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D은 W협회 소속 간병인으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들과 간병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맺었을 뿐, 피고인이 D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업무상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D은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근로자가 아니어서 피고인에게 D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구 동구 B에 있는 C병원의 대표자로서 상시 4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료보건업에 종사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2. 7.부터 2017. 5. 30.까지 간 병사로 근로하다 퇴직한 D의 퇴직금 1,652,055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D은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피고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였던 점, D은 위 요양병원의 요청에 따라 두 개의 통장을 만들어서 하나의 통장은 병원에서 관리하고 있었던 점, 요양병원측은 위 병원에서 관리하는 통장으로 환자들로부터 간병비를 받아서 그 중 병원이 매달 D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던 월급액인 130만 원만을 D의 다른 통장으로 송금하여 주었던 점, D은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아니라 위 병원의 실장으로부터 업무를 지시받아 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D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C병원에 고용되어 간병사로 일하였고, 피고인은 D을 고용하여 매달 D에게 월급을 지급하였음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 즉 ① D은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 소속 상담실장 E로부터 간병 업무 등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은 D이 W협회(이하 '이 사건 협회'라고 한다) 소속으로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D은 처음에 위 협회가 아닌 위 병원으로 찾아가 위 E에게 취업의사를 밝힌 다음 이 사건 병원에서 일용직 근로자로서 간병업무를 시작한 점, ③ 위 병원 원무과 직원 F이 D의 간병비 지급에 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이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이 공소사실 기재 기간 중 2016. 4.경 이후부터의 기간 동안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인과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하여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16. 2. 7.부터 2017. 5. 30.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사로 근로하다 퇴직한 D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데, D이 2016. 1.경부터 2017. 5. 30.까지 위 병원에서 간병업무를 본 사실은 인정된다(다만, 2016. 2. 8.부터 2016. 2. 16.까지는 교통사고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 병원은 2016. 1.경부터 2016. 3.경까지는 D을 직접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하여 급여를 지급하기도 하였고, D은 그 기간 동안에는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었다(위 병원이 한시적으로 D을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러나 D은 그 이후부터 2017. 5. 30.까지는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D에 대하여 병원의 채용·인사·승진·근무시간·보수·징계 등에 관한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이 적용 되지도 않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D이 2016. 1.경부터 2016. 3.경까지 이 사건 병원의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D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D은 2016. 1.경 간병업무를 맡고 싶다며 찾아와 상담실장 E가 D과 면담을 한 이후에 원무과장 F에게 이를 알렸고, F은 D이 첫 출근을 한 날 D에게 '처음에는 병원 일용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이후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른 간병인들처럼 W협회 소속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환자들로부터 직접 간병비를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안내해 주었고, 2016. 4.경 D에게 일용직 근로자로서의 근무가 아닌 W협회 소속 간병인으로 근무하게 된다고 이야기 하였다[D도 수사기관에서, '병원에 갓 입사해서 근무할 당시 다른 간병인들로부터 협회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한 바 있는데(증거기록 제49쪽), D으로서는 적어도 다른 간병인들이 병원이 아닌 협회소속이라고 알고 있던 것은 사실로 보이고, D만이 유독 다른 간병인들과 달리 취급받을 특별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사건 협회 대표인 G(W협회라는 것은 사실상 대표자인 G을 중심으로, 간병인들을 회원으로 한 연합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은 2014. 1.경부터 환자들로부터 간병 보증금을 입금 받았고, 2014. 6.경부터 2015. 6.경까지 간병인들로부터 수수료(한달 15,000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D이 근무하던 기간 동안에는 간병인들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지 않았고, 2015. 7.경부터는 사실상 간병비의 조정과 지급 등 관리업무를 하지 않고 병원 원무과장 F에게 간병비 관리 업무를 맡긴 것으로 보이며, 이로써 간병비 관리에 대한 이 사건 협회의 역할이 형해화 되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D이 근무를 시작할 당시에는 병원의 일용직 근로자임을 전제로 채용되었고, 2016. 4.