렴을 위한 직원간담회를 개최하였고, 이 사건 조합은 2015. 10. 12. 및 같은 달 13. 임금피크제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 의견수렴을 위한 조합원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마.

이 사건 조합은 2015. 12. 2.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찬반투표(이하 ‘이 사건 투표’라 한다)를 진행하였는바, 투표 결과는 “재적조합원 351명, 참석조합원 232명, 찬성 174명, 반대 56명, 무효 2명”으로 집계되었다.

바.

피고의 보수규정 및 임금피크제 시행 내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1, 12,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무효이다.

1)

임금피크제는 단체교섭상의 교섭대상으로서 단체협약에 정해진 교섭요구, 교섭위원 구성, 합의서 작성과 교섭위원 전원의 서명 날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위와 같은 절차 없이 이 사건 조합 위원장 AB이 독단적으로 서명하였고 이 사건 조합 조합원들의 찬반 의견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합 규약 제19조 제3항은 “총회의 의결사항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을 의미하고 이 사건 투표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찬성률은 재적조합원 대비 49.572%에 불과하므로, 무효인 이 사건 노사합의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투표에 의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제1주장).

2)

피고의 보수규정 제14조의2에는 “임금피크제 감액대상자 및 신규채용 인력의보수지급 기준은 ‘임금피크제 시행내규’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고, 임금피크제 시행내규 제2조 제3항에는 “정년도래 3년 전부터 적용하며 ‘별지 제1호’의 임 금감액 동의서를 징구한다.”고 규정하면서 별지 제1호의 서식을 별도로 구비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별지 제1호 서식에 의한 임금감액 동의서를 징구한 바가 없다(제2주장).

3)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없는 임금삭감으로 기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데 이 사건 노사합의에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결여되었다(제3주장).

나.

임금 삭감과 관련되는 개별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당사자에게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함은 물론이고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 A, B, C, D, E, F, G, H,I, J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이 아니고 그들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의거하여 위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제4주장).

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일부 청구로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2016. 1. 1. 이후부터 2018. 8.경까지 원고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제1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자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할 권 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위 법 제33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된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단체협약에 있어서 합의내용을 서면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장래의 분쟁을 방지하려는 것이고, 서명날인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은 체결당사자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그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진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기명 옆에 서명만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 또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다)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갑 제3, 6, 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작성 당시 피고와 이 사건 조합 사이에 체결되어 있던 단체협약에는 ‘임금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고(제79조), 피고와 이 사건 조합은 단체교섭 요구시 교섭 일시, 장소, 교섭위원명단 및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회의개최 5일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하며(제80조), 교섭위원은 피고와 조합이 동수로 구성하되 쌍방 대표자는 반드시 참석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으로 대표자가 불참할 때는 그 대표권을 서면으로 위임하여야 하고(제82조),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모든 사항을 각 조항별로 합의하여 쌍방교섭 위원장이 서명날인하며 모든 조항이 합의된 경우에는 교섭위원 전원이 서명날인한다(제83조).’고 규정되어 있는 점,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작성 당시 교섭요구 통보나 교섭위원 구성 절차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당시 피고의 대표자 이사장 AC과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 AB의 서명만 있는 점, 이 사건 조합은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작성 이전에 조합원들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관련 법리에 앞서 든 각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와 이 사건 조합 사이에 서면으로 작성된 것으로 쌍방 대표자의 서명이 있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이 사건 노사합의가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하자 치유 관련 주장은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①

AB은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로서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고 이 사건 노사합의와 같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AB은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직접 서명을 하였다. 설령 AB이 이 사건 조합 규약 등에 규정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AB이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해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단체협약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 작성 당시 단체협약에 규정된 단체교섭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무효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통해 정년연장 또는 정년보장으로 발생하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지방공기업에 대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고,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위와 같은 권고에 따라 이 사건 조합과 협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던 점, ㉡ 피고의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정년이 연장되지 않고 임금만 일부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으나, 행정자치부의 권고안에는 ‘정년을 종전 60세 미만에서 60세로 연장하는 기관뿐만 아니라 현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관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유로 정년을 종전 60세 이하에서 60세를 초과하여 연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점, ㉢ 임금피크제는 소위 일자리나누기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피고가 인건비 절감, 정리해고 등 탈법적인 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는 자료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제2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의 보수규정 제14조의2에는 “임금피크제 감액대상자 및 신규채용 인력의 보수지급 기준은 ‘임금피크제 시행내규’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고, 임금피크제 시행내규 제2조 제3항에는 “정년도래 3년 전부터 적용하며 ‘별지 제1호’의 임금감액 동의서를 징구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각 규정에 따른 임금감액 동의서의 징구절차를 이 사건 노사합의의 효력요건으로 보기는 어려 우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상대로 임금감액 동의서의 징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 이 사건 조합 사이에 유효하게 성립된 이 사건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제3주장에 대한 판단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할 것이고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1754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없이 정년 도달 전 3년 동안의 임금을 감액하는 것으로 기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노사합의를 통하여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동의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제4주장에 대한 판단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 이상인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이 이 사건 노사합의의 적용을 받게 되었으므로, 비조합원인 위 원고들에 대하여도 이 사건 노사합의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비조합원이 과반수 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노사합의의 적용에 비조합원들인 위 원고들에 대한 사전설명이나 개별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덕환(재판장) 신미진 윤민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