경부터의 근무에 대하여는 병원에 상주하지 않는 G 또는 환자들의 위임을 받아 이 사건 병원에서 이들의 간병인 채용 업무를 대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병원 직원 E가 D으로 하여금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 업무를 하도록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D이 병원의 일용직 업무를 그만 둔 이후의 기간까지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 지위를 유지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D은 'E로부터 청소, 정리정돈, 환자의 식사 돕기 등 간병업무 뿐만 아니라 피딩과 같은 업무도 지시받았고, D으로부터 병실을 지정받았으며, 출근을 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할 경우에 E에게 연락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D의 진술만으로는, E 등 이 사건 병원 측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D을 지휘·감독하였다거나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대하여 D이 구속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대체근무자를 준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인이 해야 할 간병업무는, 환자들의 세안, 목욕, 식사, 체위변경, 식사량과 체온 확인 등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로 보이는데, D이 근무하기 이전부터 간병인으로 근무하였던 당심 증인 K는, '선임 간병인들로부터 간병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 병원 측으로부터 간병방법을 교육받거나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위와 같은 간병업무는 시기와 방법이 반복되거나, 그때 그때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이행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E 등 병원 측에서 조직적이고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감독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D은 E로부터 피딩업무나 청소업무를 지시받기도 하였다고 진술하나, 위 K는 지금까지 피딩 업무를 지시받거나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D은 위 병원에서 간병업무를 처음 맡게 된 점, 피딩업무는 간병업무의 범위를 벗어나고 위험성이 따르는 점, 청소는 간병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점(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E가 D에게 위와 같은 업무를 지시하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D 등 간병인들이 병원 측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한편, 간병업무는 병원의 고객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병원으로서도 환자들에 대한 충실한 의료 제공을 위하여, 간병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간섭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이는데, 병원 측에서 이를 넘어서 구속력 있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위 K는, W협회의 지시에 따라 병실을 옮겼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와 달리 D이 일용직을 그만 둔 이후에도 병원 측에서 D을 비롯한 간병인들에게 구체적으로 병실을 지정해 주거나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 또는 감독을 해 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새로 근무하는 간병인은 자연스럽게 기존에 그만 둔 간병인이 근무하던 병실에서 근무하게 되므로, 이를 두고 E 등 병원 측에서 병실을 지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K는 '출퇴근과 휴무에 관하여 병원 측의 관리감독이나 허가를 받은 적은 없고, '간병인들은 병원 측의 동의 없이 다른 간병인을 통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있었고, 일당 9만 5천 원을 공제하는 조건으로 협회에 대체인력의 공급을 요구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달리 병원 측에서 D 등 간병인들의 출퇴근과 휴무를 직접 관리하였다거나 대체근무자를 병원 측에서 공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한편 D 등 간병인들이 위 병원에서 간병업무를 하는 동안, 다른 병원 등에서 근로를 하는 것을 병원 측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환자들은 간병인의 계좌로 간병비를 송금하였고, 입원시에 지급하는 보증금은 이 사건 협회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간병인이 환자들로부터 수령한 금액이 월 130만 원에 미달하는 경우, 이 사건 협회의 계좌에서 각 간병인의 계좌로 부족분이 송금되어, 결국 간병인들은 매달 130만 원씩을 수령하였다(간병인들의 요구로 W협회와 병원의 협의를 거쳐 130만 원으로 상향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협회의 계좌에서 D의 계좌로 월 130만 원에 미달하는 부족분이 여러 달 동안 송금되기도 하였다. G은 위와 같이 환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간병인들에게 130만 원에 미달하는 금액을 채워주는 업무 등을 하던 중, 이 사건 병원 원무과장 F에게 업무를 맡겨 F이 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이는 간병업무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병원의 입장에서 병원 운영의 편의를 위하여 G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 과정에서 D은 병원 측의 요구로, 환자들로부터 간병비를 직접 송금 받을 계좌의 개설을 요구받았다. 이는 환자들의 입·퇴원이 수시로 변동되고 공동간병으로 인하여 간병인들이 환자들로부터 받은 간병비의 지급시기와 금액이 유동적이었으므로, 간병인들이 최종적으로 지급받아야 할 간병비의 정산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하여 그 예금통장을 병원에 맡겨 둔 것으로 판단된다(그러나 D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계좌의 비밀번호와 인장을 주는 등 예금의 처분까지 맡긴 것은 아니다). 따라서 D이 병원 측의 요구로 간병비 수령을 위한 별도의 계좌개설을 요구받았다거나 그 예금통장을 병원에 맡겨두었다는 사정은 D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피고인은 간헐적으로 간병인들을 단기간(1달~3달) 병원의 일용직으로 채용한 다음, 그들에게 급여명목으로 간병비를 지급한 사실이 있다. 이는 간병업무가 병원의 운영과 관계가 있어 간병인의 이탈방지를 위하여, 환자들로부터 수령한 간병비가 일정 금액에 미달하는 간병인들에게 단기간의 급여 형태로 간병비를 지급해 줌으로써, 사실상 병원이 자신의 비용으로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보조해 준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간병인들에게 지급된 간병비의 대부분이 환자들이 납부한 간병비나 보증금에서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병원의 원무과장 F이 이 사건 협회 또는 환자들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었다는 사실로, D의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주체가 환자들이 아닌 피고인 또는 이 사건 병원임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2의 가항'과 같고, 이는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영철(재판장) 최운성 성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